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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환율 인하’는 ‘물가 하락’과 얼마나 관련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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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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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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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최소 환율제 폐지로 ‘통화가치 급등’ 경험
수입 가격 급락에도 소비자 가격 영향은 제한적
저소득 가구 및 국경 지역 주민이 ‘최대 수혜자’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2015년 1월 스위스 국립은행은 2011년 이후 유지해 온 ‘최소 환율제’(minimum exchange rate policy)를 갑작스럽게 폐지한다. 1유로 대비 스위스 프랑(CHF) 가치를 1.2 이하로 묶는 최소 환율의 폐지로 스위스 프랑은 단기간 15%가량 절상하며 금융 시장을 흔들고 수출업체와 소매기업들에 가격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연구자들에게는 환율 변동이 가격과 소비는 물론 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까지 관찰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했다.

사진=CEPR

스위스 프랑, ‘최소 환율제’ 폐지로 ‘단기간 15% 절상’

이 관찰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환율 변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실제로는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통화 가치 절상이 수입 가격을 내리고 국내 물가를 낮춘다고 돼 있지만 스위스 사례는 현실이 그보다는 더 복잡하다고 얘기한다.

스위스 프랑의 유로 대비 환율 변동에 따른 스위스 물가지수 변화 추이
주: 기간(월, 2014년 12월=0, X축), 변동률(Y축), 유로 대비 스위스 프랑 명목 환율(적색, 환율 인하는 통화 가치 절상을 의미), 핵심 수입 물가지수(녹색,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수입 물가지수), 국내 소비자물가지수(청색), 수입 소비자물가지수(적색 점선)/출처=CEPR

통화 절상에 따른 수입 가격 하락에도 소매 가격 변동은 ‘제한적’

수입 가격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수입 대금 지불 통화에 따라서도 갈렸다. 유로로 지불한 수입품의 평균 가격이 통화 절상 효과로 12%나 하락한 반면, 스위스 프랑으로 산 물품들은 가격이 5%만 내렸다. 하지만 급격한 수입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이들 수입품의 소매 가격은 평가 절상 후 6개월 동안 3% 내리는 데 그친다. 이에 대해서는 ‘명목 가격 경직성’(nominal price rigidity, 가격이 통화 정책 및 환율 변동을 따라 움직이지 않음)이나 유통 비용 변화, 소매업자들의 수익성 유지를 위한 마진율 조정 등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어찌 됐든 통화 가치 절상이 자동적, 비례적으로 소비자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름이 분명하다. 수입 대금 지불 통화, 공급망 현황, 도소매 기업들의 경쟁 가격 전략 등에 따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와 속도가 달라진다.

하지만 소폭의 소매 가격 인하에도 스위스 소비자들은 수입품 소비를 늘리고 국산품 소비를 줄이는 명확한 소비 패턴 변화를 보여준다. 이러한 경향은 수입품 가격 하락 효과가 더 큰 유로화 결재 상품군에서 두드러져 지불 통화가 수입품 가격만이 아니라 소비 행위에도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

스위스 가구 소비 중 수입품 비중(%) 변화
주: 기간(월)(X축), 수입품 비중(%)(Y축)/출처=CEPR

한편 스위스 수출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었다. 통화가치 절상은 해외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 상품에 대한 수요 감소를 낳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스위스의 총수출액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핵심 이유는 스위스 기업들의 ‘품질 제고 전략’ 덕분으로 분석된다. 가격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품질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저품질 제품 생산은 중단하는 전략을 사용해 통화 절상으로 인한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장 점유율을 유지한 것이다.

저소득 가구 및 국경 지역 거주자, 통화 가치 상승 혜택 “더 커”

스위스 프랑 환율 변동은 소득 계층과 거주지에 따라 각기 다른 영향을 미쳤다. 가격에 민감하고, 저렴해진 수입품 가격이 더 큰 혜택으로 돌아오는 저소득 가구의 실질 생활비 절감 효과가 고소득 가구보다 컸다. ‘불균등 지출 효과’(unequal expenditure switching)라고 알려진 해당 현상은 계층 간 소득 불평등을 일시적으로나마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수입 가격 하락에 따른 수입품 소비 추이(스위스)
주: 연도(X축), 가구 소비 중 수입품 비중(%)(Y축), 저소득 가구(청색), 고소득 가구(적색), 전체 가구(녹색)/출처=CEPR

통화 가치 절상의 영향은 거주지에 따라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국경 지역에 사는 가구들이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이웃 국가들의 훨씬 싼 상품 가격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스위스 국내 가격보다 평균 30%나 더 싸게 살 수 있었으니 생활비 절감 효과를 이중으로 누린 셈이다. 실제 2015년 스위스 국경 지역 주민들의 생활비 절감률은 2.8%로 다른 지역의 1.7%보다 크게 높았다.

스위스 지역별 외국 생산품 소비율
주: *짙은 색일수록 소비율이 높음/출처=CEPR

이렇게 스위스 프랑 환율 변동 사례는 10년이 지난 후에도 정책 입안자와 중앙은행에 유용한 시사점을 준다. 특히 수입 대금 지불 통화가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 환율 변동에 따른 소비자 가격 영향 제한 요소, 통화가치 변동에 대한 기업과 가구의 대응 방식 등은 깊이 참고할 만하다.

한편 통화가치 변동에 따른 소득 재분배 효과는 거시경제지표로 모두 설명되지 않는다. 통화 절상이 수입품 가격을 낮추는 것은 맞지만 혜택은 동일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소득 가구들이 저렴한 가격을 통해 더 높은 복지 효과를 누리는 한편, 국경 지역 주민들은 외국 상품 직접 구매를 통해 생활비 절감 효과를 이중으로 실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미시경제적 효과 역시 환율 및 통화 정책 수립 시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라파엘 아우어(Raphael Auer)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이코노미스트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en years after the Swiss franc shock: Lessons on prices, expenditure switching, and inequalit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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