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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매기업들 이젠 버티기도 ‘한계’, 소비자에 관세 전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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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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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관세 비용 '가격 올리기'로 대응
‘은밀한’ 인플레이션 확산 우려
 美 서민층에 더 큰 고통 전망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강행한 관세 정책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점진적 가격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정책이 일부 미국 소매업체들의 수익을 잠식하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겉으로는 소비 가격표가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제품의 양이 줄거나 품질이 저하되는 방식으로 비용이 전가되는, 이른바 ‘스닉플레이션’(sneak: 몰래 움직이다+inflation: 물가상승) 현상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美 최대 소매업체 홈디포 "가격 인상 불가피"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건축 자재 및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미국 최대 규모 소매업체 홈디포는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일부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을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대부분의 미국 업체에서는 강력한 관세 정책을 추진하는 트럼프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을 언급하기를 꺼려왔지만, 더 이상 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홈디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리처드 맥페일은 실적 발표 후 “일부 수입품의 경우 관세율이 상당히 높다”면서 “광범위하지는 않겠지만 일부 품목에서 소폭의 가격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홈디포는 3개월 전만 해도 관세의 영향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가격 인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입장을 바꿨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세가 홈디포의 일부 가격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라며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이 지출을 신중하게 생각하는 시점에 닥칠 것”이라고 짚었다.

최대 아킬레스건 '물가'

관세로 인한 소비자 가격 인상은 시장 전반에서 예측됐지만 그동안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다. 지난 5월 세계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최고경영자가 1분기 실적 발표 후 “관세 수준이 낮아지더라도 (과거보다) 높은 관세는 결국 가격 인상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핑계로 가격을 올리려는 시도를 그만둬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또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말고) 관세를 감수하라”면서 “나는 지켜볼 것이고 당신의 고객들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관세가 유지되는 한 소매업체들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현재 중국으로부터의 대부분의 수입품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임기 동안 인상된 관세를 포함해 55%의 관세에 직면해 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은 결국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직결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관세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물가다. 물론 아직까지는 기업실적도, 주식시장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관세 후폭풍이 우려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7% 올라 전달과 같은 상승률을 기록한 데다 시장 예상치(2.8%)를 밑돌기 때문이다. 이에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는 한때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 확률이 100%로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7월 지표에는 최근 본격화한 상호관세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데다 7월 CPI에서도 근원CPI는 3.1%로 예상치를 웃돌며 물가 불안감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사라 하우스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는 “더 많은 관세율이 확고해짐에 따라 향후 3개월에서 6개월이 위기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슬금슬금 물가에 스며드는 관세

그동안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관세발 인플레이션 영향을 확인한 뒤에야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전문가들도 관세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소매업체가 관세 영향을 늦추고 가격 안정 유지를 위해 재고를 비축해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스트코, 월마트, 타깃 등 미국 주요 유통업체가 재고를 모두 소진하면서 본격적으로 소비자 가격에 관세 영향이 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까지 미국 소비자가 부담한 관세 비용은 약 22% 수준이지만, 10월까지 67%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조사에 따르면 관세에 직접 노출된 기업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기업들도 올해 가격을 평균 3.5%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일부 소매업체 사이에서는 물가가 한꺼번에 뛰지 않고, 기업과 유통망을 거쳐 소비자에게 조금씩 전가되는 스닉플레이션 현상도 포착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불러온 전형적 현상으로, 경제에 즉각적인 충격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가계 부담을 늘리는 보이지 않는 물가 상승을 의미한다.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니 생활비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격 인상이 가속할 경우 특히 저소득층 소비자에게 고통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최대 신용조합인 네이비 연방신용조합의 헤더 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소득층은 매주 지출을 조정하며 생존하고 있다”며 “첫 주에는 고기를 포기하는 대신 아이 신발을 사고, 다음 주에는 자동차 할부금을 미루고 전기세와 병원비를 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롱 이코노미스트는 “소매업체와 브랜드들은 많은 미국인이 월급에 의존해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스닉플레이션을 통해 관세 부담을 조금씩 나눠서 넘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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