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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미정산 사태에 이커머스 업계 전반 신뢰도 하락
쿠프마케팅 매각도 무산 수순,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난처하기만
스틱 성장동력 M&A 펀드 존속 기한 8년, 올해가 마지막 기회
쿠프마케팅 경영권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암초에 부딪혔다.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의 여파가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확산하면서 쿠프마케팅 원매자들이 사라진 것이다.
티메프 사태에 쿠프마케팅 매각 '불똥'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틱은 쿠프마케팅 매각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당초 스틱은 지난 5월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한 뒤 티저레터를 배포하며 본격적인 마케팅 작업을 시작했다. 매각 대상은 스틱이 보유 중인 쿠프마케팅 지분 68.4%,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이 보유 중인 31.6% 등 총 100%였다.
매각 측이 잠재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당시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매각 절차가 본궤도에 오르기 전 티메프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며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신뢰 문제가 불거져 매각 작업에 차질이 생겼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이커머스 규제 움직임을 보이면서 매각 성사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앞서 정부는 이커머스의 정산 주기를 대규모 유통업자보다 짧게 설정한 '단축 정산 기한 규정'과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의 '판매 대금 예치·신탁·지급보증보험 의무 규정' 신설을 예고한 바 있다.
2022~2023년에도 매각 실패, 머지포인트 등 영향
스틱이 쿠프마케팅 매각을 타진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2022년에도 스틱은 NH투자증권 PE 본부(NH PE)와 함께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경영권을 포함한 70% 규모의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원매자 확보에 주력했다.
그러나 이 시기 머지포인트 사태가 불거지면서 매각 작업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대형 마트와 각종 인터넷에서 사용 가능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가 전자금융업자 등록을 하지 않으면서 사용처가 급격히 줄어든 영향이다. 이에 쿠프마케팅은 우선 머지포인트와의 거래를 정리한 뒤 매각 대신 기업가치 성장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내실 다지기를 우선하겠단 취지였다.
이후 스틱은 지난해에도 재차 쿠프마케팅 매각에 나섰다. 머지포인트 사태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데다 회사가 호실적을 보인 만큼 신속한 처분이 가능하리라는 기대가 나와서다. 실제 2022년 쿠프마케팅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62억원을 기록했고, 매출은 2019년 500억원에서 2022년 1,145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적자의 늪에서도 벗어났다. 쿠프마케팅은 2021년까지 5년간 연속 적자를 이어왔지만, 2022년 5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흑자 전환했다. 매각 작업에 각종 호재가 산재해 있었던 셈이지만, 실제 매각은 이뤄지지 못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등 시장 상황이 악화한 탓이다.
스틱 성장동력 펀드 청산 가능할까
이처럼 쿠프마케팅 매각이 연달아 무산되면서 스틱의 펀드 청산도 불투명해졌다. 앞서 스틱은 지난 2014년 '스틱 성장동력 M&A 펀드'를 결성했다. 해당 펀드 결성 후 스틱은 아크로스, 아미코젠, 유비케어, 한컴 씽크프리 등에 투자를 이뤘고, 이를 통해 막대한 투자수익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아크로스에선 2016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약 800억원가량을 회수했고, 아미코젠은 주가가 급등하며 상당한 수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된다. 이외 유비케어에서도 투자 4년 만에 두 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으며, 대경오앤티에선 투자 원금 대비 약 3배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쿠프마케팅은 이 펀드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포트폴리오다. 당초 스틱은 쿠프마케팅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펀드 청산에 돌입할 계획이었지만, 티메프 사태로 올해 역시 매각이 어려워지면서 스틱의 입장이 다소 난처해졌다. 경영권 매각 절차를 무작정 연기하기엔 시간이 없어서다. 스틱 성장동력 펀드의 존속 기한은 8년으로, 최대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사실상 올해가 청산의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