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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 개최 예정
일시적 경영 지표 개선, 연결성엔 의문
규모별 명암 극명, ‘빙하기’ 엔터 업계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의 도약을 노렸던 아이에이치큐(IHQ)가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심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회계감사인의 의견 거절 및 거래 정지 후 약 1년 7개월 만의 일이다. 그간 세 차례의 무상감자를 통해 경영 지표 일부를 개선했지만, 시장에서는 IHQ의 상장 폐지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불황의 늪에 빠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IHQ의 상장폐지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2년 연속 외부감사인 ‘감사 의견 거절’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IHQ에 대한 상장폐지 심사를 진행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는 오는 12월 2일 이전 열린다. 이달 11일 IHQ가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한 개선계획을 이행했는지에 대한 심의요청서를 제출한 데 따른 것으로, 한국거래소는 해당 심의요청서를 받으면 15거래일 이내에 상장공시위원회를 개최하는 것이 원칙이다.
IHQ의 위기는 2022년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IHQ를 감사한 삼일회계법인은 “회사의 투자 및 자금 거래와 관련해 거래의 정당성, 취득 금액 및 손상차손 금액의 적정성 등에 대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그 사유를 밝혔다. 외부감사인의 감사 의견 거절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상장폐지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IHQ는 지난해 4월 거래 정지를 맞았고, 이후 이사회를 대거 물갈이했다. 기존 김형철 대표가 물러난 자리에 오준 대표가 선임됐고, 이사 7명 중 5명이 교체됐다. 무상감자 등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도 병행됐다. 무상감자는 회사의 자본금을 축소하기 위한 목적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대개 누적 결손금이 커진 회사가 자본금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결손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하는 경우가 주를 이룬다. 세 차례의 무상감자를 단행한 결과 IHQ의 당기순손실은 2022년 말 기준 1,121억원에서 2023년 말 375억원으로 줄었다.
IHQ를 비롯한 코스피 기업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한국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와 상장공시위원회를 열어 이들 두 단계에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문제는 IHQ가 2022년에 이어 2023년 사업보고서에서도 의견 거절을 받았다는 점이다. 결국 2년 연속 감사 의견 요건을 맞추지 못한 IHQ는 기업심사위원회를 건너뛰어 곧바로 상장공시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됐다.
시장에서는 IHQ의 상장 유지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IHQ가 사업 실적이나 외부로부터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식으로 경영 지표를 개선한 게 아닌 탓이다. 일시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긴 했지만, 연속성은 담보할 수 없는 상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의 투명성, 기타 공익과 투자자 보호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장공시위원회에서 무조건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추가적인 의견 수렴이 필요할 경우 상장공시위원회는 추후 재심의를 할 수 있다.
6년째 적자 행진 IHQ
IHQ는 연예기획사 싸이더스HQ를 모태로 출범한 기업이다. 싸이더스HQ는 2000년대 초반 배우 전지현, 정우성, 조인성, 최지우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보유한 국내 최대 연예 기획사로 꼽혔다. IHQ는 2004년 싸이더스HQ를 흡수합병한 뒤 2014년에는 CU미디어와의 합병으로 케이블 채널까지 영역을 넓혔다. 주요 사업 부문은 연예 매니지먼트와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미디어 사업 부문으로 나뉜다. 현재 채널 IHQ, IHQ드라마, IHQ 쇼, SANDBOX+ 등 4개의 방송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에는 KH미디어의 계열사가 됐다. 삼본전자(현 KH전자) 컨소시엄(삼본전자·이엑스티·장원테크)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KH미디어가 1,104억원을 투입해 IHQ를 인수한 것이다. 당시 KH미디어는 적자를 지속하던 IHQ의 구원투수로 등장하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과정에서 가장 야심 차게 선보인 서비스는 숏폼 전문 OTT 바바요(babayo)다. 바바요는 20분 이내의 짧은 콘텐츠를 내세워 MZ 시청자들을 공략했지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만 가득하다는 비판 끝에 지난해 8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IHQ는 2021년도 연결기준 영업 손실 116억원, 당기순손실은 101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KH미디어의 구원등판마저 실패로 끝나면서 6년째 적자 행진 중이다. 이듬해 IHQ의 영업손실은 322억원, 당기순손실은 1,121억원까지 치솟았다. 부채는 올해 9월 30일 기준 총 382억원으로, 이 가운데 금융부채는 241억원, 비금융부채는 141억원이다. 시장에서 IHQ의 상장폐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같은 실적 부진과 재무 상태 악화에서 비롯된 결과다.
엔터 업계 화두 ‘생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IHQ의 상장폐지 여부를 눈여겨보는 모양새다. 한때 K-콘텐츠 신화를 이끌며 고공 행진하던 엔터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에 있는 탓이다. SM엔터, YG엔터, 하이브, JYP엔터 등 글로벌 대형 아티스트를 보유한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빙하기’에 가깝다는 게 엔터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내에서도 극명히 갈리는 명암은 중소 엔터사 아센디오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13년째 적자 행진 중인 아센디오는 올해 소속 아티스트가 모두 이탈해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 전망이 어두운 상태다. 여기에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45.12% 감소한 68억8,300만원을 기록했다. 영화 사업과 드라마 사업 매출이 모두 감소한 데 따른 결과로, 영업 손실 또한 103억5,200만원에 달했다. 지난 3월 2,390원까지 올랐던 아센디오 주가는 11월 들어 400원 선을 오가고 있다.
IHQ와 비슷한 처지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곳도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네임’, 디즈니+ ‘사랑이라 말해요’ 등을 제작하고, 영화 ‘킬링로맨스’ 등을 배급한 스튜디오산타클로스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69.14% 감소한 57억200만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222억4,600만원으로 전년(-39억4,900만원)보다 적자 폭을 키웠다. 올해 감사보고서에서는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을 받으며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이렇다 보니 업계 내 가장 큰 화두는 ‘생존’이다. 스포츠와 공연 등 문화 소비 매출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처럼 콘텐츠 산업 역시 회복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에서다. 이 때문에 일부 대형 투자사는 중소 제작사들을 인수하고 레이블화하는 등 시장의 구조 재편에 앞장서고 있다. 소비자와의 접점이 한정된 만큼 다양한 제작 방식을 시도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SLL과 CJ ENM 스튜디오스, 카카오가 다양한 제작사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워가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사가 직접 레이블의 제작 라인업 및 예산 관리 등에 개입해서 투자·제작이 보다 밀접하게 관계하고, 반면 기획은 자연스럽게 작가 및 원천 지식재산권(IP)을 핵심으로 하는 쇼러너 중심의 영역으로 분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