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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포드 등과 배출권 풀 구성
배기가스 ‘제로’, 초과 배출권 한가득
유로7 시행 후엔 전기차도 규제 대상
올해부터 강화된 유럽연합(EU)의 배출가스 규제로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1조원이 넘는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모든 판매고가 배기가스를 내뿜지 않는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만큼 배출권 판매로 막대한 이득을 볼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EU의 관련 규제가 일부 개정을 앞둔 만큼 그 효과는 길지 않을 전망이다.
배출가스 제한 km당 95g→93.6g
9일(이하 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투자 은행 UBS는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테슬라는 자사의 전기차 판매고를 바탕으로 도요타, 스텔란티스, 포드를 비롯해 최소 5개 자동차 제조사와 연내 ‘배출권 풀’을 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출권 풀은 전기차 판매 비중이 높은 기업이 배출량을 초과한 여타 기업들에 배출권을 유상 판매라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그간 EU는 운송수단 및 생산 시설의 배출가스 절감을 위해 탄소국경세(CBAM)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시장 내 업체들이 일종의 ‘풀’을 구성하고, 경매 가격에 따라 배출권을 거래하는 배출권 거래제도(ETS)를 허용해 왔다. 현재 유럽에서는 ETS를 통해 전력 생산, 산업 시설, 항공 등에서 발생한 탄소의 약 45%가 거래되고 있다.
EU는 올해부터 신규 등록되는 차량의 평균 탄소 배출량 상한을 ㎞당 95g에서 93.6g으로 강화했다. 수치상으로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실제 자동차 제조사가 줄여야 할 배출 가스량은 사실상 20%에 가깝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까지는 NEDC 방식을 기준으로 했지만, 올해부터는 WLTP를 기준으로 탄소배 출량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WLTP는 NEDC 대비 주행거리, 주행시간, 평균 속도 등 모든 시험 항목에서 더욱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한다. 전문가들은 WLTP 기준으로 작년 배출가스 목표(95g/km)를 재측정하면 116g/km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봤다. 만약 EU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해당 자동차 제조사는 g당 95유로(약 14만3,000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패트릭 휴멜 UBS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모든 초과 배출권이 시장화할 경우, 보상액은 10억 유로(약 1조4,000억원)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테슬라 말고도 볼보와 메르세데스-벤츠가 구성한 배출권 풀에서도 최대 3억 유로(약 4,200억원)의 보상금이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7 시행 이후엔 전기차도 규제 대상
다만 전기차 제조사들의 반사이익은 매우 단기간에 그칠 공산이 크다. EU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께 전기차를 오염물질 배출 규제 대상에 포함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EU 이사회는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오염물질 규제 개편안 ‘유로7’을 지난해 4월 채택했다. 유로7의 시행에 따라 전기차는 물론 수소차 등도 규제 대상에 놓였다.
전기차의 경우 배기가스는 배출하지 않지만, 다른 오염물질이 발생한다는 게 EU의 설명이다. 일례로 타이어나 브레이크 패드가 마모되면서 발생하는 미세입자 등 비(非)배기 오염물질을 꼽을 수 있다. 유로7은 이들 비배기 오염물질에 대한 규제로 승용차와 승합차의 경우 순수전기차는 km당 3mg,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 연료전지자동차는 7mg, 내연기관 대형 승합차는 km당 11mg을 넘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로6까지는 내연기관차가 배출하는 산화질소와 일산화탄소, 메탄 등 배기가스만 규제 대상이었다.
이와 함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배터리가 담보해야 할 최소한의 내구성도 제시됐다. 유로7 시행 후 판매되는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 배터리는 차량 인도 후 5년 경과 또는 10만km 주행 이후 출시했을 때의 80% 이상 가용시간을 유지해야 한다. 이후 7년 경과 또는 16만km 주행 시에도 72%가 넘는 가용시간을 유지해야 한다.
미국과 균형 위해 일부 조항 삭제·완화
2022년 11월 EU 집행위가 발의한 유로7 초안은 1년 5개월여에 걸쳐 여러 차례 수정됐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기준과 EU가 제시한 기준이 너무 큰 격차를 보인 탓이다. 미 환경보호청이 지난해 3월 발표한 승용차, 소형 트럭 및 중형 차량에 대한 배기가스 기준에서 2032년식 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은 2026년식 대비 49%로 제시됐다. 이는 초안에 제시된 56%보다 대폭 낮아진 수치다.
미국은 전기차 채택 목표 또한 낮췄다. 애초 미국은 2032년까지 신차 중 전기차 판매 비중을 67%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56%로 하향 조정했다. 대신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은 13%, 하이브리드(HV) 차량은 3%로 조정했다. 해당 규정은 2027~2032년 생산되는 승용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트럭 등에 적용된다.
독일 등 자동차 제조 강국을 중심으로 이뤄진 유럽 내부의 반발 또한 극심했다. 결국 EU 의회는 디젤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가솔린 차량 수준(60mg/km)으로 강화하는 등 유로7 초안의 일부 항목을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또 유로7 시행 후에도 승용차·승합차에 대한 배출기준은 유로6 수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배기가스 입자 수 측정을 기존 PN23(공칭압력 2.3MPa)가 아닌 PN10 수준에서 측정해야 한다. 이 경우 더 작은 입자도 측정에 포함된다. 버스, 트럭은 아산화질소(N2O) 등 유로6에 없던 오염 물질이 규제 항목에 추가됐다. 유로7 최종안은 오는 2027년 이전 발효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