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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규제에 묶인 미국 경제, 관광객 급감 속 17조 손실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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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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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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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강화·추방에 관광객 감소
호텔 객실 점유율 일제히 하락
최대 125억 달러 손실 전망

미국 호텔 산업이 국제 관광객 감소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름 성수기에도 주요 도시의 객실 점유율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중저가 호텔을 중심으로 수익성 악화가 뚜렷하다. 경기 둔화가 1차적 원인이지만, 까다로워진 이민·비자 정책과 우방국을 겨냥한 관세 확대 등 대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내 관광객 급감, 라스베이거스 등 타격

11일(현지시간) 미국 리서치 기관 투어리즘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지출은 전년 대비 4% 이상 줄어 약 83억 달러(약 11조5,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관광여행협의회(WTTC)는 최대 125억 달러(약 17조3,000억원)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TR에 따르면 미국 전체 호텔의 올 4월 평균 객실점유율은 63.9%로 전년 대비 1.9%포인트 하락했다. 가용객실당 수익(RevPAR·하루 동안 판매 가능한 객실 1개가 벌어들인 평균 매출)도 103.11달러로 0.1% 줄었다. 2분기 전체로는 점유율이 1.4%포인트, RevPAR은 0.5% 낮아졌다. 글로벌 호텔 체인의 실적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힐튼은 올해 RevPAR 성장률 예상치를 2% 안팎으로 축소했고, 메리어트 역시 연간 매출 성장 전망을 1.5~2.5% 수준으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주요 호텔의 RevPAR 성장률 전망을 1.4%에서 0.4%로 대폭 하향하며 관련 주식의 투자등급을 잇따라 하향했다.

특히 뉴욕, 라스베이거스 등 핵심 관광도시의 중저가 호텔은 매출 하락세가 뚜렷하다. 라스베이거스의 올 6월 방문객 수는 309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3% 감소했다. 호텔 평균 점유율은 78.7%로 6.5%포인트 떨어졌고 RevPAR도 13.8% 급감했다. 여름 성수기인데도 불구하고 관광객 수가 대폭 줄어들다 보니 일부 호텔들은 어쩔 수 없이 손님들을 끌기 위해 특가 상품까지 내놓고 있다.

미국 반이민정책에 여행객 외면

이 같은 관광객 감소와 호텔 실적 악화는 까다로워진 미국의 이민·비자 정책 탓이 크다. 관광비자 신청자에게 최대 1만 달러(약 1,390만원) 수준의 비자 보증금을 요구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이 시행 중이고, 10월부터는 250달러(약 35만원)의 ‘비자 무결성 수수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비자 면접 면제 제도도 대폭 축소돼 대다수 신청자가 대면 심사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 이미 비자를 보유한 5,500만 명의 외국인에 대한 상시 재심사 방침도 발표되면서 미국 방문을 망설이게 만든다.

강경한 이민 단속과 대규모 추방 역시 불안감을 키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대선 핵심 이슈로 삼으면서 관광객들까지 심리적 부담을 느낀다는 평가다. 유럽에서는 관세 갈등으로 인한 자발적 '미국 보이콧'에 더해 입국 과정에서 과도하게 몸을 수색당하거나 심지어 추방당했다는 경험담이 소셜미디어(SNS)에 퍼지면서 계획했던 미국 여행을 취소하는 경우도 상당수로 전해진다.

미국이 캐나다·멕시코·한국·일본·유럽연합 등 전통적 우방국을 상대로 철강·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반미 감정이 확산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캐나다에서는 ‘미국 여행 자제’ 움직임과 함께 예약 취소 사례가 늘고 있다.

유학생 단속도 역풍으로

미국 정부의 대대적인 유학생 단속도 미국 관광 산업에 역풍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불법 이민자뿐 아니라 유학생이나 교환방문 비자 소지자들까지도 추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대학 재정을 채워주는 것만이 아니라 음식, 서비스, 의료는 물론 관광 등을 소비하며 미국 경제에 소비자로서 기여하고 있다. 실제 2023년 기준, 미국 내 유학생들은 미국 관광 산업에 110억 달러(약 15조2,000억원)를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유학생들에 대한 강경 기조는 주변국의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의 주요 비즈니스 스쿨들은 미국 유학생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비자 제한 조치로 진학에 어려움을 겪는 유학생들을 위해 입학 마감일을 연장하거나 신속한 입학 절차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르노블 경영대학과 ESCP 비즈니스 스쿨은 이미 미국 대학에 합격했으나 비자 문제로 발이 묶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파리에 위치한 명문 사회과학대학 사이언스 포는 석사 과정 지원자가 전년 대비 26% 증가하는 등 국제 학생들의 관심이 실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은 한발 더 나아가 미국 정부의 하버드대학교 국제 학생 등록 금지 조치에 대응해 이들을 위한 ‘망명캠퍼스(Exile Campus)’를 제안했다. 볼프람 바이머 독일 문화부 장관은 “독일은 교육과 다양성을 중시한다”며 “미국에서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기꺼이 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임시 대응이 아니라 독일이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의 주요 대학들도 미국발 유학생 이탈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교토대학교는 “미국에서 학업이 어려워진 유학생과 젊은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수용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젊은 연구자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수용 계획도 병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후지이 데루오 도쿄대 총장은 “하버드대에서 학업을 지속하지 못하는 유학생이 발생할 경우, 이들을 일시적으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며, 이를 위해 2025년도 중으로 관련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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