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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AI 발전이 노동소득 비중 줄인다? 데이터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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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ky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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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선진국 국민소득 중 노동소득 비중 점차 줄어드는 현상에 주목
소프트웨어 발전이 기업 이익 내 노동소득 비중 줄여
무형자산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새로운 해석 제시해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최근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 선진국의 국민소득 내 노동소득 분배율이 감소하는 현상이 부쩍 주목받고 있다. 노동소득 분배율은 기업이 생산한 부가가치 중 노동자의 보수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엄상민 경희대 경제학과 조교수와 신용석 미국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기업정보 데이터를 이용해 다양한 종류의 자본이 노동과 어떤 상호작용을 보이는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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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유형자본과 무형자본 나눠 분석하자 달라진 결과

연구진은 우선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 기업이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본과 인간의 노동이 서로 대체재 관계이며, 자본의 값이 떨어진 게 노동에 대한 수요를 낮췄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제로 이 같은 주장은 자본 가격 변동과 국민 소득 내 노동소득 비중 변화의 움직임과도 맥을 같이 한다. 다만 자본이 노동이 보완재 역할을 한다는 많은 미시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충분한 설명은 되지 못한다.

이에 연구진은 자본을 유형자본인 기계 장비와 무형자본이자 지식자본인 소프트웨어로 분리해 두 가지 자본이 본질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노동과 상호작용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기업이 노동자의 반복 업무 등을 대체할 기계 같은 유형자본에 투자할 때와 반복 업무는 물론, 인간이 할 수 있는 인지 기능 업무까지 해내는 소프트웨어에 투자할 때 노동소득 분배율 변화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가설이다. 연구진이 사용한 한국의 법인 데이터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를 별도의 무형자산으로 분류해 관리하기 때문에 이 같은 가설을 입증하는 데 쓰일 수 있었다. 

연구진은 우선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패턴에 주목했다. 먼저 기업들의 패널 데이터 회귀분석은 기업의 소프트웨어 집중도가 노동소득 분배율을 낮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반대로, 기업들의 장비 집중도는 같은 상황에서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두 번째로, 지역 단위 분석에서도 소프트웨어 구입을 위한 지출 비중과 지역 임금 사이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지만 장비 지출 비중과 임금 사이엔 관계성이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같은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데 이어 데이터를 세분화해 소프트웨어와 장비, 노동의 대체 탄력성(elasticity of substitution)을 미시 및 거시 수준에서 재분석했다. 이를 위해 제조공장과 기업 패널 분석 데이터를 사용했고, 서비스 부문의 고용률과 최저임금 데이터를 변수로 설정했다. 

분석 결과 장비와 노동이 보완재 기능을 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소프트웨어와 노동은 서로 대체재라는 결론이 새롭게 도출됐다. 단기적으로 좋은 품질의 소프트웨어를 새로 도입하고 나면 기업 내 인간 노동 수요가 줄어들 수 있고, 원가와 판매가의 차이(markup, 마크업)로 인한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기업이익 중 노동소득의 비중은 감소한다. 이어 마크업이 크고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은 기업은 점차 소프트웨어 집약적으로 성격이 변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기업들은 소프트웨어가 발달하고 가격이 싸질수록 생산성이 좋아진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수익이 늘게 되면 결과적으로 해당 기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낮아진다.

아래 그래프는 소프트웨어와 장비의 가격 하락이 전체 노동소득 분배율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낸다. 왼쪽 이미지는 소프트웨어 값이 떨어지면 기업 내 대체되는 요소가 생기고 마크업이 증가하면서 전체 노동소득 점유율이 떨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와 달리 오른쪽 이미지가 보여주듯 장비 가격의 하락은 노동소득 점유율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장비와 노동은 보완재인 만큼 한쪽의 하락이 다른 쪽에 대한 수요를 늘려 결과적으로 영향력이 상쇄됐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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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기술 변화가 노동소득 분배율에 미치는 영향/출처=CEPR

소프트웨어 집약적 산업에서 노동소득 분배율 떨어지는 경향

1990~2018년 사이 한국에선 노동소득 분배율이 부쩍 떨어졌는데, 전체 감소 비율의 4.4%포인트가 소프트웨어의 질이 올라간 덕으로 분석된다. 단순히 소프트웨어로 인한 소득 분배율이 올라가는 것만 고려하면 소프트웨어가 마크업 증가에 기여하는 영향을 포착하지 못할 수 있고,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 배경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과소평가될 수 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기술의 발전과 시장 지배력, 소득 분배 등과 관련된 토론에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더한다. 소프트웨어의 급부상으로 상당 규모의 자본이 마크업이 높고 노동 점유율은 낮은 대기업들에 재분배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선행연구에서 포착됐다. 소프트웨어가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개념은 산업과 직업군에 따른 노동소득 분배율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선 지난 2000년 들어 노동소득 분배율이 빠르게 감소했는데, 이 경향은 소프트웨어 집약적인 산업에서 더 분명했다.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장비가 노동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근로자의 숙련도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다만 미국 데이터를 예비 분석한 결과에서 소프트웨어는 고숙련 노동자와 저숙련 노동자 모두의 대체재로 기능했다. 그러나 장비는 노동자의 숙련도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에 보완재로 작용했다. 다만 노동력 대체 탄력성은 고숙련 근로자에게서 더 적게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숙련도와 임금 불평등 문제에 직접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향후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8년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챗지피티(ChatGPT)와 생성형 인공지능 등이 격변을 일으키기 전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매우 강력한 소프트웨어의 일종으로 본다면, 소프트웨어가 노동을 대체하는 경향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셈이다. 소프트웨어가 이처럼 빠르게 발전하면서 소프트웨어의 경제적 영향을 이해하는 건 한층 더 중요해졌다. 무형자산이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 시장 지배력에 점차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만큼 기존의 노동과 자본 이분법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현상이 더 늘어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을 강조하며 노동소득 분배율 감소의 배경을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했다. 자본을 소프트웨어와 장비 자본으로 구분 지음으로써 노동과 자본간 대체 탄력성에 대한 미시적 해석과 거시적 해석 사이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노동소득 분배율과 마크업에 대한 최근의 경향성을 더 이해하고, 잠재적으로 더 구체적인 정책 토론이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문의 저자는 엄상민 경희대 경제학과 조교수와 신용석 미국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은 Software’s impact on labour’s income share: New evidenc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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