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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업무 중심 교육, AI 도입으로 구조 재설계 사고·해석 역량, 인간 고유의 경쟁력으로 부상 학습과 평가, 자동화 이후의 새로운 기준으로 이동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수업 계획 작성, 과제 채점, 이메일 발송 등 교사들의 일상 업무였던 이 작업이 이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GAI)에 의해 몇 초 만에 처리된다. GAI는 고차원적 사고보다는 반복과 정형화에 기반한 업무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교육의 본질을 위협하는 건 사고가 아닌 반복이다. 교실은 공장처럼 표준화된 절차 위에 구축돼 있으며, GAI는 그 구조부터 재편하고 있다.

성적은 오르고, 의미는 흐려지고
2022년 생성형 AI 도구가 공개된 이후, 가장 먼저 변화를 보인 곳은 대학 강의실이었다. 이스라엘의 한 주요 대학에서 3만6,000명의 학생과 6,000개 과목을 분석한 2025년 연구(Hausman 외)에 따르면, 과제 중심 과목의 평균 성적은 1.5점 상승했고, 하위권 학생은 최대 3점까지 올랐다. 낙제율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성적 향상이 곧 학습의 진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과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시험에서도 잘할 것이라는 기존의 상관관계가 무너졌고, 학생 간 점수 분포도 압축됐다. 특히 1학년 때부터 GAI에 노출된 학생들은 과제에서는 높은 성취를 보였지만, 암기·이해·논리를 요구하는 시험에서는 오히려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처럼 GAI는 사고의 깊이를 확장하기보다는, 과정을 빠르게 단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요약, 서식 작성, 기본 피드백 등 반복적이고 형식화된 작업은 이제 기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한다. 문제는 학생들이 이 결과물을 비판 없이 수용한다는 점이다. 최근 교육 연구에 따르면, 많은 학생들이 AI가 생성한 답변을 사실로 받아들이며 그 타당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는 스스로 질문하고 개념을 해석하는 능력, 즉 교육이 지향해야 할 사고 훈련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자동화 대상이 된 교사 업무
OECD 조사에 따르면 고소득국가의 교사들은 주당 최대 40%를 수업 준비, 채점, 행정 문서 작성에 쓰고 있다. 이는 창의적 교수나 개별 코칭보다 자동화 가능성이 훨씬 높은 업무다. 미국 싱크 탱크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의 2025년 보고서는, 반복 업무의 AI 위탁을 훈련받는 학교가 전년 대비 25%포인트 증가했다고 밝혔다. GAI는 이미 교사 업무의 하위 층위를 분할하고 있으며, 이 흐름은 구조화된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 교육 업무 유형(x), AI 자동화 노출 비율(Y축)/수업 준비, 평가 및 피드백, 행정 보고, 토론 유도, 윤리 지도(좌측부터)
교실로 확산된 자동화
교육은 오랫동안 자동화로부터 안전한 영역으로 여겨졌다. “교실에는 교사가 필요하다”라는 믿음이 그 근거였다. 하지만, 이 전제는 흔들리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일자리 중 25%는 GAI에 높은 수준으로 노출돼 있으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는 언어 기반의 반복 업무다. ‘교육 보조’로 분류된 직군의 업무 중 65%는 자동화 가능성이 높은 영역에 속했다. 현장의 반응도 빠르다. 콜로라도와 퀸즐랜드의 시범 사업에선 학생 평가 업무를 GAI로 대체하면서 학생 1인당 비용이 38% 절감됐다. 절감된 예산은 상담이나 코칭 확대가 아니라, 다른 예산 항목으로 전환됐다. 교육 시스템은 조용히 구조 조정을 시작한 셈이다.

주: 연도(X축), AI 사용하는 학교 비율(Y축)
두 갈래로 나뉘는 교육 노동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인간의 사고를 자동적 직관과 숙고적 분석 두 가지로 구분했다. 현재 GAI가 겨냥하고 있는 건 전자다. 이 구분은 교사 업무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자료 정리, 기본 채점, 표준 피드백은 이미 GAI가 대체하고 있다. 반면 학생의 사고를 유도하고, 토론과 윤리 판단을 이끄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에스토니아는 이를 제도화한 대표 사례다. 2025년부터 고등학생 전원에게 개인 AI 계정을 지급하고, 교사는 윤리 토론과 구술 발표, 자기주도 학습을 전담하도록 체계를 바꿨다. 반복 업무는 기계가 맡고, 교사는 ‘사고의 조력자’로 재정의됐다.
평가 기준 재설계
학생이 직접 작성한 과제인지, 생성형 AI가 만든 결과물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존의 평가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단순히 점수로 학습 성과를 판단하는 방식은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기업은 이미 방향을 바꾸고 있다. 정량 점수 대신, 포트폴리오·실무형 과제·구술 평가 등 실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 확산되는 중이다. 작성 능력보다 사고 과정과 설명 능력에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
정책 수준의 대응도 나타나고 있다. 유네스코는 2025년 지침에서 “AI로 절감된 준비·채점 시간을 학생의 사고 능력을 키우는 활동에 재투자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단순 반복 작업보다, 비판적 사고와 자기주도 학습을 이끌어내는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버밍엄 로스쿨은 평가 체계를 두 갈래로 나누자고 제안한다. 하나는 GAI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평가, 다른 하나는 GAI 사용 과정을 기록해 제출하고, 결과에 대한 반성문을 함께 평가하는 방식이다. 목적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도구를 비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데 있다.
반복의 종말, 사고의 시작
생성형 AI는 이미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업무에서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공장은 자동화됐고, 사무실과 교실도 같은 흐름을 따르고 있다. 정형화된 문서 작성, 반복 채점, 고정된 절차는 더 이상 사람이 맡을 일이 아니다. 남는 것은 판단과 해석, 그리고 비판적 사고다. 이제 필요한 인재는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다. 생성형 AI 시대에도 인간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는 그 지점에 있다.
원문의 저자는 나오미 하우스만(Naomi Hausman) 히브리대학교 경영대학원(Hebrew University Business School)부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Generative AI in universities: Grades up, signals down, skills in flux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