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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은 폭등하고 기업가치는 급감, 카카오모빌리티 2대주주 美 TPG ‘엑시트’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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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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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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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 매각 거듭 난항, VIG파트너스 지분 인수 불확실
6,000억 투자한 美 TPG, 치솟는 달러에 난감
7조원 기업가치 2조원대로, 투자금 회수 먹구름

카카오모빌리티가 ‘콜 몰아주기’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오랜 난제인 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또한 오리무중에 빠졌다. 최대주주인 카카오 측은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지만 글로벌 사모펀드(PE)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 외국계 PE들은 팔고 싶어도 치솟는 달러로 인해 섣불리 엑시트하기 어려운 상태다. 반면 환율과 큰 상관이 없는 국내 재무적 투자자(FI)들은 가능한 빨리 매각하길 원하지만, 이들은 카카오 측 지분이 먼저 팔려야만 동반 매각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다.

VIG-골드만,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인수 '답보'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PE 운용사 VIG파트너스는 최근 골드만삭스 얼터너티브(대체투자부)와 손잡고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2대 주주인 TPG는 물론, 카카오가 보유한 지분도 일정 부분 떠오는 방식이다. 다만 딜 클로징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환율 변동성 및 국내 정권 교체 가능성 등이 얽혀 있어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동안 대규모 외부 투자를 여러 건 받으면서 복잡한 주주 구성을 갖추게 됐다. 최대주주 카카오가 과반인 57.30%를 갖고 있으며 TPG 컨소시엄이 지분 24.51%를 보유 중이다. TPG 컨소시엄에는 TPG를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오릭스PE, JC파트너스, 블랙록, GEM캐피탈, OA모빌리티유한회사, 토팡가 등이 포함돼 있다. 3대주주는 지분 6.17%를 보유한 칼라일이다. 이밖에 LG가 2.46%, GS가 2.04%, 구글이 1.52%를 보유 중이다.

투자 당시 컨소시엄에 속한 FI들은 카카오와 주주 간 계약을 맺었는데, 2021년까지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장하지 못하면 TPG가 이사회를 1석 이상 차지하고 상장에 대한 주도권을 갖기로 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TPG의 윤신원 부대표와 이서경 이사가 카카오모빌리티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TPG 컨소시엄은 모두 카카오에 대해 태그얼롱(Tag-along, 동반매각참여권)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가 지분을 매도하려고 할 때 같은 조건으로 동반 매각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는 카카오가 지분 전량이 아닌 일부만 팔 때도 해당된다.

아울러 컨소시엄에 속해 있는 FI들은 서로의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권도 갖고 있다. 이들 중 한 곳이 매각을 추진할 때 서로의 지분을 먼저 살 권리가 있는 것이다. 우선매수권은 TPG 컨소시엄에 속한 FI들 사이에서만 행사 가능하며, 3대 주주인 칼라일 지분에 대해서는 행사할 수 없다.

TPG 컨소시엄 등 투자자 발등에 '불'

다만 최근 지분 매각설이 나온 TPG는 실제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초 시장에서는 TPG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매각하는 안과 관련해 복수의 FI 및 SI(전략적투자자)와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카카오모빌리티 실적이 성장세에 있긴 하나 윤석열 정부 들어 카카오그룹의 성장세가 더딘 데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금융당국의 주요 타깃이 되면서 투자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를 향한 금융당국의 칼날도 골칫거리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T는 택시호출 시장 94%를 차지할 정도로 독점적 지위에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타사 가맹택시에 대한 카카오 콜 차단 논란)와 금융감독원(매출 부풀리기 의혹) 등 당국의 제재가 잇따르면서 카카오모빌리티도 평판 리스크에 직면한 상황이다.

당초 카카오모빌리티는 1조1,000억원을 외부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기업공개(IPO)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2021년께 카카오그룹의 골목상권 침해와 쪼개기 상장에 대해 여론이 악화하면서 상장 작업이 한 차례 중단됐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국내 최대 PE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영권 지분 인수를 타진했지만 노조의 반발 등을 이유로 결렬됐다. 이후 FI들의 엑시트 요구가 이어지면서 IPO를 재추진했으나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며 결국 무산됐다.

환율 때문에 못파는 글로벌 PE vs 팔고 싶은 국내 FI

그런데 TPG는 이달 들어 돌연 입장을 선회한 모습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최근 실적이 좋아 지분을 당장 팔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첫 투자를 단행한 지 8년이 지났고 상장은 이미 물 건너간 만큼, 현시점에서 급하게 매각하기보다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TPG가 지금 지분 매각을 추진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우선 펀드에 자금을 댄 외국계 출자자(LP)들이 엑시트하는 것을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바라볼 정도로 폭등한 만큼(원화 가치 하락), LP 입장에서는 지금 엑시트하면 출자했던 시기와 비교할 때 환차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다. PE가 포트폴리오사를 매각하면 LP에 1~2개월 뒤 정산해 주는 게 일반적인데, 현재 원화 가치가 너무 떨어져 LP 입장에서는 정산받기가 꺼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얘기다. 이는 TPG뿐 아니라 컨소시엄에 속한 블랙록, 그리고 3대 주주인 칼라일에도 해당하는 문제다.

급감한 기업가치도 셈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다. 한때 7조원을 넘었던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는 최근 2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10일 기준 카카오모빌리티 1주당 가격은 9,750원으로 추정 시가총액은 2조4,840억원이다. 2021년 TPG 컨소시엄 등이 투입한 3조3,000억원보다 낮은 수준으로 내려온 것이다.

이에 반해 펀드 LP가 주로 국내 기관으로 구성된 한국투자증권 등은 빠른 엑시트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TPG 지분이 아닌 최대주주 카카오 지분에 대해서만 태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카카오가 결단을 내리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당분간 카카오가 지분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김범수 의장이 지난해 보석으로 나오고 나서 카카오 내부에서 ‘뭔가 의미 있는 M&A 딜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갑자기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그룹 전체적으로 무언가 섣불리 결정하기보단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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