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딥테크] ‘중국 보조금’에 무너지는 글로벌 제조업
Picture

Member for

8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중국 ‘산업 보조금’, 글로벌 공급망 와해
보조금 기반 가격경쟁력 ‘압도적’
미국, EU 등 선진국 ‘공동 대응’ 필요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작년에 중국이 전 세계에 수출한 철강은 모두 1억 1,800만 톤으로, 제품을 가득 실은 보잉 747기가 1분마다 출발해야 하는 양이다. 이는 단지 산업 통계상의 숫자가 아니라 한 국가의 보조금이 어떻게 글로벌 시장을 왜곡하고 무역 질서를 해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실화다. 철강뿐 아니라 전기차와 석유화학 부문도 문제가 심각하다.

사진=ChatGPT

중국 철강 보조금, 경쟁국 ‘5배 이상’

최근 OECD 분석에 따르면 철강 제품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은 글로벌 경쟁업체 대비 5배에 달한다. 초기 산업에 대한 일시적인 지원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기 위한 지속적인 정책이며 적자 운영을 감수하겠다는 의도다. 구조적 위협 앞에 지금까지의 무역 정책이 무기력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전통적인 ‘유치산업 논쟁’(infant industry argument, 신규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일시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미 거대 산업 강국이 된 중국에 적용되지 않는다. 작년에 10억 톤의 철강을 생산했음에도 수십억 달러의 현금 지원과 저금리 대출, 에너지 가격 할인, 세제 혜택 등이 지속되고 있다. 당연히 중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가운데 선진국들의 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보조금이 경쟁 기업 ‘수익보다 많아’

저렴한 철강은 조선, 자동차, 화학 산업의 원가도 낮춘다. 보조금에 의존하는 전기차 산업은 값싼 배터리와 마이크로칩 수요로 넘쳐난다. 한 산업에서의 과잉생산이 다른 산업으로 파급돼 글로벌 공급망에 거대한 왜곡을 초래하니 기존의 무역 규정으로는 손쓸 방법이 없다.

기업들뿐 아니라 각국의 교육 시스템까지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공학 및 제조 분야에 집중된 대학과 직업훈련 프로그램은 핵심 산업의 약화로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다. 조속한 조치가 없으면 친환경 산업 전환 및 첨단 제조업 육성을 위한 기술 인력 공급이 지장을 받을 전망이다.

작년에 중국의 30대 철강업체들이 수령한 보조금은 320억 달러(약 44조원)에 달해 수출 제품 톤당 270달러(약 37만원)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일본과 유럽 경쟁사들의 일반적인 수익 규모를 넘어선다. 중국 회사들이 장기간 손익분기점 밑으로 운영하며 경쟁사들을 압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및 경쟁국 철강 산업 보조금 현황(단위: 달러/톤)(2024년)
주: 중국, EU, 일본, 한국, 미국(좌측부터)

전기차 보조금, ‘차 가격의 35%’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은 글로벌 매출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중국 내 자동차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전기차다. 유럽 규제당국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전기차 가격을 35%까지 낮춰 유럽 제품 대비 15~25%의 가격 경쟁력을 제공한다. 효율성 제고가 아닌 시장 장악을 위한 정책임이 명백해진다.

중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및 비용 우위 현황(2024년)
주: 중국 시장 전기차 매출 점유율(%), 글로벌 전기차 수출 점유율(%), 보조금 비율(%)(좌측부터) / 중국(China), 유럽연합(EU), 미국(US)

석유화학 산업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중국은 작년에 국내 수요가 정체 상태임에도 생산 설비를 전년 대비 81% 늘린 바 있다. 저렴한 미국산 에탄과 후한 정부 보조금 덕에 중국업체들은 경쟁자 대비 20~25%의 가격경쟁력을 뽐내고 있다. 매출 하락에 직면한 서구 기업들이 신규 투자와 연구개발 예산을 줄이면서 앞으로의 혁신 역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업은 물론 교육 분야까지 ‘왜곡’

부작용은 무역이나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교육 분야 우선순위까지 바꾸고 있다. 한때 각광받던 재료과학 및 공학 분야가 국내 산업 위축을 따라 함께 쪼그라들고 있다. 친환경 전환을 위한 기술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에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 당국은 변화한 상황에 맞춰 학생들이 기존의 공학 과정에 더해, 무역법과 보조금, 지정학 등의 지식도 습득하도록 해야 한다. 생산성이 아닌 정책이 경쟁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대학들이 거버넌스(governance) 차원에서 할 역할도 있다. 보조금 흐름을 추적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글로벌 영향을 분석하는 모델을 개발해 투명성과 책임감을 높이려는 노력에 동참할 수 있다.

규칙 기반 공정경쟁 ‘무너질 것’

중국의 보조금에 대한 대응 조치도 결국은 보호무역주의에 속한다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 지원의 규모와 범위는 역사적 전례가 없는 수준임을 알아야 한다. 이는 일부 산업의 보호 차원이 아닌 기업 및 근로자들의 생존과 국가적 혁신이 걸린 문제다. 또 관세가 무역 전쟁을 촉발하고 소비자 물가를 올린다는 경고도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의 중국 전기차 관세가 향후 5년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가 상승률은 1%가 되지 않는다. 대신 수많은 유럽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여기에 보조금 자체가 규제의 대상이 되기에 너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미 존재하는 OECD의 추적 수단과 WTO(세계무역기구) 규정, 각국의 조사가 합쳐진다면 더 필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밖에 없다. 각국 정부는 긴밀한 협력을 통해 100만 달러(약 13억7천만원) 이상의 생산 보조금 현황을 일일이 등록해 분기별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또 보조금은 기후 목표와 혁신 효과, 공정한 조달 관행 등을 조건으로 제공돼야 한다. 여기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국가는 상대국의 기술 훈련과 연구개발 예산을 지원하도록 강제할 필요도 있다.

해당 사항들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EU, 일본이 3국 동맹의 형태를 갖출 필요가 있다. 세 나라가 합치면 글로벌 산업 연구개발 예산의 절반을 넘어선다.

중국의 산업 보조금이 두려운 이유는 철강과 전기차의 범람 때문이 아니라 규칙 기반의 공정 경쟁을 떠받쳐 온 시스템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과잉생산이 정책의 일부가 되고 보조금이 효율성을 앞선다면 시장도, 교육도, 친환경 전환도 모두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Subsidy Shockwaves: How China's State-Backed Overproduction Is Re-Wiring Global Industrial Policy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8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