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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까지 천연 자원 의존도 50% 감축 니켈·코발트 회수율 99% 이상, 기술로 증명 회수 자원 80% 신규 배터리에 재투입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가 국제 비영리단체인 엘렌 맥아더 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 EMF)과 손잡고 배터리 순환 경제를 위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핵심은 20년 안에 신규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천연 원자재 의존도를 절반으로 줄여 배터리 생산과 원자재 채굴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다.
CATL-EMF, 순환 경제 로드맵 발표
9일(현지시각) 글로벌 지속가능성 미디어 서스테이너빌리티 매거진에 따르면 CATL과 EMF 양측은 최근 런던 기후 행동 주간에 열린 EMF 주최 고위급 토론회에서 공동 목표를 발표하며 지속 가능한 배터리 산업의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CATL의 장 리(Jiang Li) 부사장은 "20년 안에 모든 신규 배터리 생산량의 절반을 천연 원자재 없이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목표는 앞으로 배터리 시스템을 바꾸려는 광범위한 세계 이해관계자들에게 중요한 지침이 될 전망이다.
EMF의 존퀼 해켄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은 순환 경제가 실제로 구현될 특정 거시 분야에 더욱 집중해야 할 때며, 그중 하나가 바로 핵심 광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가 세계를 양극화하고 원자재 안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때에 우리는 자원의 순환을 유지하는 초정치적인 논의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단은 정책, 산업, 학계와 협력해 순환 경제 기반 시설과 혁신 투자가 흐르도록 돕는 몫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야심 찬 목표는 앞으로 업계의 파트너십 확장, 기술 혁신, 그리고 설계부터 재활용까지 배터리 생애주기 전반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40년 세계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1,650억 달러(약 226조3,470억원)를 웃돌고, 1,000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관측된다. 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이차전지 핵심 광물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여 환경 오염 방지에 기여할 수 있다.
시스템·제품·사업 방식까지, 순환 경제 4대 원칙
CATL과 EMF가 순환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제시한 원칙은 4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시스템 재설계다. 채굴, 제조, 사용 등 가치사슬 전반에 순환 개념을 적용해 폐기물과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자원 회복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두 번째는 제품 재설계로, 설계 단계부터 긴 수명, 모듈화, 재사용을 고려한다. 이는 배터리의 분해·수리·재사용이 쉽도록 만들어 첫 수명 이후에도 가치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는 사업 장식의 혁신이다. 단순 소유가 아닌 서비스 기반 방식이나 2차 사용 방식으로 전환해 원자재 소비와 경제 성장을 분리한다는 목표다. 마지막은 소재 재활용으로, 고품질의 폐쇄형 순환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해 핵심 소재를 회수하고 신규 채굴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CATL은 이미 이 원칙들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공급망 전반의 탈탄소화를 지원하는 '탄소 사슬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최대 1만8,000번까지 충전하고 방전하는 에너지 저장 배터리를 개발해 자원 사용을 크게 줄였다. 또한 배터리 효율을 높이고 회수 체계를 간소화하고자 1만 개가 넘는 배터리 교체소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재활용 분야에서는 지난해 13만 톤의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1만7,000톤의 리튬염을 회수했다.
특히 CATL의 재활용 기술은 니켈·코발트·망간 금속 회수율 99.6%, 리튬 회수율 91%라는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회수한 자재의 80% 이상을 CATL은 신규 배터리 생산에 다시 투입한다. 현재 해마다 27만 톤의 폐배터리를 처리하는 능력을 갖췄으며, 앞으로 100만 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기지 건설에 4조 투입
CATL은 이를 위해 2023년부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CATL의 자회사인 광둥방푸(廣東邦普)는 최대 238억 위안(약 4조5,000억원)을 투자해 광둥성 포산시에 50만 톤 규모의 배터리 재활용 기지를 건설 중이다. CATL은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데 4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광둥방푸는 CATL이 지분 64.8%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리튬배터리 소재 및 자원 개발·생산·판매 뿐 아니라 리튬배터리 회수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보증 기간은 통상 8년 또는 주행거리 12만㎞다. 배터리 용량이 80% 미만이면 전기차에 적합하지 않아 재활용 또는 폐기 처리돼야 한다. 최근 들어 전기차 판매가 확대되는 데다 배터리 주요 원료인 리튬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기차 배터리의 재활용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CATL은 주요 자동차 제조 업체들과의 협업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CATL는 스웨덴 볼보와 배터리 재활용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볼보 전기차에서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CATL이 수거·분해한 뒤 니켈·코발트·망간 등 광물을 90% 이상 회수하는 게 골자다. 추출된 광물은 재활용 과정을 거쳐 볼보 신형 전기차에 다시 탑재된다. 앞서 볼보는 전기차에 배터리 재활용 소재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볼보는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전기차에서 배터리 재활용 소재를 평균 30% 사용하고, 2030년 이후에는 35%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