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점주·플랫폼 갈등 격화 배달앱 수수료 구조 개선 착수 합의 안 되면 수수료 상한제 검토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상한을 대통령령으로 규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더불어민주당이 플랫폼법 추진을 위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 제정안을 마련, 정부와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가맹점주 단체들의 강력한 총수수료 상한제 도입 요구에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與, 플랫폼법 제정안 마련
27일 당정에 따르면 민주당은 23일 온라인 플랫폼법과 관련 거래공정화법안을 마련해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내부적으로 검토했다. 거래공정화법에는 배달 수수료 상한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배달 수수료 개선 문제는 ‘대통령의 10대 공약’ 중 하나로, 22대 국회 들어 각기 다른 내용으로 발의된 20여 개의 플랫폼법을 재구성함으로써 입법에 속도를 내기로 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가 아닌 대통령령으로 수수료 상한을 정하는 경우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재가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경우 구체적인 수수료율 수치는 관계 부처 협의 등을 거쳐 대통령령으로 최종 결정되는 방식이다. 핵심은 ‘총수수료 상한제’ 도입 여부다. 입점 단체는 음식값의 30~40%에 달하는 총수수료 부담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며 이를 15% 이하로 제한하고, 소액 주문(1만5,000원 이하)의 경우 25%로 제한하자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기준에는 중개 이용료, 배달비, 결제 수수료, 부가세 등이 모두 포함된다.
다만 시장 자율에 맡겨졌던 수수료 결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방식인 만큼 시행 과정에서 논란이나 업계 반발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현재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중심으로 배달의민족·쿠팡이츠와 배달 수수료 상생안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협의 기한인 다음 달까지는 합의안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기간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정위가 배달 수수료 상한제를 제도화하는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배달 매출 4분의 1은 배달 플랫폼 몫
정부와 여당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건 배달 플랫폼으로 인한 매출 중 플랫폼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이 같은 현실은 서울시가 26일 발표한 프랜차이즈 가맹점 186개소의 매출·영업비용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판매 정보 관리(POS) 시스템 데이터(2023년 10월∼2024년 10월)의 매출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출 발생 유형, 배달 플랫폼 수수료율, 영업이익 및 영업비용 구성 등을 분석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치킨, 햄버거, 커피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매출의 48.8%가 배달 플랫폼을 통해 발생했다. 특히 치킨과 햄버거 업종은 배달 플랫폼 매출이 각각 75.7%, 51.7%로 높았다. 반면 커피는 배달 플랫폼 매출이 19%, 매장 매출이 69.4%로 상대적으로 배달 플랫폼 매출 의존도가 낮았다. 배달 플랫폼 매출 증가는 수수료 부담으로 직결돼 지난해 10월 기준 배달 플랫폼 매출 중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24.0%로 1년 전(2023년 10월) 17.1% 대비 6.9%포인트 상승했다.
영업비용 중 배달 플랫폼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0.8%에 달했다. 특히 치킨 업종의 경우 플랫폼 수수료가 17.5%로 인건비 15.2%를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평균 영업비용은 재료비가 49.5%로 가장 많았고 인건비 17.6%, 플랫폼 수수료 10.8% 순이었다. 플랫폼 수수료 부담이 높을수록 영업이익률은 낮았다. 가맹점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8.7%로 나타났으며 커피(9.5%), 햄버거(9.4%), 치킨(6.5%) 업종 순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점주 인건비를 제외한 기준으로 분석된 것이므로 실제 체감 수익은 이보다 더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료배달' 정책도 점주 고통 가중
이렇다 보니 점주들 사이에서는 배달앱의 수수료 구조가 착취에 가깝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음식을 팔아도 수수료와 배달비를 빼면 남는 게 없다는 하소연도 날로 느는 양상이다. 여기에 배달 플랫폼들이 앞다퉈 도입한 '무료배달' 서비스도 업주들의 고통을 키우고 있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3월 말 쿠팡 와우멤버십 회원을 상대로 묶음배달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배민도 일주일 만에 무료 알뜰배달을 도입했다. 시장 점유율 60%의 1위 업체 배민의 경우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배민배달에 소비자 주문이 몰리자 업주가 배달비를 책정하는 가게배달이 대폭 감소했다. 가게배달은 배달비로 4,000원이 든다면 업주가 2,000원을 내고 소비자에게 2,000원을 내도록 하는 식이다.
그러나 가게배달이 위축되면서 점주들은 어쩔 수 없이 배민배달(한집배달과 알뜰배달) 주문을 받고 건당 3,400원을 내고 있다. 지난해 배달앱 상생협의체는 배민과 쿠팡이츠에 무료배달 중단을 권고했으나 배달앱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플랫폼 사건 전담팀을 구성하고 무료배달이 과장 광고에 해당하는지를 조사 중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윤한홍 정무위원장이 "판매자가 부담하는 배달비가 물건(음식)값에 포함돼 있어 무료배달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면서 한기정 공정위원장에게 '무료배달'이라는 말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쿠팡이츠는 1,400만 명이 넘는 쿠팡 유료 회원에게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민은 유료 구독제 배민클럽 회원 대상으로 무료배달을 하는 중이다. 무료배달로 인해 매장 메뉴 가격은 그대로 두고 배달 메뉴 가격만 1,000∼2,000원 올리는 배달가격제(이중가격제)가 급등하고 있기도 하다. 업주들은 배달비와 중개수수료 등을 합한 비용이 음식값의 절반에 이른다며, 배달비 부담이 커져 음식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