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지방은행 연체율, 15년 來 최악 평균 연체율 1.04% '경고등' 건설업 등 대출 부실 심화 영향

지방은행의 평균 연체율이 올 들어 1%를 훌쩍 넘어 지난 15년 새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방 경기가 날로 악화되는 가운데 지방은행들의 대손충당금도 수년래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인구 유출과 내수 침체 장기화로 지방 경기가 무너지면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개인과 기업이 폭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체율 올 들어 1.04%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은행 5곳(BNK부산은행·BNK경남은행·전북은행·광주은행·iM뱅크)의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 적립 잔액은 2조2,551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20년 1분기(1조1,519억원)보다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2023년까지 1조원대를 유지하던 대손충당금은 지난해 2조원대로 불어난 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방 경기가 악화하면서 은행들이 부실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대손충당금 규모를 늘리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영향이 크다. 올해 1분기 말 5개 지방은행의 평균 기업대출 연체율은 1.04%로 1%를 넘어섰다. 전년 동기(0.65%)와 비교하면 0.4%포인트가량 급증했으며 절대 수준 자체도 2016년 3분기(1.14%) 이후 9년여 만에 최고다.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2022년 0.29%까지 하락하기도 했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올 1분기 말 기준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약 127조원이다.
은행별로는 전북은행이 1.53%로 가장 높다. 이어 iM뱅크 1.32%, 광주은행 0.96%, 경남은행 0.70%, 부산은행 0.65% 순이다. iM뱅크는 1년 전(0.72%)보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배 가까이 높아졌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부산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가장 낮지만 이 역시 올해 1분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평균 기업대출 연체율(0.39%)보다 큰 폭으로 높은 수준이다. 가계까지 포함한 전체 대출 연체율도 1.01%로 1%를 넘어섰다. 전년 동기(0.78%) 대비 0.2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기업과 가계에서 모두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건전성 악화일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고정이하여신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고정이하여신이 많을수록 은행은 빌려준 돈을 떼여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5대 지방은행의 기업 대출 고정이하여신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총 1조4,654억원으로, 전년 동기(8,200억원) 대비 78.7% 급증했다. 총 기업 대출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0.67%로, 같은 기간 0.29%포인트 상승했다.
지방은행들이 연체율을 관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부실을 떨쳐내고 있지만 건전성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5대 지방은행은 올해 1분기에만 이미 부실채권 4,476억원어치를 상·매각했다. 이는 전년 동기(3,763억원)보다 늘어나고, 5년 전(952억원)에 비해서는 5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시중은행들도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 매각에 적극 나선 상황에서 상·매각 수요가 줄어들면 이마저도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 경제가 상황이 너무 안 좋다 보니 부실이 자꾸 늘어나 부실채권 상·매각을 통해 털어내면서 리스크를 관리하며 연체율을 줄이고 있지만, 불어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파산 늘고 공장 가동률은 하락
지방은행들은 건설사의 연쇄적인 법정관리가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지난해 부도 처리된 건설사 29곳 중 25곳은 지방 건설사들이었다.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경남 지역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이 지난 1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부산에 본사를 둔 삼정기업도 2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4월에는 충북 지역 최대 건설사인 대흥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여기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이 영향을 미쳤다.
제조업체 부실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의 한 공단에 입주한 건설자재 제조업체 A사는 최근 인도 등 외국 시장 개척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국내 건설 경기가 장기간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어 거푸집 등 건축 자재를 내다 팔 곳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B사는 최근 1년간 신규 주문을 거의 받지 못했다. 거래하는 대기업이 어려움을 겪다 보니 협력업체로서 고스란히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장 가동률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대구 성서산업단지의 경우 지난해 2분기 입주업체 평균 가동률은 70.41%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목재·종이, 섬유, 철강 등 3개 업종이 계절적 요인 등으로 가동률이 크게 늘면서 평균값을 높인 것일 뿐 전기전자, 석유화학, 운송장비 등 대부분 업종은 가동률이 감소했다. 원자재 비용이 늘고 경기 침체로 인해 수주가 줄면서 공장 가동률 감소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운송장비, 식음료업은 공장 가동률이 전분기보다 8% 이상 줄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문제는 지역 경기가 당분간 회복될 가능성이 크지 않단 점이다. 올해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경제성장률은 1% 아래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 지역의 업체들은 잇달아 도산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