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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냐, 공존이냐” AI 도입 확대에 SW 개발자 채용 시장 긴장감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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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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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개발자 채용 줄이는 글로벌 빅테크들
국내 개발자 83% “AI가 개발 업무 일부 대체”
창의적 사고 등 소프트스킬 중요성 강조 추세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채용 시장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과거 초급 개발자들을 대체하는 수준이었던 AI가 이제는 중급 개발자에 버금가는 코딩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가 쏟아지면서다. 해외 빅테크를 중심으로 신규 채용이 급감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조금씩 변화의 기류가 감지돼 눈길을 끈다.

3~5년 차 중급 엔지니어 수준 업무 소화

14일 업계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국 최대 팟캐스트 ‘조 로건 익스피리언(Joe Rogan Experian)’에 출연해 “올해 안에 AI가 회사 내 중급 개발자 수준의 코딩 작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우리와 유사한 업무를 하는 다른 기업들도 AI를 통해 중급 엔지니어 수준의 코드를 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통상 중급 개발자는 2~5년의 실무 경험을 가진 인력으로, 독립적으로 프로젝트 모듈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역할을 한다.

저커버크 CEO는 AI 도입에 필요한 초기 비용이 상당하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며 개선되는 효율성으로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인간 개발자와 같은 수준의 AI 엔지니어가 코드 작성과 유지보수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게 되면서 인건비 등을 절감할 수 있을 거란 의미다. 그는 “결국 메타가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대부분의 코드는 인간이 아닌, AI 엔지니어에 의해 작성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과거 단순 반복 작업을 하는 수준에 그치던 AI는 오늘날 독립적으로 복잡한 코딩 작업 등을 수행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례로 오픈AI가 지난해 말 선보인 ‘o3’ 모델은 코딩 실력을 평가하는 코드포스(Codeforces) 대회에서 ELO 점수 2727을 기록하며 세계 상위 175명의 인간 개발자와 동등한 성과를 보였다.

AI의 업무 수행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글로벌 IT 기업들은 일제히 채용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세계 최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업체 세일즈포스(Salesforce, Inc.)는 AI 도입 이후 기존 SW 엔지니어의 생산성이 30% 증가했다고 발표하며 신규 채용을 중단했고,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는 추가적인 인간 개발자 채용이 필요하지 않다고 선언했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인사관리 플랫폼 원티드를 운영하는 원티드랩에 의하면 현직 개발자의 83.6%는 생성형 AI가 개발 업무의 일부를 대체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응답 또한 8.2%에 달했다. 현재 생성 AI의 개발 실력을 몇 년 차 개발자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42.9%의 응답자가 1~3년 차 수준이라고 답했다. 중급 개발자에 해당하는 3~5년 차 수준이라는 응답 또한 30.6%로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코딩의 종말” vs. “한계 뚜렷”

AI가 개발 업무에서 어디까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저커버크 CEO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기술기업 경영자들은 개발자 무용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마존의 클라우딩 서비스 AWS를 이끄는 맷 가먼 CEO는 대표적인 자동화 코딩 전환론자로 꼽힌다. 그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SW 개발 풍토는 ​​앞으로 몇 년 안에 근본적으로 바뀔 전망”이라며 “AI 프로그래밍 생태계가 빠르게 성숙하면서 2년 안에 대부분 개발자는 코딩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또한 비슷한 예측을 내놨다. 그는 지난해 두바이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생성 AI 분야에서 이루어진 발전을 감안할 때, 코딩을 배우는 것이 더 이상 야심 찬 개발자의 우선 순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누구도 프로그래밍할 필요가 없는 컴퓨팅 기술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며 “프로그래밍 언어는 ‘인간’이 돼야 하며,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프로그래머가 되는 게 바로 AI의 기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황 CEO가 ‘코딩의 종말’을 예고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반대로 AI의 적용 한계를 주장하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일반 용도의 코딩 어시스턴트가 산업별 코드를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징후가 속속 포착되면서 이를 검토하는 데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는 등 궁극적으로는 작업의 생산성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은 “AI의 코딩 답변 정확도가 허용 오차 범위(98~100%)로 향상되지 않는 한, 이러한 도구들은 실제 프로그래머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AI 랩 전문가이자, 대학 교수인 피터 반 더 푸텐 또한 “AI 코딩 도구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주요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야말로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중요한 기술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숙련된 코더가 없을 경우, 기업은 자동화된 코딩 도구로 인해 발생하는 상당한 양의 ‘기술적 부채’를 떠안는 등 수많은 잠재적 취약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설 자리를 잃게 만들기보단 실질적인 이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는 게 이들 AI 한계론자의 일관된 견해다.

인간 고유 능력 ‘가치 창출·커뮤니케이션’ 중요도↑

전문가들은 개발자가 AI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단순 코딩 지식을 넘어 알고리즘 개발, 제품 설계 등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네이버 클라우드 마스터로 활동 중인 강창훈 SW아키텍트&풀스택 개발자는 “코더는 정해진 표준이나 규칙을 준수해 코딩만 하는 사람이고, 개발자는 비즈니스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에서 요구하는 프로세스와 기능을 코딩으로 구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그 요구를 만족시켜 코드로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개발자라는 의미다.

현장에서도 개발자들에게 기존의 역량 외에 새로운 기술과 능력을 요구하는 사례가 주를 이룬다. 단순 코딩 능력보다는 창의적이고 복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AI 도구가 제공하는 결과물을 분석하고 오류를 검증할 수 있는 정보 판별 능력은 필수 역량으로 꼽힌다. AI 도구의 효율 극대화를 위해서는 명확한 지시와 정보 취합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협업, 커뮤니케이션, 창의적 사고와 같은 소프트스킬의 중요성도 강조되는 추세다. 이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가치로, 개발자들이 기술적 역량 외에 비기술적 역량도 갖춰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지난 12일 발간한 ‘SW 개발자 채용시장의 변화와 생성형 AI의 영향’ 보고서에서 “생성형 AI는 SW 취업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키며,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런 변화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응하느냐가 앞으로의 성공을 결정할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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