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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영풍-MBK파트너스, 외국인 투자자 설득에 총력
공개매수 가격 끌어올린 고려아연, 외국 기관 배당소득세 의식했나
"누가 이겨도 위태" 고려아연 재무 상황 악화 우려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다투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군이 외국인 투자자 설득에 나섰다. 분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공개매수에 끌어들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 변수는 '외국인 투자자'
11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은 IR(Investor Relations·기업 설명회) 등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를 이끄는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의 비전 제시에 주력하고 있으며, 영풍·MBK 측은 현 이사회의 문제점을 부각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양측이 외국인 투자자 설득에 힘을 쏟는 이유는 이들이 경영권 분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외국인 지분율은 17.85%에 달한다. 사실상 공개매수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는 쪽이 이번 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7.5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선택 역시 변수가 될 수 있으나, 시장은 국민연금이 양측의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고 본다.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 보유 목적이 어디까지나 '단순 투자'인 만큼, 기권으로 중립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단순 투자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소극적인 투자 형태를 일컫는다. 국민연금이 과거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공개매수에 참여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 인상 나서
외국인 투자자가 경영권 분쟁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자,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이 외국 기관 투자자들의 배당소득세 문제 등을 고려해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한 것이란 평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11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상향하고 매수 물량을 15.5%에서 17.5%로 확대한다고 공시했다.
해외 기관은 MBK 공개매수에 응할 시 조세 협약에 따라 양도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지만, 고려아연 측의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10~22.5%에 달하는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고려아연의 해외 투자 기관 상당수가 법인을 둔 미국과 싱가포르의 양도세는 0%, 배당소득세는 15%다.
현재 MBK 측은 기관 투자자의 주당 평균 매입 단가를 45만원으로 추정한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해외 기관이 MBK 공개매수에 응할 때 얻을 수 있는 평가 차익은 주당 38만원(양도세 0%) 수준이다. 고려아연의 평가 차익은 44만원이며, 15%(6만6,000원)의 배당소득세를 납부한다고 가정했을 때 차액은 37만4,000원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MBK와 유사한 수준의 차익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각자의 지분 보유 계획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고려아연 재무 안정성 '빨간불'
양측의 공개매수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번 경영권 분쟁이 고려아연에 막대한 재무 부담을 안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누가 경영권을 취득하든 고려아연의 재무 안정성 저하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고려아연은 실질적 무차입 상태의 우수한 재무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신용등급도 최우량 등급에서 한 단계 모자란 'AA+(안정적)'였다. 하지만 공개매수로 인해 막대한 자금 지출이 발생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2일 메리츠증권으로부터 1년 만기, 6.5% 금리로 1조원 규모 사모사채를 발행했으며, 오는 21일에는 하나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부터 9개월간 5.5% 고정금리로 1조1,635억원을 차입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의 차입금 규모는 공개매수 물량 증가에 따라 차후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다 보니 MBK가 경영권 분쟁의 승자가 되더라도 고려아연의 재무 부담 확대를 피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무적 투자자(FI)인 MBK가 차후 인수금융 이자 비용을 포함한 투자 자금 회수를 위해 주주환원을 늘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취득하면 배당금 수준을 장기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