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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베트남 무역협상 타결, 관세율 인하-시장 개방 ‘맞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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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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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베트남과 무역협상 합의
미국산 제품은 '제로 관세', 환적 물품엔 40% 부과
베트남, 농산물 30억 달러 구매 약속도

미국이 베트남과 관세율 인하와 시장 개방을 맞바꾸는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유예 기간 만료를 앞두고 나온 조처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 국가와 이 같은 형태의 무역합의를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합의에 따라 베트남산 수입품에는 20%의 관세가, 중국산 부품 등을 거쳐 우회 수출되는 환적(transshipping, 제3국이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 물품에는 4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

미·베 무역합의 도출

2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또럼(To Lam)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대화한 후 베트남과 막 무역 합의를 했음을 발표하게 돼 영광“이라며 ”이는 양국 협력을 이끄는 위대한 합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이번 합의의 핵심은 베트남이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대해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제3국을 우회한 재수출에 대해서는 40%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자국산 제품을 베트남 시장에 ‘전면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초기 베트남에 대해 적용된 관세율(46%)을 고려하면 대폭 인하가 이뤄진 것으로, 환적 상품에 대한 고관세 조치는 베트남을 경유해 유입되는 중국산 제품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베트남은 미국에 시장을 개방할 것이며 우리는 베트남에 무관세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며 “전례 없는 조치”라고 자평했다.

미국 측이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올해 1∼4월 교역량 기준 △중국 △아일랜드 △멕시코 △스위스에 이어 5번째로 많은 무역 적자를 미국에 안긴 나라다. 이번 합의로 가금류, 돼지고기, 소고기를 포함한 농산물과 불특정 공산품에 대한 우선적 시장 접근권이 미국에 제공될 예정이다. 아울러 공동성명 초안에는 베트남의 보잉 항공기 50대 도입, 미국 농산물 29억 달러(약 3조9,000억원) 구입 등의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및 대형 엔진 차량이 베트남으로 수출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첫 무역합의

이번 합의는 미국이 지난 4월 일방적으로 발표한 46% 고율 관세 방침을 유예한 뒤, 이달 8일 유예 시한 만료를 앞두고 전격 체결된 것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영국, 중국에 이어 미국과 무역합의를 체결한 세 번째 국가가 됐다. 이번 합의는 미국이 동남아 주요 무역 파트너와의 양자 협상을 통해 자국 산업에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낸 사례로 평가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협상 과정에서 베트남 측에 △중국산 환적 단속 강화 △비관세 장벽 철폐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 등을 요구해 왔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모든 대미 관세 철폐를 제안하고, 3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나이키, 갭, 룰루레몬 등 베트남 내 주요 제조시설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정계 로비에 나서며 협상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정부는 대미 수출의 46%에 달하는 관세가 부과될 경우 자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해 왔다. 베트남의 수출 주도 경제는 전자제품, 의류, 신발 등의 제품을 미국에 대량 수출하고 있으며, 이들 산업은 고율 관세에 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베트남은 미중 무역갈등 이후 생산기지가 중국에서 이동하면서 미국 소비재의 대체 공급지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1,370억 달러(약 186조원)로 미국의 여섯 번째 수입국이 됐으며 무역수지 흑자는 중국,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베트남의 관세 협상, 트럼프 당선 직후 시작

베트남의 관세 협상 대비는 트럼프 대통령 재당선 직후부터 시작됐다. 미국의 관세율 발표 다음 날인 지난 4월 3일, 베트남은 팜민찐(Pham Minh Chinh) 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었다. 4일에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호득폭 부총리와 협상단이 미국으로 출발했다. 부총리 일행과 별도로 베트남 기업인 200명 역시 같은 시간 미국으로 떠났다. 기업인 중에는 금융, 은행, 항공, 에너지, 기술, 수출입 등 다양한 부문에 걸친 인사들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구매하는 입장에서 미국 기업들과 협의를 하러 간 것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전세 항공기를 마련하기도 어렵거니와 베트남에서 미국 비자 발급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다. 각기 다른 베트남 기업인 200명이 한꺼번에 미국을 가려면 사전에 충분히 준비됐다고밖에 할 수 없다.

실제 트럼프가 당선되고 얼마 되지 않은 2024년 11월 27일, 하노이에서 판민찐 베트남 총리와 주베트남 미국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베트남·미국 경제 정상회의’가 열렸는데 당시 베트남 정부는 미국산 제품 구매 계획을 풀어놨다. 도흥비엣 베트남 외무부 차관은 “미국과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항공기, 액화천연가스(LNG), AI칩 등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라는 표현에는 세계 3위 대미흑자국 베트남이 미국의 적자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후 베트남의 미국산 제품 구매는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겨졌다.

베트남 정부의 물밑 협상은 점차 빛을 발했다. 지난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로 관세율을 발표할 때 베트남에 대해서만 남다른 멘트를 남겼다. 그는 “베트남, 대단한 협상가들, 훌륭한 사람들, 베트남 사람들은 나를 좋아한다. 나도 베트남 사람들을 좋아한다(Vietnam, great negotiator, great people. They like me, I like them)”고 말했다. 이를 두고 외교 전문가들은 베트남에 46%라는 최고 관세율을 부과한 것이 미안해서 저런 멘트를 남겼을 리 없다고 봤다. 트럼프 특유의 양면 전술 화법으로 평가될 수도 있지만, 베트남과의 물밑 협상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라는 데 무게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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