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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프리미엄으로 점유율 끌어올린 유튜브 뮤직, 공정위 "공정거래법 위반"
해외선 스포티파이에 밀렸지만, 한국선 '멜론' 끌어내리고 음원 시장 1위 차지
조사 기간만 1년 5개월, 업계 "유튜브 뮤직 독점적 지위 이미 가시화한 상황"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의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결론을 내렸다. 현장 조사가 시작된 지 1년 5개월 만의 일이다. 이에 차후 국내 음원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되나, 업계에선 다소 회의적인 의견이 나온다. 조사와 제재까지 시간이 지체된 탓에 유튜브 뮤직이 국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는 데 이미 성공한 상황이란 것이다. 부진을 면치 못한 국내 음원 플랫폼이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이전의 점유율을 회복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결론
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5일 구글코리아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검찰 고소장 격)를 발송했다. 구글의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를 제재하겠다는 취지다. 끼워팔기는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인 '거래강제'로 분류된다. 시장에서 인기 좋은 상품을 공급하면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제품을 함께 곁들여 파는 행위 등을 뜻한다.
앞서 2019년 구글은 광고 없이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월 1만4,900원)에 가입하면 음원 서비스인 유튜브 뮤직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로 글로벌 1위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지위가 국내 음원 플랫폼 시장으로 부당하게 전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유튜브 뮤직의 점유율 상승이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의 효과란 것이다.
'글로벌 마케팅 전략'이라며 반박한 구글, 공정위는 "경쟁 제한성 크다"
공정위가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에 대한 현장조사를 시작한 건 지난해 2월경이다. 약 1년 5개월 만에 조사 결과가 도출된 셈이다. 공정위는 이 기간 동안 유튜브 뮤직의 끼워팔기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계량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대학에 연구용역을 맡겨 시장 확정 및 경제 분석 등을 거쳤다. 일반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했는데, 이 설문조사에서 이용자 대다수가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가 없었다면 유튜브 뮤직을 따로 이용할 생각이 없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는 글로벌 마케팅 전략의 일환인 만큼 문제없는 행위"라는 구글 측의 논리를 무력화하는 데도 집중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대다수 해외 국가에서도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를 자행하고 있었다. 다만 해외에서 유튜브 뮤직은 시장 점유율이 크게 높지 않다. 애플 뮤직 등 기존 음원 시장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의하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유튜브 뮤직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9.7% 정도에 그쳤다. 1위는 31.7% 점유율의 스웨덴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굳건히 자리를 지켰고, 그 뒤를 ▲텐센트 14.4% ▲애플 뮤직 12.6% ▲아마존 뮤직 11.1%가 이었다.
반면 한국에서 유튜브 뮤직은 2019년 출시 이후 4년 만에 10년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멜론까지 역전하며 국내 음원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혔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유튜브 뮤직의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약 650만 명으로 2년 만에 무려 200만 명 이상 증가했다. 이에 반해 멜론은 같은 769만 명에서 624만 명으로 MAU가 100만 명 이상 줄었다. 공정위가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의 경쟁 제한성이 크다고 본 이유다.
구글코리아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사안은 공정위 측이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의 경쟁 제한성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공정위는 우선 구글코리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구글코리아 측이 공정위의 입장을 반박하고 나설 경우 논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지난해 2월 공정위가 구글코리아 본사 현장조사 과정에서 유튜브 뮤직 사업 관련 문건을 확보한 만큼 사실관계 확인은 수월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건에서 구글이 내부적으로 음원시장 장악을 위해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활용했단 정황이 확인되면 과징금 조치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경쟁 체계 정상화 기대감 확산, 일각선 "너무 늦어 회복 어려울 수도"
공정위의 이번 심사보고서 발송 소식에 국내 음원 플랫폼 업계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튜브 뮤직으로 어그러진 경쟁 체계가 정상화할 수 있단 기대감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너무 늦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유튜브 뮤직에 의한 국내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 감소가 가시적으로 드러난 상황인 만큼 이용자 수를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되돌리는 건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상술한 멜론을 비롯한 국내 음원 플랫폼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지니뮤직의 MAU는 3년 전 대비 180만 명 줄었고, 동기간 플로는 80만 명, 바이브 30만 명, 벅스는 20만 명가량이 줄었다. 국내 플랫폼 이용자 다수가 유튜브 뮤직으로 이동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매출도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플로와 벅스는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늘었고, 지니뮤직은 전자책 자회사 밀리의서재 덕에 매출이 늘었으나 음악 사업만 떼놓고 보면 10% 넘게 매출이 감소했다.
공정위의 조사가 지연됨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구글의 독점적 지위가 더욱 강화됐단 의견도 나온다. 유튜브 뮤직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할 때까지 시간이 주어지면서 구글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단 것이다. 실제 유튜브는 음원 플랫폼 점유율을 끌어올린 지난해 12월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를 기존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3%나 인상한 바 있으며, 최근엔 국내법을 회피해 플랫폼의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도 시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음원 플랫폼 사업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원 전송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에 따라 총매출을 기준으로 저작권료를 정산하는데, 유튜브 뮤직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신탁업체와 별도 계약을 맺고 각종 수수료를 제외한 순매출을 기준으로 저작권료를 내고 있다. 정산액이 국내 플랫폼보다 적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국내 음원 생태계 기업이나 창작자들은 유튜브 뮤직을 상대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와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유튜브 뮤직을 적대하기엔 부담이 큰 탓이다. 결국 독점 기업의 폐해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