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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에 주주 반대까지" 이수페타시스 유상증자 암초 부딪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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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페타시스 주가, 유상증자 소식 발표 이후 '햐항곡선'
"유상증자 순항하기는 어렵다" 얼어붙은 국내 증시
주주행동주의 열풍도 주가 하락에 영향 미쳐 

5,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기습 발표한 이수페타시스의 조달 금액이 대폭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유상증자 소식 발표 이후 주가가 유상증자 예정발행가 이하로 대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증시의 침체, 주주행동주의 열풍 등이 이수페타시스의 유상증자 움직임을 가로막았다는 평이 나온다.

미끄러지는 이수페타시스 주가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수페타시스는 전날 2만2,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전일 대비 5.88%(1,250원) 상승한 수준이지만,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지난 8일 종가(3만1,750원)와는 격차가 크다. 앞서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8일 시간외거래가 종료된 뒤 공시를 통해 5,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수페타시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약 2,998억원을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제이오 인수에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제이오 인수는 주식 및 출자증권을 양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수페타시스는 우선 내년 3월 7일 기존 최대주주 강득주 대표이사의 지분 575만 주를 1,581억원에 매수하고, 동시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546만 주를 997억원에 취득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제이오가 발행하는 42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도 인수한다. CB 전환에 따라 발행될 수 있는 신주 수량(215만 주)를 감안하면 최종적으로 이수페타시스가 확보하는 제이오 주식은 1,336만 주(지분율 33.3%)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뒤 이수페타시스의 주가가 한 번도 유상증자 예정발행가(1주당 2만7,350원)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거부감과 이수페타시스와 제이오의 부족한 사업 시너지가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주가가 예정발행가를 하회하면 투자자들을 유상증자에 끌어들일 명분이 약화하며, 조달 금액이 예상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 증시의 침체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수페타시스가 현재 시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수를 뒀다는 평이 나온다. 최근 한국 증시가 '혹한기'를 맞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규모 유상증자가 순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8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공시한 유상증자 규모는 4조5,807억원에 그쳤다. 작년(9조4,799억원)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유상증자 규모가 유럽발 재정 위기로 증시가 흔들린 2012년(3조2,234억원)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기업공개(IPO)를 포기하는 기업도 늘었다. 최근 한 달 동안 케이뱅크, 동방메디컬, 미트박스글로벌, 씨케이솔루션 등 네 곳이 상장을 철회했다. 야놀자,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조 단위 몸값을 자랑하는 비상장사들은 국내 증시 상장을 포기하고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으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국내 증시의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이 흔들리자 자진해서 증시를 등지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들어 상장폐지에 나선 기업은 SK렌터카, 쌍용C&E, 비즈니스온, 제이시스메디칼, 커넥트웨이브, 락앤락, SBI핀테크솔루션즈, 코엔텍, 신세계건설 등 9곳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4곳) 대비 2배로 늘어난 규모다. 이달 15일부터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에 착수한 SBI핀테크솔루션즈 측은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모시장에서 자금 조달 필요성도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소액주주들은 집단행동 나서

한편 일각에서는 최근 국내 증시에 불어닥친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 열풍이 이수페타시스 유상증자의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주행동주의란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주주행동주의자들은 배당금이나 시세차익에만 주력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부실 책임 추궁, 구조조정, 경영 투명성 제고 등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국내 증시 주주들은 액트·헤이홀더·비사이드 등 주주행동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소통하면서 의견을 결집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를 활용해 실제 주주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주주 간 응집력이 한층 강력하다는 특징이 있다. 10월 말 기준 주주행동 플랫폼의 전체 가입자 수는 약 15만 명 수준이며, 이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10조원에 달한다.

이수페타시스 주주들 역시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결집한 상태다. 최근 이수페타시스 소액주주들은 주주대표 선출에 나서며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주주대표 후보자로 나선 한 소액주주는 “행동주의펀드와 함께 주주환원에 앞장서겠다”며 “소액주주 대표가 되면 행동주의펀드와 연대해 유상증자 철회, 제이오 인수 취소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기준 이수페타시스 소액주주는 이수페타시스 주식 164만9,875주(지분율 2.61%)를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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