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中 국영 자동차 기업들, BYD 등 민간 제조사에 밀리며 고전 창안·둥펑車, 中 시장의 전기차 전환 대응 위해 통합 추진 통합 성사되면 연간 판매량 516만 대로 자국 시장 1위 올라

중국 국영 자동차 회사 창안(長安)자동차와 둥펑(東風)자동차가 합병을 추진한다. 전기차 전환, 자율주행 기술 도입 등 모빌리티 산업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자국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창안차와 둥펑차는 각각 중국 자동차 시장 4위와 6위 기업으로 합병이 성사되면 연간 판매량 516만 대 규모의 글로벌 7위 자동차 그룹으로 도약하게 된다. 이는 미국 포드와 일본 혼다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이번 합병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 산업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환점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中 창안·둥펑車, 합병 계획 발표
12일 지무신문에 따르면 창안차와 둥펑차는 9일 "모회사가 다른 국영 자동차 기업과의 경영 통합을 계획하고 있다"고 각각 발표했다. 두 회사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구조 재편으로 인해 간접 지배 주주가 변경될 수 있지만 실제 지배 주주는 변경되지 않는다. 통합 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여러 추측을 낳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오랜 기간 통합 가능성을 논의해 온 만큼 창안차와 둥펑차 간 합병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매일경제신문도 둥펑차에 확인한 결과 창안차와의 경영 통합설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직접 감독하는 자동차 제조사는 4곳(창안차·둥펑차·상하이자동차·제일자동차)으로 이 중 창안차와 둥펑차의 모회사는 각각 인민해방군 산하 중국병기장비집단과 둥펑자동차집단이다. 현재 통합 방식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는데 공동 지주사를 설립한 뒤 각 사가 독립적인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공동 지주사의 대표는 둥펑차의 양칭 회장이 맡을 예정이며 창안차의 주화룽 회장은 올해 은퇴를 앞두고 있어 경영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창안차와 둥펑차의 판매량은 각각 268만 대, 248만 대로 중국 내 4위와 6위를 기록했다. 국영 자동차 기업 중에는 1위와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두 회사의 합산 판매량은 561만 대로 경영 통합이 성사되면, 연간 판매량 기준으로 BYD(427만 대)를 제치고 중국 1위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출범하는 자동차 그룹은 연간 판매량 300만 대를 기록한 혼다와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7위에 오르게 된다. 6위 스텔란티스와의 차이도 16만 대에 불과하다.

대중 무역 규제 강화로 자국 기업과의 협력 확대
미래 자동차 기술 개발과 관련한 국영 자동차 기업 간 협력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7년 창안차·둥펑차·제일자동차가 전기차·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부품 조달 등에 협력하기 위해 3자 협약을 체결했다. 3사는 이듬해인 2018년 차량 공유 서비스 플랫폼 T3추싱을 출범시켰고 2019년부터는 스마트카 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해 왔다.
다만 당시 3사의 협력 방식은 개별 기업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특정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추진된 반면, 이번에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보다 직접적이고 유기적인 경영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전기차가 전체 판매량의 30%에 육박할 정도로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창안차와 둥펑차는 이러한 흐름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창안차는 포드·마쓰다, 둥펑차는 혼다·닛산·푸조시트로엥 등과 각각 합자기업을 설립했는데, 이들 중외합자기업의 중국 전기차 시장 침투율은 4%에 불과하다.
글로벌 무역 환경의 변화도 두 회사의 경영 통합 논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중국 자동차에 대한 무역 장벽을 세우고 부품 조달 등 통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국 기술 기업 간의 합종연횡을 확대하고 있다. 일례로 창안차는 자국의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CATL과 협력해 합작기업 창안웨이라이를 설립하고 지난 2023년 전기차 브랜드 아바타를 출시했다. 판매량에서는 BYD, NIO 등 자국의 민간 제조사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지만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며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혼다, 닛산과의 합병은 무산으로 '독자 생존' 모색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협력을 강화하며 전기차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과 달리, 일본 자동차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혼다와 닛산의 합병 논의는 결국 무산되면서 두 회사는 독자 생존의 길을 걷게 됐다. 이와 관련해 10일 닛케이 아시아는 "혼다가 닛산과의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실적을 개선하려 했지만, 합병이 무산되면서 자체적인 노력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도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이행 등으로 변혁기를 맞은 가운데 역사적인 양사의 재편 계획은 불과 2개월 만에 좌절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일본 2·3위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은 2026년 8월 새로운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양사가 그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는 방식의 경영 통합 논의를 시작했다. 합병이 성공하면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세계 3위 자동차 업체로 올라설 수 있었으나 양사는 합병 방식을 두고 이견을 노출하며 협상에 진통을 겪어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혼다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닛산에 대등한 통합이 아닌 자회사 편입을 제안하면서 양사의 협의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는 2040년까지 전기차·연료전지차 판매 비중을 100%로 확대한다는 목표하에 2030년까지 10조 엔(약 94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전환을 가속할 계획이었지만, 닛산과의 합병 무산으로 자체적으로 막대한 투자금을 조달하고 기술 개발을 추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토요타 자동차와의 격차도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토요타는 올해 첫 번째 완전자율주행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수익성 면에서도 지난해 혼다의 영업이익률은 2.4%로, 토요타(8.2%)와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