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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인수戰에서 하이브 막으려 시세조종 했다는 의혹 제기
지난해 금감원 특사경, 김범수 등 카카오 경영진 기소 의견 송치
시세조종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 두고 검찰과 공방 이어질 듯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이 카카오의 창업주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을 소환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남부지검은 이후 카카오 본사 압수수색 등 보완 수사를 진행해 왔다. SM엔터 주가 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의혹을 받는 카카오그룹의 핵심 경영진 대부분이 검찰에 송치되거나 기소된 가운데 김범수 의장에게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카카오 핵심 경영진 다수, 검찰 송치되거나 재판 넘겨져
9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장대규)는 김범수 의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소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의장은 이날 오전 8시 10분경 취재진을 피해 비공개 출석했다. 지난해 금감원 특사경이 김 의장을 비롯해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지 8개월 만이다.
앞서 검찰은 송치 이후 일주일 만에 성남시 분당구 소재 카카오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다만 지난해 8월 금감원 조사 당시 한 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한 김 의장의 주거지와 사무실은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김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황태선 카카오 CA협의체 총괄 대표를 불러 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 범위를 확대해 왔다.
이후 검찰은 같은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먼저 재판에 넘겼다. 카카오 법인도 양벌규정을 적용해 배 대표와 함께 기소했다. 올해 4월에는 카카오 측과 공모해 펀드 자금 1,100억원으로 SM엔터의 주식을 고가 매수한 혐의를 받는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구속기소 하기도 했다. 재판 결과 카카오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카카오는 은행 대주주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금감원, 압수수색에 구속영장까지 '강도 높은 수사' 진행
이번 조사의 발단은 지난해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SM엔터 인수전이다. 지난해 3월 카카오는 하이브와의 치열한 인수전에서 승리하며 SM엔터의 1대 주주에 올랐다. 지분율은 39.87%로 카카오가 20.76%, 카카오엔터가 19.11%를 가져갔다. 하지만 하이브는 SM엔터 주식에 대한 비정상적 대규모 매입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SM엔터 시세를 조종하고 하이브 공개 매수를 방해하려 한 카카오 측 개입을 의심한 것이다.
이후 금감원은 시세조종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이복현 금감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위법 수단을 동원했다면 법과 제도에 따라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엄정 대응을 강조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실제로 특사경은 카카오·카카오엔터·SM엔터 사옥을 비롯해 김 의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카카오 경영진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인 끝에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바 있다.
김 의장은 카카오엔터의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경영권 인수를 막기 위해 SM엔터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금감원과 검찰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지난해 2월 16~17일과 같은 달 27~28일에 총 2,400억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집하면서 총 553회에 걸쳐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를 하지 않은 혐의도 포함된다.
검찰 "시세조종으로 하이브 공개 매수 무산시켜"
그러나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구속기소 된 배 대표를 비롯한 카카오 경영진은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로 시세를 조종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김 의장이 실제 시세조종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를 두고도 검찰과 카카오 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카카오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의장은 초기에 SM엔터의 공개 매수 계획안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이 과거 NHN 해외 대표직에서 쫓겨난 경험이 있는 만큼 법적인 경계선을 넘어가면서까지 이수만 당시 SM엔터 총괄과 대립각을 세우고 싶어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김 의장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더욱이 애초에 사태의 시작은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SM엔터에 대한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을 진행하며 이수만 전 총괄의 경영 퇴진을 주장하면서 비롯됐기 때문에 김 의장도 공개 매수가 아닌 이 전 총괄의 지분 인수만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를 조작했는지에 대해 추가 수사와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초기에는 김 의장이 SM엔터 인수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와 하이브가 '적대적 인수'를 본격화하면서 하이브는 지난해 3월 SM엔터 1주당 12만원의 가격에 공개 매수에 나섰다. 닷새 후 카카오도 SM엔터 인수 추진을 공식화하고 "SM엔터의 주식을 주당 15만원에, 최대 35% 공개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더 낮은 공개 매수가를 부른 하이브가 SM엔터의 경영권 인수를 포기하며 분쟁은 봉합됐다.
이후 지난해 10월 하이브는 이 전 총괄로부터 매입한 지분 14.8%를 카카오그룹에 넘기며 약 1,000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얻는 것으로 SM엔터 인수전은 매듭을 짓는 듯했다. 그러나 주가 조작 여부가 법의 심판대에 오른 만큼 당분간 카카오의 SM엔터 인수가 쉽게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과 특사경은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데다 지난해 7월 이복현 금감원장도 "카카오 시세조종 협의에 대한 실체 규명에 자신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검찰과 금감원 측이 원아시아파트너스 이해 관계자의 증언과 같은 정황 증거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