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중국 지고 인도 뜬다" 차이나 쇼크에 돌파구 찾는 명품 브랜드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4 week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중국은 이제 끝물, 인도 부자 공략하는 명품들
뭄바이 상업 중심가, 명품 브랜드촌으로
인도 럭셔리 시장 2030년125조원 도달 전망
사진=리치몬트

글로벌 명품 시장 큰손인 중국의 경기 침체로 활기를 잃었던 럭셔리 브랜드들이 인도를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명품 산업이 둔화함에 따라 새로운 시장 개척이 시급한 브랜드 입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는 최적의 시장으로 평가된다. 이에 명품 브랜드들은 앞다퉈 인도인 셀럽을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하는 등 현지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리치몬트, 작년 3분기 매출 10% 증가

1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리치몬트는 이날 2024년 회계기준 3분기(10~12월)에 61억5,000만 유로(약 92조2,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도 동기 대비 10% 증가한 수준으로, 시장에서 예상한 리치몬트 매출성장률 1% 미만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리치몬트는 까르띠에(Cartier), IWC, 반클리프&아펠(Van cleef & Arpels), 피아제(Piaget) 등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WSJ는 “리치몬트는 시계 사업부와 까르띠에, 반클리프&아펠 등이 속한 핵심 보석 사업에서 모두 예상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며 “두 브랜드는 주얼리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이 높은 브랜드로, 다른 경쟁업체보다 중국에서의 부진을 비교적 보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리치몬트의 매출 절반 이상인 45억 유로(약 6조7,500억원)이 보석 부문에서 나왔는데, 보석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명품 산업의 침체가 최악의 시기를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시미어 스웨터로 유명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2.4% 증가한 12억8,000만 유로(1조9,200억원)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리치몬트와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성과는 투자자들에게 명품업계의 최악의 시기가 끝났다는 안심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도 뭄바이에서 개최된 크리스챤디올 가을 컬렉션/사진=크리스챤디올

루이비통·구찌, 글로벌 앰배서더로 인도 배우 발탁

명품업계의 이 같은 실적 상승 배경에는 인도 시장이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 뭄바이 상업 중심가로 꼽히는 타지마할 팰리스호텔 인근은 명품 브랜드촌이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 2023년 11월에는 축구장 10개 크기의 뭄바이 최고의 럭셔리 쇼핑센터 지오월드플라자(Jio World Plaza)도 오픈했다. 여기에는 루이비통, 구찌, 디올, 발렌시아가, 생로랑, 베르사체, 티파니 등 66개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이 가운데 티파니, 베르사체, 불가리 등은 지오월드플라자 입점을 통해 인도에 처음 진출했다.

인도 신흥 부자의 눈에 들기 위한 기업의 움직임도 발 빠르다. 케링그룹의 구찌는 지난해 처음으로 인도 배우 알리아 바트(Alia Bhatt)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했고,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루이비통은 2022년 5월 인도 배우 디피카 파두콘(Deepika Padukone)을 글로벌 앰배서더로 낙점했다. 루이비통이 인도인을 채택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디올 역시 글로벌 앰배서더로 지난해 발리우드 배우 소남 카푸르(Sonam Kapoor)를 발탁했다. 글로벌 앰배서더는 전 세계를 상대로 홍보 활동을 하는 역할로, 로컬 앰배서더보다 더 큰 영향력이 있다. 명품 브랜드들이 인도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프랑스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도 지난해 인도 진출에 나섰다. 여기서 취급하는 명품 브랜드만 해도 2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뭄바이에 1호점을 열었고 연내 뉴델리에 2호점을 만들 예정이다. LVMH도 인도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은 지난해 뭄바이에서 패션쇼를 개최했는데, 유럽의 명품 브랜드가 인도에서 단독으로 패션쇼를 선보인 것은 디올이 처음이다.

"인도 부자 눈에 들어야 생존"

글로벌 금융그룹들도 인도 럭셔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인도의 럭셔리 시장이 향후 7년간 연 15~25%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시장 규모도 현재 230억 유로(약 34조원)에서 380억 유로(약 57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의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베인앤컴퍼니는 2030년까지 인도 럭셔리 시장 규모가 900억 달러(약 125조원)까지 성장해 현재의 3.5배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 보고 있다. 이는 인도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럭셔리 시장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수치다.

이 같은 성장 전망은 인도인들의 명품 지출액에서 기인한다. 인도인들의 해외 사치품 지출액은 2024년 1분기 기준으로 5년 전(2019년 1분기)과 비교해 무려 250%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식당과 교통비 지출이 각각 200%, 숙박비가 150%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단연 앞선 수치다. 실제로 최근 인도 내부 상황은 꽤나 달라지는 분위기다. 우선 3,000만 달러(약 415억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가 늘었다. 2019년 6,986명 수준에서 2021년 1만3,048명으로 급증했다. 2022년에는 소폭 감소해 1만2,069명이 됐지만 이듬해 다시 늘어 1만3,263명이 됐다. 특히 인도의 대표적인 상업도시인 뭄바이는 지난해 1월 기준으로 중국 베이징을 꺾고, 집계 이후 최초로 아시아에서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도시로 꼽히기도 했다.

소비 트렌드 변화도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 인도에선 명품 시계 롤렉스가 품절 대란이다. 사고 싶어도 물건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벤츠, 아우디 등 독일 고급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주문하면 6~8개월이 지나야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다. 여기엔 상위 중산층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인도 중산층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계층으로 연간 6.3%씩 증가하고 있다. 현재 전체 인구(14억 명)의 약 28%인 3억3,800만 명이 중산층으로 집계되는데 이 수치는 2031년 38%로 늘어나고 2047년에는 60%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도의 경제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 GDP(국내총생산)를 4조3,398억 달러(약 6,328조원)로 추정했다. 일본(4조3,103억 달러)을 앞서며 세계 4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인도가 1980년대 중국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이 경제개혁을 실시하면서 1980년대 연평균 10% 성장을 이뤄냈고 1980년대 후반부터 중산층이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이 같은 급속한 도시화와 소비주의가 중국 사치품 집착을 부추겼다.

하지만 명품업계 큰손이었던 중국은 최근 경기 둔화 여파로 사치백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명품 브랜드들은 앞다퉈 중국 시장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대부분 지분 매각, 인력 감축, 비핵심 사업 축소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며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중이다. 먼저 샤넬은 중국 법인에서 대규모 인력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일부 부서는 최대 50%까지 정리해고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고 채용 계획도 전면 중단한 상태다. LVMH도 이익 감소를 예상해 비용 절감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엔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인 오프화이트 지분을 매각하는 등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에서 손을 떼기도 했다. C(China·중국) 대신 I(India·인도)가 뜬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4 week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