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투기 억제·실수요 보호” 부동산 대책 지속 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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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세제·공급 강경 기조 지속
신용공급 통제 수위도 ‘레벨업’
건설 둔화에 성장률 압박 우려도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둘러싼 각계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수요·공급 측면의 부동산 대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6·27대책과 9·7대책에서 가계대출 억제 기조를 드러낸 데 이어 일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투기 차단 원칙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건설경기 침체가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그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금리 인하를 점치는 상황이다.
단기 반등 기대 억제, 레버리지 의존 수요 차단
11일 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수요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고, 투기·투자 유인으로 취득하는 일을 최소화하려면 반복적으로 관련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초과수요와 투기수요를 통제해야 하고 공급도 실효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시적 대책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는 만큼 가격 안정을 위한 부동산 대책들을 지속 마련하겠단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우리 경제 구조가 기본적으로 부동산 투기 중심인 측면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부동산의 비중이 너무 크다 보니 정상적인 경제성장 발전에 장애가 되는 상태라는 지적이다. 그는 "“아직도 우리 국민에게는 ‘투자는 역시 부동산’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부동산 선호 인식이) 거의 막바지라고 보는데, 최대한 연착륙을 시키려면 부동산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발표한 6·27 부동산 대책에서도 동일한 기조를 보인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를 포함한 가계대출 억제책을 전면에 내세워 레버리지 수요를 차단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6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제한과 전입신고 의무 강화가 시행되면서 서울에서 8억6,000억원을 초과하는 주택거래 비중은 6월 51.3%에서 7월 36.8%로 14.5%p나 급감했다.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 역시 꺾였다. 한국은행의 집계에서 6월 말 예금은행 주담대 잔액은 전월 대비 5조1,000억원 증가했는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직후인 7월엔 3조4,000억원으로 그 폭을 줄였다. 이에 시장에선 6·27 대책이 단기적으로 시장에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일부 상급지에서는 여전히 가격 상승 조짐이 보이는 만큼 제도의 효과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병존했다.

금융권 리스크 관리 전면 재조정 국면
이에 정부는 추가적인 규제안을 내놓으며 대출 시장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달 금융위원회는 관계부서 합동으로 발표된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후속조치 이행을 위한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은행연합회, 제2금융권 협회, 5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농협), 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 등이 참석했다.
금융위는 이날 회의에서 “6.27대책 시행 이후 일시적으로 둔화했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난달부터 확대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세도 감시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서 비롯된 부동산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큰 만큼 6·27대책에서 일부 내용을 보강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4조1,000억원 늘어난 1,168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회의에서 논의된 주요 관리방안은 △규제지역 LTV 강화 △주택매매·임대사업자 대출 제한 △1주택자의 수도권 규제지역 내 전세대출한도 일원화 △주담대 금액별 주신보 출연요율 차등 적용 등이다. 먼저 규제지역(강남3구, 용산구)에 적용되는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은 기존 50%에서 40%로 낮췄다. LTV는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의 가치 대비 금융기관이 대출해 줄 수 있는 금액 비율로, 1억원짜리 주택의 LTV가 40%라면 최대 4,000만원의 대출이 가능하다.
또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을 담보로 하는 주택매매·임대사업자 대출의 LTV를 0%로 제한해 가계대출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사업자 대출을 차단했다. 다만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국토부 장관이 인정하는 경우는 예외를 허용한다. 아울러 그간 전세보증기관 3사별로 다르게 운영된 1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내 전세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일원화하고, 은행 등이 매년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에 납부하는 출연요율 부과 기준을 대출유형에서 대출금액으로 개편했다.
이번 9·7대책 발표의 영향으로 은행권에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등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지난 8일부터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했으며, 같은 날 하나은행도 비대면 주담대 접수를 중단했다. 나머지 주요 시중은행에서는 아직 비대면 주담대 접수가 가능하지만 KB국민은행은 일부 대면 대출 업무를 일시적으로 막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발표로 새로운 규제안을 전산에 반영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재개 시점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리 인하 여지 확대, 정책 조합 여부에 시장 촉각
시장은 규제 강화로 인한 건설경기 침체가 한국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릴 가능성에 주목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건설 수요가 위축되면서 당초 예상했던 성장률 전망치가 잇따라 하향 조정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전망치를 1월 2.0%에서 최근 0.8%로 낮췄고, 아시아개발은행(ADB)도 1.5%에서 0.8%로 0.7%p 줄였다. 한은과 한국개발연구원 역시 0.8% 성장 전망을 제시했다.
특히 한은은 이창용 총재가 직접 “건설투자가 성장률 전망에 미친 부정적 기여도가 1.2%에 달했다”고 언급하며 “보합만 유지했어도 성장률이 2.1% 수준은 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타 전문가들 역시 △대출 규제 강화 △건설 현장 안전사고 △미분양 누적 등 복합적 요인이 건설경기 침체를 심화시켰다고 입을 모으며 “추가 규제가 시행될 경우, 금융권으로 부실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는 투기 수요를 근절하고 실수요 중심의 질서를 세우겠다는 기조를 유지 중이다. 성장률 둔화와 같은 일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정책 기조를 흔들지 않고 시장 안정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성장률 저하에 따른 악영향보다 집값 급등이 불러올 사회적 파장이 더 위험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에 시장 일각에선 금리 인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분위기다. 한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일정 부분 억제되고 물가도 안정세를 보일 경우, 금리 완화가 성장률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지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일부 위원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건설 경기 부진이 국가 성장률을 갉아먹는 만큼 정부의 재정 지원과 주택공급 로드맵이 통화정책과 맞물려야 충격 완화 또한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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