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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 인수전 속도내는 태광, 우회 승계 논란에도 실사 착수하며 선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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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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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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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리스트 태광·앵커에쿼티·폴캐피탈 3곳 선정
태광, 애경산업 핵심 생산 시설인 청양공장 실사
EB 발행 무산에도 新성장동력 확보 전략 본격화

애경산업 인수전이 3곳의 예비 인수 후보를 선정하고 실사 작업에 착수했다. 이중 태광그룹은 가장 먼저 핵심 생산 시설인 청양공장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자사주 기반 전환사채 발행을 둘러싼 내부 반발과 경영권 우회 승계 시나리오라는 논란이 제기됐지만 태광그룹은 주력 사업 부진을 타개할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생활용품·화장품 부문에서 강점을 지닌 애경산업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AK홀딩스 "쇼트리스트 선정하고 실사 진행 중"

29일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애경산업 지분 매각과 관련해 매수 희망자의 인수의향서를 신청받고, 소수의 매수 희망자와 실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전은 태광그룹·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 컨소시엄, 앵커에쿼티파트너스, 폴캐피탈코리아 등 3곳이 적격 예비 인수 후보(쇼트리스트)에 선정되면서 '3파전'으로 압축됐다. 애초 유력 인수 후보로 주목받았던 일본 생활용품 기업 라이온코퍼레이션은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쇼트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투자은행(IB) 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태광·티투 컨소시엄은 최근 애경산업의 주요 생산기지인 충남 청양공장을 방문해 설비, 생산능력, 인력 구성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본입찰 이후 인수 가능성을 본격 타진하기 위한 단계로, 쇼트리스트 중에서는 가장 앞선 행보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 2일 태광그룹은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개발 관련 기업 인수 및 설립에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공시하며 사업 다각화 및 성장동력 확보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지난 17일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등 10개 시민단체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경찰 고발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정의연대

2대주주 트러스톤은 EB 발행 중지 가처분 제기

이처럼 애경산업 인수전이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최근 태광산업의 전환사채(EB) 발행 이슈가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태광산업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전량(24.41%)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3,186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의결했다. 당초 EB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 중 2,000억원을 애경산업 인수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트러스톤 측은 "이사회가 거래 상대방과 발행 조건 등을 명확하게 결정해야 하는데 당시 이사회에서는 이러한 절차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주주 간 갈등은 법적 대응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30일 트러스톤은 EB 발행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을 제기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도 태광산업에 정정 명령을 내리며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자, 태광산업은 지난 2일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날 때까지 EB 발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트러스톤은 OK캐피탈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8일 트러스톤은 태광산업 지분 5.69% 중 2.73%를 OK캐피탈에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해당 거래로 트러스톤과 OK캐피탈의 지분율은 각각 2.96%, 2.73%가 됐다. 

새 정부의 기류 변화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 이후 자사주 소각 등 주주 권익 향상을 강조해 왔는데 태광산업의 자사주 기반 EB 발행이 이 같은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발행된 EB를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티투PE가 인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이번 사안이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라는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민사회도 즉각 반발했다. 지난 17일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등 10개 시민단체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석유·화학업 부진에 생활 소비재 사업 확대 모색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업계 안팎에서는 태광그룹의 애경산업 인수 의지가 강하다는 평가가 많다. 태광그룹은 지난해 자산 총액 기준 재계 59위의 대기업으로, 계열사 중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이 석유·화학업을, 흥국생명·흥국화재 등이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중 PTA(고순도 테레프탈산) 등 기초 유분 생산은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태광산업 전체 매출의 75%, 그룹 전체 매출의 17%를 차지한다. PTA는 폴리에스터의 원료로, 의류 등 생활용품 생산에 주로 활용된다.

그러나 최근 기초 유분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PTA는 원유 가격과 수급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중국 기업의 대규모 증설로 공급이 급증하면서 판매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물가, 소비 위축이 겹치면서 의류 등 관련 산업의 수요도 부진한 상황이다. 이 같은 이중 악재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며 태광산업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2022~2024년 연결기준 누적 매출은 6조9,940억원, 영업적자는 2,311억원에 달한다.

신사업 발굴이 시급한 태광그룹에게 애경산업은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게 자본시장의 중론이다. 애경산업은 생활용품과 화장품 부문에서 탄탄한 밸류체인을 갖추고 있다. 생활용품 부문은 필수재 중심의 안정적인 매출 구조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화장품 부문은 사치재 특성상 수익성이 높아 고이익 사업으로 평가된다. 태광그룹이 애경산업을 인수할 경우, 연구개발·기획·디자인부터 생산·마케팅·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빠르게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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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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