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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국가 간 ‘소득 격차 심화’ 예상 ‘자본, 노동 외 생산성’ 중요도 부각 인프라와 법·제도의 문제, “따라잡기 어려워”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인공지능(AI)은 이제 기술적 경이의 대상이 아니라 전 세계를 승자와 패자로 더 명확히 가를 성장 동력이다. 이러한 변화의 근저에는 한동안 잊혔던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TFP, 노동과 자본 투입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생산성)이 있다. 수십 년간 거의 변하지 않던 해당 지표가 대형 언어 모델(LLM)과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급등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디지털 인프라와 법·제도가 갖춰진 나라에만 적용되는 얘기다.

인공지능 활용으로 총요소생산성 ‘급등’
디지털 인프라로 무장한 국가들은 AI로 인한 생산성의 향상을 이미 경험하고 있다. 반면 통신망과 숙련된 기술 인력, 적정한 규제를 갖지 못한 나라들은 뒤처지고 있다. 차이는 기술 도입만이 아닌, 데이터 기반의 세계에서 배우고 적응하고 관리할 수 있는 총체적 국가 역량을 의미한다.
아주 오랫동안 경제학자들은 국내총생산(GDP)을 정의하는 공식으로 ‘GDP = A x F(자본, 노동)’를 사용해 왔다. 여기서 A는 기술적 진보와 법·제도를 포함 측정할 수 없는 모든 요소를 의미하는데 AI의 시대를 맞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대형 언어 모델이 G7 국가들(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미국)의 생산성을 향후 10년간 매년 1%씩 향상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 수치가 중저소득 국가들에는 0.3%로 바뀐다.

주: 높은 총요소생산성 가정(좌측), 낮은 총요소생산성 가정(우측) / 기타, 저소득국, 개발도상국(아시아, 러시아), 개발도상국(남미, 중동, 아프리카), 중국, EU 및 스위스, 기타 선진국, 미국(좌측부터)
초기 AI 도입 속도가 느리고 기업 차원의 성과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들어 비관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시야를 국가적 차원으로 넓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효율적인 데이터 공유 규정과 안정적인 광대역 통신망, 유연한 관리 역량을 가진 국가들이 AI를 도입하면 현저한 경쟁우위에 서게 된다.
AI가 ‘국가 간 부익부 빈익빈’ 심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데이터 관리 역량,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 비율, 법적 효율성 등을 포함한 제도적 측면이 AI로 인한 생산성 차이의 70%를 차지한다. 간단히 말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적합한 법·제도와 구조적 기반 없이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또한 125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AI 활용에 최적화된 국가는 자동화 가능한 일자리가 많은 곳이다.

주: AI 노출 근로자 비율(%)(X축), AI 대비 수준(Y축), 저소득국(LICs), EMs(개발도상국), 일본(JPN), 룩셈부르크(LUX), 싱가포르(SGP)
반면 기반을 갖추지 못한 국가들은 빠른 속도로 뒤처지고 있다. 19세기 산업 혁명 당시에만 해도 생산성 차이로 인한 임금 격차는 수십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벌어졌지만 AI는 차원이 다르다. 수십억에 달하는 AI 플랫폼 방문자 가운데 저소득국의 비중은 1%가 되지 않는다. 도입률을 늘려 빠르게 뒤쫓으려 해도 제도적 한계가 발목을 잡는다.
간단히 예를 든다면 다음과 같다. 선진국에서는 대기업의 30%가 이미 AI를 도입한 반면 저소득국은 5%에 머물고, AI의 도움을 받는 직무의 생산성은 양쪽 다 0.4%씩 오른다고 치자. 2035년까지 이 추이가 지속되면 선진국들의 생산량은 15% 증가하지만 저소득국들은 4% 증가에 머물게 된다. 이 11%P의 차이는 이후 연간 4조 달러(약 5,400조원)의 격차를 의미하며 남미 최대 경제 대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의 GDP를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
10년 후 고소득국-저소득국 차이 ‘1/3 더 벌어져’
따라서 OECD와 IMF는 후발 주자들의 빠르고 목표지향적인 정책 집행을 촉구한다. 광대역망을 외곽까지 확장하고 중소기업의 AI 도입을 지원하며 혁신이 보호받을 수 있는 규제 환경을 조성하라고 말한다.
여기서 한국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AI로 인해 대체될 위기에 처했지만 적절한 교육을 통해 더 나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직종의 근로자들에게 AI 교육 보조금을 지급한다. 해당 프로그램으로 소득 불평등 확대를 2/3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요하게 검토할 점은 AI 붐으로 인한 디지털 분야 기업들의 소득 증가분을 인력 육성과 인프라 확충에 사용하도록 조세 제도를 조정하는 것이다.
AI는 경제 개발 방식도 새롭게 바꾸고 있다. 그동안 후발 주자들은 이미 개발된 기술을 도입해 선발 주자들을 따라잡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어렵다는 것이다. AI 경쟁에 참여하려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독립적인 클라우드(cloud) 자산, 해당 산업을 이해하는 규제 당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AI가 제기하는 가장 큰 위험은 성장 자체가 아니라 성장으로 인한 불평등의 확대다.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향후 10년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소득 차이는 1/3 이상 추가로 벌어질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에우제니오 세로티(Eugenio Cerutti)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직원 외 6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global impact of AI: Mind the gap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