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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파병 전철 밟나" 北, 러시아에 3만 명 추가 파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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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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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북한군,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 투입할 것"
지난달에도 6,000명 파견 소식 전해져
北, 또 다른 '한강의 기적' 꿈꾸나

북한이 러시아에 최대 3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추가로 투입할 것이라는 우크라이나 당국의 전망이 제기됐다. 지난달 6,000명 규모 파병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재차 북한군의 추가 파견 가능성이 부상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북한의 적극적인 움직임에서 우리나라의 '베트남 파병' 전례를 연상하고 있다.

러시아에 북한군 '또' 파견된다?

2일(이하 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위해 2만5,000∼3만 명의 병력을 추가 파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NN이 입수한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의 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북한군의 추가 병력은 수개월 내에 러시아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미 북한군이 자국 부대에 합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장비, 무기, 탄약을 제공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북한군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전투에 참여해 러시아군의 역량을 강화하고 대규모 공세 작전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국은 러시아가 병력 수송을 위해 탈것을 정비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한 상태다. 실제 CNN이 확보한 위성 사진에는 지난해 북한군을 수송했던 것과 유사한 유형의 수송선이 지난 5월 18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두나이 군항에 도착한 모습이 담겼다. 지난달 4일 북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는 일류신(IL)-76으로 추정되는 수송기가 포착되기도 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 당국이 제시한 2만5,000~3만 명이라는 숫자가 과도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 평화 관련 문제를 분석하는 비영리 초당파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분명 그만큼의 병력을 제공할 능력은 되지만, 정예 병력은 아닐 것”이라며 “김정은이 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으니 러시아가 무엇을 요청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파병 규모는) 1만∼2만 명이 더 현실적인 것 같다”면서 “러시아 장성들이 이미 북한에서 병력을 훈련해 왔다는 소문들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북한군 병력 손실 막심

북한군의 러시아 추가 파병 소식이 전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북한을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동하고, 이후 러시아 매체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러시아 영토에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기 위한 공병 병력 1,000명과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파괴된 인프라를 재건하기 위한 2개 여단 규모 군사 건설 인력 5,000명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당시 쇼이구 서기는 "이번 파병은 북측이 러시아에 보내는 형제적 지원의 일환"이라며 양측의 건설적 협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같은 시기 "두 나라 간 조약의 범위 내에서 공화국이 협조할 내용을 확정하고 관련 계획을 수락했다"며 관련 소식을 보도했으나,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는 추가 파병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음으로써 내부 동요를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처럼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추가 병력 파견 논의가 이어지는 것은 장기화하는 전투로 인해 북한군에서 막대한 병력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작년 11월 1만1,000여 명의 병력을 러시아로 보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점령 중인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됐으나, 전투 도중 상당한 피해를 보고 지난달 후방으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당국은 북한군 사상자와 실종자가 4,000~6,000명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역시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군 전력이 파병 후 3개월 만에 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 파병' 전례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번 파병과 1964년부터 1973년에 걸쳐 진행된 국군의 베트남 파병을 비교하기도 한다. 베트남 파병은 미군을 한반도에 붙잡아 두기 위해 우리나라가 던진 승부수였다. 당시 미국은 주한 미군 2개 사단을 빼내 베트남전에 투입하려 했으며, 차출된 미군은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군사·경제력 방면에서 북한에 밀리던 한국 입장에서는 심각한 안보 위협이 발생한 셈이다. 이에 박정희 정부는 미군 대신 한국군을 베트남에 보내겠다고 제안하며 미군 차출을 막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베트남 파병이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압축 성장의 기반이 됐다고 평가한다. 한 외교 전문가는 "장병들의 달러 수당, 기업들이 벌어온 공사 대금 등이 유입되면서 척박했던 한국 경제가 재기의 발판을 다질 수 있게 됐다"며 "우리나라는 이 외화를 초기 자본 삼아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한 각종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다만 당시 한국군의 참전 인원이 총 32만 명에 달했고, 그 중 자그마치 5,099명이 사망했다는 비극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북한 역시 이 같은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군은 러시아 파병에 대한 대가로 1인당 월 2,000달러(약 277만원)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한 달 치로 환산하면 13만2,400원 수준인데, 이 돈의 스무 배가 넘는 액수를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월급으로 받는다는 얘기다. 만약 우크라이나 당국의 전망대로 3만 명이 추가 파병될 경우, 그만큼 외화 유입이 늘며 북한의 경제적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다. 북한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가 파병을 감행하며 베트남 파병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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