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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사 비용 절감하자" 셀프 등기 건수 급증 입지 위축된 법무사들, 활로는 어디에 업무 범위 확대 주장은 헌재서 '기각'

소유권 이전 등기를 법무사 없이 스스로 처리하는 ‘셀프 등기’가 최근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고 집을 사는 데 들어가는 총비용이 커지자, 거래 당사자들이 각종 부대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셀프 등기' 선호하는 소비자들
10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이뤄진 셀프 등기 건수는 4,287건(이달 8일 기준)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4.5% 증가한 수치다. 아직 지난달 거래분에 대한 신고 기한이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하면 3월 셀프 등기 건수는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2,634건에 불과했던 셀프 등기는 2월 들어 4,000건을 넘기며 급증했고, 3월에도 눈에 띄는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체 소유권 이전 등기 중 셀프 등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0.62%에 머물던 셀프 등기 비중은 올해 2월 0.84%로 뛰었고, 3월(8일 기준)에도 0.85%를 기록했다.
거래 당사자들이 셀프 등기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법무사 비용 절감이다. 집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법무사 수임료 역시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법무사 수수료는 주택 매매가의 0.1% 안팎으로 책정된다. 대한법무사협회의 보수 기준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2월 기준 14억4,978만원)를 고려해 계산하면, 주택 구매자가 납부해야 하는 단순 수수료는 117만4,890원에 달한다. 기본 보수 95만원에 10억원 초과액의 0.05%를 더한 값이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11만7,489원과 법무사 일당(8만원), 교통비(8만원), 각종 대행료(등기·신고 5만원, 세금 신고·납부 5만원, 채권 매입 4만원)까지 합산하면 총보수액은 약 159만2,379원에 이른다.

법무사들의 'N잡'
거래 당사자들이 자체적으로 등기를 처리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법률 서비스 수요가 줄자, 법무사들의 입지는 자연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2024년 말 기준 전국 등록 법무사는 7,768명이며, 같은 해 10월 기준 휴업을 택한 법무사는 421명에 이른다.
위기를 감지한 법무사들은 N잡, 유튜브 시장 진출 등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일례로 강성구 법무사는 2019년 법무사 시험에 합격한 후 고객 확보 전략을 고민하던 중 전문직 보험설계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법무사와 보험설계사를 겸업하며 고객층을 확대하고 있다.
제26회 법무사시험 최고령 합격자인 김경철 법무사는 공인중개사와 행정사 자격을 함께 취득해 부동산 중개 및 관련 법무 문제를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김영룡 법무사는 ‘회생파산TV’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4.4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1세대 법무사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업무 범위 확대 주장하기도
업계 한편에서는 업무 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례로 지난 2020년 법무사, 행정사 등 22명은 저마다의 업무 범위 등을 명시한 관련 법들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법무사들은 법무사가 행정심판, 소액사건 소송 대리 업무 등을 수행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법무사들도 변호사들의 역할 일부를 소화할 수 있다고 피력한 셈이다. 이들은 합리적 근거 없이 자신들만 보수를 제한받고 있다며 이 역시 평등권 등 헌법상 권리 침해라고 강조했다.
행정사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현행법상으로는 행정사가 행정심판 사건 대리, 행정소송 사건 대리, 형사재판 기록 열람등사 청구 등을 할 수 없는데, 이로 인해 직업의 자유를 침해받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 행정사가 법인을 운영할 때 다른 전문 자격사와 동업을 할 수 없다는 점 역시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침해하는 규정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헌재는 이 같은 주장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법무사들 보수가 제한된 점과 관련해서는 "기본권 행사의 주체인 대한법무사협회가 보수 수준을 정하고 있다"며 "협회가 대법원장 인가를 받긴 하지만, 이는 법무사들의 보수 과다 책정을 견제하기 위한 국가의 최소 개입"이라고 판단했다. 행정사 등의 법인 구성원을 제한한 점을 놓고는 "전문 자격사 법인의 구성원 등을 해당 전문 자격사로 제한한 배경은 자격 제도를 유지하고, 일반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그 제한 정도에 비춰봤을 때 행정사 등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법무사와 행정사들의 직역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헌재는 "관련 법들이 업무 범위를 정하며 다른 전문 자격사의 업무를 배제한 이유는 각 자격 제도의 도입 목적과 업무 특성 및 직무 수행 통제 등 직업별 합리적 차이 때문으로, 이를 직업의 자유 침해로 보긴 힘들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