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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신생아 수 전년 동기 대비 10.1% 급증 코로나19 엔데믹 효과·정부 정책이 상승세 견인 합계출산율 9년 만에 반등 전망, 전문가 평가는 엇갈려
출산율이 뚜렷한 반등 추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혼인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태어난 소위 '엔데믹 베이비'가 출산율 상승세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2015년 1.23명 이후 꾸준히 하락하던 합계출산율이 올해 9년 만에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생아 수 증가 추세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태어난 신생아는 2만59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10.1% 증가했다. 지난 7월부터 3개월 연속 2만 명을 넘어선 데다, 증가율로 따지면 2011년 1월 10.8%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다. 3분기 기준 출산율은 0.76명으로 전년 동기(0.71명)보다 0.5명 늘어났다.
출산율이 반등한 주요 원인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뤄졌던 혼인 수요가 급증한 후 태어난 엔데믹 베이비가 지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출산의 선행지표인 혼인 건수는 코로나19 시기(2020~2021년) 직전 연도보다 각각 10.7%, 9.8% 하락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사실상 종식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올해 9월 혼인 건수는 1만5,36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8%나 늘었다. 3분기(7~9월) 전체 혼인 건수는 5만1,70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0% 급증했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 계속되면 올해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이 지난해(0.72명)보다 높은 0.74명을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올해 합계출산율은 지난해보다 높은 0.74명 내외로 전망된다”고 발언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합계출산율이) 2024년에는 전년 대비 0.02명 상승하며, 2028년까지 완만히 상승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정책 효과 있었나
정부는 강화된 저출생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해석한다. 유혜미 저출생대응수석은 지난달 27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최근 출생 및 혼인 증가에는 이번 정부 들어 일·가정 양립 지원 확대와 주거, 결혼 페널티 해소 정책 등 청년들이 원하는 방향의 저출생 대응 정책이 강화된 영향이 있다”며 “올해 저출생 정책을 보고 청년들이 향후 출산 시 일·가정 양립, 돌봄에 있어 보다 많은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부터 양육비 보전, 일·가정 양립에 중점을 둔 각종 저출생 대책을 발표해 온 바 있다. 우선 올해 1월부터 부모급여가 0세 기준 월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었고, 첫만남이용권 역시 둘째아 이상부터 300만원(당초 200만원)으로 확대됐다. 육아휴직제도 역시 당초엔 생후 12개월 이내 자녀를 돌보는 부모에게 첫 3개월간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는 '3+3' 제도였지만, 올해부터 생후 18개월 이내 자녀의 부모에게 휴직 첫 6개월간 통상임금을 모두 지급하는 '6+6' 제도로 변경됐다. 육아휴직에 따른 대체 인력을 고용한 기업에 제공되는 대체인력 지원금 상한도 월 8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상향됐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 정책을 필두로 한국의 출산율이 바닥을 찍고 오름세를 보일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결혼·출산 선택의 기로에 있는 청년세대를 타게팅해서 체감 효과가 날 수 있도록 정책 폭을 넓혔는데, 그런 정책들이 결혼·출산 선택에 있어 넛지 효과(강요하지 않고 유연하게 선택을 유도하는 방법)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며 “출산율은 가파르진 않아도 저점을 찍고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나친 낙관론 경계해야"
다만 일각에서는 올해 합계출산율이 0.74까지 상승한다고 해도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센터 책임연구원은 “전망대로 출산율 0.74가 나온다고 해도 반등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수치가 너무 작다”며 "현재 상황은 출산율이 '올랐다'기보다는 '하강이 멈췄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짚었다. 그는 "(출산율이) 올랐다고 보려면 재작년 출산율 수준(2022년 0.78명)보다 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어진 결혼·출산율 상승세는 어디까지나 엔데믹에 따른 '기저효과'에 불과한 만큼, 상황을 낙관적으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는 평도 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반등은 팬데믹으로 미뤄진 것들이 실행이 되면서 생긴 기계적인 흐름이고 수치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며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오히려 상황이 더 안 좋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미미한 수치 변화에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학 전문가는 "이번 출산율 반등이 엔데믹에 따른 '반짝 효과'인지 추세적 반등인지는 불분명하지만, 0.7명대에 만족해서는 인구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며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수십 년 뒤에는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고 짚었다. 이어 "정부 역량을 총동원해 추세 전환 흐름을 살리고, 출산율을 1명대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