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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저축은행 4곳 적기시정조치 안건 논의 매각 이슈 상상인 '권고', 유상증자 단행 페퍼는 '유예' 전망 '반쪽짜리 규제 완화' 저축은행 M&A 1년 8개월째 답보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대한 추가적인 적기시행조치를 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권 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으면 자구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되는데, 저축은행의 건전성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파이낸싱 프로젝트(PF) 사업장 정리도 지지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간 M&A를 통해 부실 은행은 털고 인수 은행엔 규모의 경제를 실현케 할 생각이었으나 현실은 2년 가까이 정체된 모습이다.
'적기시정조치' 앞둔 저축은행, 10위권 대형사도 포함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9일 정례 회의를 열고 저축은행 4곳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안건을 상정·의결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경영실태평가 결과 자산건전성 등급에서 최하 등급인 4등급(취약)을 받은 저축은행 4곳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여기엔 자산 규모 7위 페퍼저축은행과 10위의 상상인저축은행 등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저축은행업 감독 규정에 따르면 경영실태평가 종합평가등급이 3등급이거나 자산건전성 또는 자본적정성 평가등급이 4등급 이하면 금융 당국의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적기시정조치는 경영개선권고, 경영개선요구, 경영개선명령 순으로 강도가 높아지는데, 최고 단계인 명령에선 영업이 정지되거나 합병·매각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가 상상인저축은행에 경영개선권고를 내릴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연체율은 15.06%로 업계 평균인 8.7%를 2배가량 웃돈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22.27%로, 마찬가지로 업계 평균(11.2%)보다 높다. 상상인저축은행이 경영개선권고를 받으면 지난해 12월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에 이어 세 번째로 조치를 받은 사례가 된다. 권고는 영업정지는 없으나 조치 이행 기간 6개월간 부실자산 처분, 자본금 증액, 이익배당 제한 등을 권고받는다.
페퍼저축은행은 적기시정조치 유예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초 페퍼저축은행도 경영개선권고가 유력했지만 올해 들어 3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본금을 확충하면서 당국의 사정권에서 비켜났다. 페퍼저축은행은 개인사업자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 자산이 단기간 급성장했으나 이로 인해 부실채권 비율이 치솟고 적자 전환을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주주가 유상증자를 하면서 일시적으로 규제비율을 맞출 수 있었지만 다시 지표가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금융당국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추진 PF 사업장 369곳, 1월 대비 174곳 증가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부실 정리 수술대에 오르는 저축은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추가적인 적기시행조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매각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어서다. 저축은행중앙회 정보공개 플랫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저축은행업권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PF 사업장은 369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대비 174개나 늘어난 규모다.
매각 추진 PF 사업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수도권이 63개, 지방이 65개로 지방 사업장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사업장 가운데 서울에 위치한 사업장은 63개 중 8개에 불과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전체 부동산 PF 대출에서 저축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소규모, 브릿지론·토지담보대출, 지방의 중소건설사 참여 사업장 비중이 높아 타업권 대비 부실 위험은 더 높다.
금융당국도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PF 사업장 정리에 대해서는 사실상 백기를 든 상태다. 서울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김병칠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해 말 PF 2차 사업성 평가결과 브리핑에서 "부실 PF 정리는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 업권 펀드 등 다양한 수요를 계속해서 확장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수도권 사업장부터 시작해 온기가 점차적으로 확산돼야 하고, 무리하게 지방 부동산에 대한 대책을 내놓기 보다는 경제적 논리에 따라서 가는 것이 맞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부실 PF 정리 속도가 늦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상위 저축은행들도 적기시정조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저축은행업권이 매각을 추진하는 사업장(369개) 가운데 한국저축은행 21곳, 웰컴저축은행은 16곳, OK저축은행은 13곳을 맡고 있다. 이들 저축은행 3곳의 비중은 전체 매각 추진 사업장의 13.5%에 달한다. 그런데 PF 부실 여파로 저축은행업권의 건전성과 수익성은 큰 폭으로 악화된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 2021년 2.5%에서 2022년 3.4%로 높아졌고 지난해(6월 기준)엔 6.6%까지 치솟았다. 특히 79곳의 전체 저축은행 가운데 NPL 비율 10%를 초과한 저축은행은 63곳에 달했고 절반이 넘는 41곳은 영업 적자를 냈다.

금융당국 독려에도 저축은행 M&A 요원
업계는 당국의 조치가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위가 지난해 12월 안국·라온저축은행에 경영개선권고를 내렸을 때는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주로 영업을 하는 대형 저축은행도 대상이라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 상황은 언뜻 2011년~2013년 저축은행 사태와도 유사하다. 당시도 부동산 PF가 도화선이 돼 저축은행들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30개 이상 저축은행을 퇴출·영업정지시키고, 8조원 이상의 공적자원을 밀어 넣은 다음에야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당시 후유증이 워낙 컸던 만큼 금융당국은 이번엔 선제 대응에 집중했다. 2022년 부동산PF 사업성 평가를 강화한 데 이어 부실채권 정리가 용이하도록 저축은행들의 PF 정상화 펀드 투자 규제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2023년 7월에는 ‘상호저축은행 합병 등 인가기준 개정방안’을 내놓으며 저축은행 간 자연스러운 구조조정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나온 지 1년 8개월이 지나도록 금융당국이 의도한 M&A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저축은행 M&A 잠재 물량들은 매달 쌓여가고 있음에도 건전성 지표인 NPL 비율이 대부분 좋지 않다 보니 선뜻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사의 자산건전성 등급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개로 분류되는데 이 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합계를 NPL로 취급한다. NPL 비율이 높을수록 부실 자산이 많다는 의미다.
타 업권 대비 엄격하게 설정된 영업 구역 규제도 M&A를 가로막는 요소다. 현재 규정상 저축은행은 수도권 2개, 비수도권 4개 등 총 6개 권역으로 영업 구역이 제한된다.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2023년 7월 규제 완화로 최대 4개까지 영업 구역을 확대할 수 있는 합병이 가능해졌지만, 인수 여력이 있는 대형 저축은행들이 위치한 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영업 구역이 확대되는 합병이 여전히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