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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억원 통 큰 투자’ 티빙·웨이브 합병 초읽기, 넷플릭스 대항마 출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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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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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재무구조 개선, 투자재원 확보
IPTV 성장 둔화 KT는 합병 찬성 저울질
사용자 1,000만 명 ‘토종 OTT 공룡’ 목전

1년 가까이 지지부진하던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양사의 모기업인 SK스퀘어와 CJ ENM이 웨이브에 2,5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다. 티빙과 웨이브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통합 K-OTT를 출범해 국내 미디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양사의 주력 콘텐츠가 다른 만큼 최대의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란 평가가 주를 이룬다.

웨이브 신규 CB에 1,500억원·1,000억원 투자

28일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와 CJ ENM은 전날 각각 1,500억원, 1,000억원을 웨이브에 투자했다고 공시했다. 티빙의 대주주인 CJ ENM(지분 48.9%)이 웨이브 대주주 SK스퀘어(40.5%)와 함께 웨이브의 신규 발행 전환사채(CB)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향후 진행될 사업 결합을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게 양사의 설명이다.

웨이브는 CB 2,500억원을 신주로 발행해 양사에 배정한다. 이를 통해 기존 재무적투자자(FI)들의 CB를 상환하고, FI는 전략적투자자(SI)로 전환한다. 이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나머지 금액은 투자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웨이브는 이와 같은 적극적 투자 및 방송통신미디어간 협업 시너지를 통해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SK스퀘어와 CJ ENM은 향후 본계약을 마무리하는 대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내 합병법인을 출범할 예정이다. 합병 방식은 CJ ENM으로의 기업결합을 추진하는 형태다. 합병법인의 경영권을 CJ ENM 측에서 가져간다는 의미다. 양사는 향후 티빙과 웨이브 통합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K-OTT를 출범, 이용자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내 미디어 산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한명진 SK스퀘어 사장은 “이번 전략적 공동 투자를 시작으로 웨이브와 티빙의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며 “향후 양사 통합을 추진해 통합 OTT의 미래 성장을 달성하고, 대한민국 OTT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상현 CJ ENM 대표이사 또한 “이번 투자 협약을 통해 고객 편의성 제고와 콘텐츠 공급 등 다양한 사업적 협력의 물꼬를 텄다”고 자평하며 “향후 이용자들의 만족도와 토종 OTT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상파 3사는 찬성, KT만 ‘고심’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본격 추진된 건 지난해 말부터다. 티빙과 웨이브의 모회사인 CJ ENM과 SK스퀘어는 지난해 12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불씨를 지폈다. 이에 시장에서는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 대항할 수 있는 토종 OTT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후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두 회사의 복잡한 주주 관계가 합병 논의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먼저 웨이브 쪽에서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티빙 합병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웨이브는 SK스퀘어(40.5%)가 최대 주주로 있는 가운데 지상파 3사가 지분을 각각 19.8%씩 보유하고 있다. 다만 지상파 3사의 중계권과 관련한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다. 현재 지상파 3사의 중계권은 웨이브가 독점하고 있는데, 해당 중계권을 두고 넷플릭스가 웨이브보다 좋은 계약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웨이브가 티빙과의 합병으로 분주한 틈을 노린 넷플릭스가 국내 지상파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티빙은 아직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티빙 지분은 모회사 CJ ENM이 48.9%를 보유해 최대 주주다. 그리고 KT스튜디오지니(이하 KT, 13.5%), 젠파트너스앤컴퍼니(13.5%), SLL중앙(12.7%), 네이버(10.7%) 등이 대주주로 있다. 이 가운데 합병안에 찬성 의사를 밝히지 않은 곳은 KT가 유일하다. KT는 자사의 인터넷TV(IPTV) 사업이 받을 영향을 고려하는 모습이다. 김훈배 KT 미디어플랫폼본부장은 이달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티빙과 웨이브 합병은 유료방송 시장 전체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으며,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T 설득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국내 IPTV 시장의 성장 둔화가 뚜렷한 가운데 오랜 시간 업계 1위를 지켜온 KT에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의하면 작년 하반기 KT의 IPTV 가입자는 886만5,968명으로 시장 점유율은 24.39%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가입자는 942만3,000명으로 직전 반기 대비 0.5% 증가에 그치며 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콘텐츠 라인업 강화, 다양한 시청자 유인 가능

시장에서도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과정을 눈여겨보는 모양새다. 오랜 시간 적자의 늪에 빠져 있던 티빙이 가입자 증가 및 프리미엄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확대로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웨이브와의 합병을 통해 그 시너지가 폭발할 거란 기대에서다. 올해 3분기 티빙은 드라마 ‘엄마친구아들’과 예능 ‘서진이네2’ 등 프리미엄 콘텐츠의 교차 편성 전략과 ‘2024 KBO 리그’ 등 킬러 콘텐츠 및 광고 요금제(AVOD)로 유료 가입자를 대거 유인했고, 그 결과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4% 오른 3,565억원, 영업이익은 471.5% 증가한 108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웨이브와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1,0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할 전망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통계분석기관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의 올해 3분기 월간활성사용자 수(MAU)는 780만 명가량이며 웨이브는 440만 명 정도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의 MAU는 약 1,1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중복 가입 등의 문제로 단순 합산할 순 없지만 티빙과 웨이브의 중심 콘텐츠가 각 스포츠, 지상파 콘텐츠임을 고려하면 핵심 시청층이 다르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한다면 티빙의 스포츠를 통해 젊은 세대와 남성층을 공략할 수 있고, 웨이브의 지상파 3사 콘텐츠를 통해 중장년층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어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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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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