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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미국 관세 인상, “무역 적자는 국가 안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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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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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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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전면적 관세 인상’
한국 관세 인상률 23%로 상대국 중 9번째
주요 경제권 보복 조치 시 관세 전쟁 “눈앞에”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올해 4월은 세계 무역의 역사에서 지워지지 않고 기록될 것이다. 보호무역주의의 정점을 보여주는 트럼프(Trump) 대통령의 포괄적 관세 인상은 상대국들만 경악하게 한 것이 아니라 수 세기 동안 글로벌 무역을 지배해 온 기본 정신을 부정한다.

사진=CEPR

미국, 교역국 대상 포괄적 관세 인상 발표

지난 4월 2일 미 백악관은 지속적인 무역 적자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대부분의 무역 상대국에 관세 인상을 발표했다. 규모로 보나 이유로 보나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무역 정책으로 봐도 부족함이 없다. 자유 시장을 부정하고 무역 보복과 공급망 파편화를 넘어 전후 세계의 상징인 글로벌 경제 통합을 되돌릴 것이다.

기본적인 숫자 자체가 어마어마하다. 지속적인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은 10%에서 46%에 이르는 추가 관세에 예외 없이 직면하게 됐는데 베트남이 46%로 최고를 차지했다. 전통적 우방인 유럽연합(EU)조차도 대부분의 회원국이 20%의 추가 관세를 받아들여야 한다. 영국이 10% 인상으로 선방한 반면 스위스는 유럽 국가 중 최고 관세 인상에 처하게 됐다.

미국 교역 대상국별 기본 관세 및 실질 관세율(%P)
주: 기본 관세율(노랑), 예외 적용 실질 관세율(청색) / 베트남, 태국, 중국, 대만, 체코,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인도, 대한민국, 말레이시아, 일본, 스웨덴, 스페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아일랜드, 독일,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영국, 튀르키예, 싱가포르, 콜롬비아, 칠레, 브라질, 호주, 멕시코, 캐나다(위부터)/출처=CEPR

미국 무역 적자는 ‘국가 안보 위협

숫자도 숫자지만 이번 정책 발표는 명목 면에서도 전례가 없다. 보조금이나 덤핑과 같은 불공정 관행을 지적하기보다 양자 간 무역 불균형을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존재 이유를 제공해 온 규칙 기반의 다자주의(multilateralism)에서 무역 흐름을 숫자로만 판단하는 냉혹한 거래주의(transactionalism)로의 급격한 전환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인상 이유를 ‘피해 이론’(Theory of Harm)으로 설명했다. 무역 상대국들의 구조적 흑자가 미국에 해악을 끼친다는 것이다. 상대국들이 자국 내 임금과 소비를 억누르고 미국 수출품에 대한 수요를 줄여 불공정 무역을 저질렀다고 한다.

그럼으로써 해당 조치는 그간 지속돼 온 세 가지 전제를 부정한다. 먼저 미국이 무역 장벽을 철폐하면 상대국이 호응할 것이라는 믿음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무역이 세계 경제 통합과 무역 상대국 간 소비를 촉진할 것이라는 가정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장기적인 무역 적자 누적 상황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물 건너갔다. 무역 적자가 국력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한 것은 무역을 ‘제로섬 게임’으로 규정한 것이고 이제 미국이 장기간 지켜온 글로벌 무역에서의 ‘비차별’과 ‘예측 가능성’ 원칙도 폐기 처분된 셈이다.

국가별 관세 규모, ‘중국, 베트남, 일본, 한국’ 순

발표된 관세 조치가 분야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예외를 둔 산업도 존재한다.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및 일부 에너지 및 첨단 산업 제품이 빠졌는데 이는 이전 관세 인상에 이미 포함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리, 의약품, 반도체, 목재 및 몇 가지 핵심 광물도 아직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러한 예외 조항은 개별 상대국에는 상당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스위스에 부과된 기본 관세는 32%지만 스위스의 주요 수출품인 금과 의약품이 제외됨으로써 실제 적용 관세는 18%로 낮아진다. 예외 조항은 미국의 관세 수입에도 비슷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신규 관세 인상으로 4,780억 달러(약 699조원)의 세수가 추가된다고 하지만 이는 무역량이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가정에서 그렇다. 어쨌든 이 숫자 중 3,620억 달러(약 529조원)가 10개 주요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나올 것이다. 그러나 미국 연방 예산 측면에서 보면 추가 관세 전부를 합쳐도 한 달 치가 채 못 된다. 연방 개인 소득세의 1/5에 미치지 못하고 작년 무역 적자와 비교해도 1/4에 불과하다.

미국 정부 관세 수입 예상(주요 10개국)
주: 관세 수입 예상(십억 달러)(Y축) / 중국, 베트남, 일본, 대한민국, 대만, 독일, 태국, 인도, 이탈리아. 스위스(좌부터)/출처=CEPR

다국적 생산기지 후보, 아시아에서 ‘북미’로 급전환

다국적 기업들의 장기 전략도 혼돈에 빠졌다. ‘중국 외 공급망 다변화’(중국+1)의 최대 대안으로 꼽혀온 남아프리카 국가들에 돌아갈 충격은 매우 크다. 베트남에 부과한 최대 관세 역시 ‘중국+1’의 목적지로 베트남을 선택한 다수의 제조업체를 허탈하게 한다.

반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조치는 관대한 편에 속한다. 별도로 각각 25%의 관세 인상이 적용됐지만 양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NAFTA) 개정안을 충족하기만 하면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갑작스럽게 북미가 아시아를 제치고 최적의 생산 기지로 부상하게 돼 니어쇼어링(nearshoring, 인근 국가로의 생산 시설 이전)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인 불확실성은 투자도 약화할 것이다. 수출 의존 기업들은 이제 높은 비용 말고도 다시 바뀔지 모르는 규제 환경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 또 관세 인상이 추가 적용될지, 예외 조항 인정 품목이 바뀔지는 오리무중이다.

선진국 보복 조치 시 ‘전면적 관세 전쟁’ 가능성

이미 각국의 통상 외교 담당자들은 난리가 났다. EU가 보복 조치를 검토하고 있고 다른 주요 경제 강국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조치가 미국 수출품만을 정확히 겨냥할지 전면적인 관세 전쟁으로 비화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보복 관세는 다른 위험도 부른다. 미국을 향하던 주요 아시아 국가 수출품들이 타국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면 제3국에서 보호무역주의 기운이 무르익을 수 있다.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 조치를 다투어 강구하는 가운데 세계 무역 자체가 개방성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환율 변동성의 위험도 커진다. 타격이 큰 경제권일수록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를 통해 통화 가치 절하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관세 인상이 세계 질서 재편의 시작이 될지 단기간의 일탈이 될지는 앞으로의 몇 달에 달려 있다. 무역 상대국들이 신중하게 대응한다면 세계 무역 질서는 한 번에 무너지기보다는 지역 연합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보복 조치가 우선한다면 급속히 와해될 것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정책이 아닌 철학의 변화를 의미한다. 무역 불균형을 안보 위협으로 정의하고 호혜주의를 폐기 처분함으로써 미국은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의 의지를 선언한 셈이다. 파급효과는 이미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으며 세계화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원문의 저자는 사이먼 이븐셋(Simon Evenett) IMD 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US reciprocal tariffs: Upending the global trade policy landscap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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