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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2.0 시대' 함정 MRO 시장 개방, 날개 단 K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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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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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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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첫 MRO 사업 수주
HD현대重도 美 조선업 진출 추진
미국, 中에 전함 수 밀리며 위기감
동맹국 한국에 잇단 러브콜
함정 정비를 위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입항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호가 안벽에 접근하고 있다/사진=한화오션

미국이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의 문을 우리 기업에 개방하면서 세계 1위 경쟁력을 가진 국내 조선업계에 함정 MRO 사업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국내 대표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함정 시장을 뚫으면 다른 우방국의 군함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HD현대·한화오션 美 MRO 자격 획득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 함정 MRO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낙점했다. 양사는 연간 20조원 규모의 해당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7월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를 체결하며 미 함정 MRO 사업의 자격을 획득했다.

현재 미국 MRO 사업 수주에서 한발짝 앞선 곳은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8월 미국의 4만 톤(t)급 군수지원함 월리쉬라함(Wally Schirra) 창정비 사업에 이어 이달 미 해군 급유함인 유콘함(USNS YUKON)의 정기수리 사업을 연달아 수주했다. 미 군함 MRO 사업을 수주한 것은 한화오션이 국내 최초다. 한화오션은 이에 더해 지난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를 1억 달러(약 1,400억원)에 인수해 미 군함 건조 사업까지 넘보고 있다. ‘미국 군함은 현지에 있는 조선소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존스법(Jones Act) 규제를 맞추기 위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한 것이다.

한화오션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가진 특별한 인연도 눈길을 끈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업인 시절이던 1998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대우중공업(현 한화오션)의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를 방문했다. 그는 당시 건조 중인 선박을 직접 둘러보고 개인적으로 선박 발주까지 검토했을 만큼 한국 조선업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당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선박 수출뿐 아니라 MRO 분야에서도 긴밀한 양국 협력이 필요하다”고 콕 집어 말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은 아직 미국에서 MRO 사업을 수주하진 않았지만 능력은 이미 입증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필리핀에 군수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국내 조선업체 최초로 해외 MRO 사업에 나선 바 있다. 향후 필리핀 해군 MRO 실적을 바탕으로 미 해군 발주 사업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과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 스티븐 쾰러 제독(가운데)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한화오션

자체 조선업 역량 무너진 美

한때 세계 최고의 조선 기술력을 갖췄던 미국은 존스법 여파로 자국 조선산업이 크게 퇴보하자, 중국에 해양 패권을 내줘야 하는 위기감에 세계 1위 조선 경쟁력을 가진 한국에 계속해서 SOS를 치는 모습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해군과 해운을 중시하는 국가다. 강력한 해군과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미 선박은 미국의 군사력·경제력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조선·해운 산업 보호주의 정책을 꾸준히 유지해 온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미국의 조선산업은 1980년대부터 쇠퇴기를 걸어왔다. 두 차례 오일쇼크 이후 설비투자에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조선업 지원을 중단하면서 1989년에는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하게 무너졌다. 이에 따라 군함 보수도, 미 해군력 유지도 힘들어졌다. 지난해 미국의 선박 건조 점유율은 0.13%에 그쳤다. 군함을 수리할 수 있는 MRO 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해군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미국 함정 정비와 수리 관련 시설은 조선소 4곳의 총 17개 건조시설(도크)뿐이다. 미국 군함이 290여 척 정도 되는데, 이들 함정의 MRO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 지속돼 온 것이다. 이렇다 보니 미 해군에 필요한 함정의 MRO는 40% 정도만 제때 완료될 정도로 지연이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의 해양 패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안보 위기감까지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은 한국, 일본 등 우방국 조선사 인프라를 이용해 전투 역량을 유지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미국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중요 파트너로 선정한 배경이다.

방산 사업 확대 및 우방국 군함 수주 기대

업계는 이번 MSRA 체결을 계기로 미 해군의 MRO 사업은 물론 방산 사업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실제 MRO 사업을 통해 신뢰가 쌓이면 군함 건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획득한 MSRA 자격은 현재 미 해군 특수선 중에서도 지원함 MRO에만 한정돼 있지만, 미 해군의 군함 수요와 국내 기술력이 맞물린다면 향후 법 개정을 통해 한국 조선소가 함정 건조 계약을 따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미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투함은 300척 이하로, 중국 해군(340척)보다 적다. 중국이 수년 내 400척으로 확대하기로 한 만큼 미국도 격차를 줄이기 위해 꾸준히 군함 건조를 발주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 해군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1,468억 달러(약 200조원)를 들여 55척의 함정(급유함, 구조선, 유도미사일함 등 모두 포함)을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우리 기업의 미 함정 MRO 수행은 향후 대규모 발주가 예고돼 있는 각국 해군의 함정 사업 수주전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60조원에 달하는 캐나다의 12척 잠수함 도입 사업, 3조원가량의 폴란드 차기 잠수함 사업 ‘오르카 프로젝트’, 9조원 대의 호주 호위함 도입 사업 등 세계 곳곳에서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예고돼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중국과의 해군력 경쟁에서 위기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한미 협력은 비전투함 MRO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군함 건조 영역에서는 보안 문제가 덜한 지원함 등에서부터 협력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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