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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에도 성별 고용 격차는 오히려 확대 남성 중심 인센티브 구조가 여성 고용 기회 제한 성평등은 문화가 아니라 설계로 달성되는 구조적 문제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2025년 1분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사상 최고치인 67.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남성의 참가율은 81%에 도달해, 성별 격차는 오히려 0.5%포인트 확대됐다. 수치상으론 진전이지만, 실제론 평등과는 거리가 멀었다. 스페인의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4년 수출 호황으로 새로 생긴 일자리 가운데 여성에게 돌아간 몫은 36%에 불과했다. 고등교육 졸업자 중 여성 비중이 55%였던 점을 고려하면, 인재는 충분했지만, 수요는 여전히 남성 쪽으로 기울었다.
경기가 회복돼도 기업은 여성보다 남성을 먼저 채용한다. 임금 체계, 조세 설계, 위험을 회피하려는 기업의 판단까지, 모두 남성을 ‘더 경제적인 인력’으로 만든다. 편향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격차는 개선되지 않는다.

베트남 분단이 남긴 태도의 차이
베트남의 북부와 남부는 서로 다른 체제를 경험했다. 북부는 사회주의 이념 아래 여성의 경제활동을 국가적 과제로 삼았고, 보육 인프라 등 제도적 지원을 병행했다. 반면 남부는 보다 전통적인 가족 중심 규범을 유지했다. 통일 이후에도 이 차이는 여성의 고용 행태에 영향을 미쳤다. 수출 확대 이후 북부에서는 고소득층 여성 일부만 노동시장에서 이탈했지만, 남부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전반적인 여성 고용률이 감소했다.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s Survey)에 따르면, 여성의 일과 육아 병행 가능성에 대한 인식에서도 지역별 격차가 컸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과거의 제도와 정책은 지금의 고용과 인식을 다르게 만든다. 규범은 고정된 문화가 아니라, 설계 가능한 결과라는 사실을 이 사례는 보여준다.

주: 남부와 북부 응답자 간 응답 차이 계수 (X축), 설문 문항 목록(Y축)/성역할 태도(남성 우선 고용, 남성 중심 교육, 남성 경영 적합, 여성 고소득은 문제), 노력·운·공정성 인식(일 안 하면 나태, 일은 사회 의무, 노력하면 성공, 모든 건 운명, 동일 노동에는 동일 임금)
가격 신호가 바뀌면 행동도 바뀐다
뉴욕시는 2022년 임금 공개법(Salary transparency law)을 도입해 채용 공고에 급여 범위를 명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시행 두 차례 채용 주기 만에 성별 임금 격차는 1.4%포인트 줄었고, 여성의 기대 임금 인식도 같은 폭으로 상승했다. 임금이라는 시장 신호가 바뀌자, 노동에 대한 태도도 달라진 것이다.
2025년 페이스케일(Payscale)은 120만 건의 임금 협상 사례를 분석한 결과, 같은 경력과 이력서를 가진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6% 낮은 임금을 요구했고, 오퍼를 거절할 확률도 더 높았다. 제시된 임금이 돌봄 부담을 포기할 만큼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기준선’은 시장 평균이 아니라 삶의 선택과 맞물린 체감 가치다.
OECD와 그 파트너 국가 32곳의 2023~2025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유사하다. 성 역할 인식이 진보적이라 해도, 예상 임금이 가사 노동보다 18% 이상 높지 않으면 여성 고용은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 행동은 신념이 아니라 보상에 반응했다.
경기 확장기는 남성을 우선시한다
2024년 링크드인 글로벌 채용 지수에 따르면, 고위직 여성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영어권 6개국의 1억8,000만 건 구인 공고를 분석한 결과, 수익 변동성이 큰 산업에서 GDP 성장률이 분기당 1%포인트 증가할 때 남성이 최종 후보에 오를 확률이 4%포인트 높아졌다. 기업은 돌봄 공백 등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남성을 더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정책 자금도 이 흐름을 강화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2024년 대출 확대 정책은 기계 및 공구 산업의 일자리를 16% 늘렸지만, 교육 기술 분야는 3% 증가에 그쳤다. 즉, 자본이 건설, 에너지, 중공업 등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 산업에 몰리면서, 여성 중심 서비스업을 밀어낸다.
이런 현상은 선진국만의 일이 아니다. 베트남은 여성 대 남성 경제활동참가율이 90%를 넘는 국가지만, 2000년대 이후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무역 자유화와 빠른 경제성장이 동시에 진행된 시기다. 고용 기회는 열렸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쌓이자, 전통적인 성 역할 규범이 되살아났고,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이 두드러졌다.

주: 연도(X축), 경제활동참가율(Y축)/베트남, 스웨덴, 영국, 독일, 중국, 미국, 동남아시아, 일본, 대한민국
결국 성장은 자동으로 고용 평등을 이끌지 않는다. 경제적 확장은 구조적 편향을 드러내고 강화할 수 있다. 이를 방치하면 다음 고용 사이클에서도 성별 격차는 반복될 것이다.
동유럽이 증명한 제도의 힘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는 과거 사회주의 체제 아래 여성의 경제활동이 적극 장려됐던 국가다. 1990년대 민영화와 임금 격차 확대는 일시적 후퇴를 불러왔지만, 이후 정책 개입을 통해 반등에 성공했다. 2024년 현재 이들 국가의 성별 고용 격차는 2% 미만으로, 일부 북유럽 국가보다 낮다. 핵심은 구조였다. 강제 임금 감사제도와 남성을 위한 육아휴직 의무 할당제는 성별 분업 인식을 재조정했다. 남성의 육아휴직 일수는 평균 2주에서 8주로 늘었고, 그 결과 여성의 전일제 고용률은 3년 후 평균보다 14%포인트 높아졌다. 포르투갈과 브라질도 유사한 제도를 통해 성평등 고용을 확대했다.
반론은 실증 앞에 설득력을 잃는다
여성 고용 확대에 대해 제기되는 대표적인 반론은 비용 부담이다. 하지만 스웨덴의 임금 투명성 제도는 전체 급여 대비 0.06%의 비용만 소요됐고, 이직률 감소를 통해 14개월 안에 회수됐다. 돌봄 서비스 수요 급증이 보육료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OECD는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돌봄 부문 고용이 0.7%포인트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수요가 공급을 자극하며 보육료 가격 상승은 억제된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2024년 이민자 보육 인력 양성 보조금으로 이를 실현했다. 여성의 노동시간 증가가 출산율 하락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최근 데이터에선 설득력을 잃는다. 2019년 이후 출산율이 가장 빠르게 회복된 OECD 5개국(라트비아, 프랑스, 아이슬란드, 포르투갈, 한국)은 모두 여성 전일제 고용 증가율이 높았던 나라다.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수록, 여성은 일과 육아를 동시에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성장을 설계해야 할 때
성장은 그 자체로 평등하지 않다.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격차는 유지되거나 악화된다. 규범은 시장 신호이고, 정책은 그 신호를 조정하는 도구다. 이제는 성장을 그냥 지켜볼 게 아니라, 방향을 설계해야 할 때다.
원문의 저자는 퀜 흐윈(Quynh Huynh) 이민 연구 및 분석 센터(Centre for Research and Analysis of Migration, CReAM) 연구원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Gender role attitudes and female labour suppl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