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딥테크] ‘시원한 교실도 좋지만’

Picture

Member for

11 months 1 week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교실 온도, 학업 성취도에 ‘중대한 영향’
디지털 기기로 인한 주의 분산은 ‘여전한 문제’
냉방이 ‘만병통치약’ 될 수 없어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학교들은 냉방 설비를 갖추기 위해 바쁘다. 일본의 조사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34도를 넘는 하루는 냉방이 안 되는 교실에서 수업하는 학생들의 시험 성적을 0.56표준편차만큼 낮춘다. 하지만 냉방을 실시하면 낮아진 성적의 73%가 회복된다.

교실 냉방, 학업 성적에 ‘상당한’ 영향

일본은 작년에 대부분의 공립학교에 냉방 설비를 갖췄다. 2006년 10%에 지나지 않던 냉방 설치율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을 포함한 각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냉방 이외의 문제가 관련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2018~2022년 기간 OECD 국가 평균 수학 성적은 15점가량 떨어졌다. 최상위권 국가인 한국의 경우는 2012년 554점에서 2022년 527점으로 급격한 하락을 보였다.

기온이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냉방 설치 및 비설치 교실)
주: 노출된 기온 범위(X축), 표준편차 변화(Y축), 냉방 설치(점선), 냉방 없음(실선)

각국 정책 당국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미국의 뉴욕주는 섭씨 31.1도를 실내 온도 한계로 설정하고 기준을 넘으면 각급 학교가 비상 대책을 실행하도록 법규화했다. 영국은 법적 한계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위험성 판단과 쾌적함에 초점을 맞춘 지침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건강에 도움을 주고 불쾌지수를 낮추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동으로 시험 성적을 높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수업과 교과과정, 집중력은 ‘여전히 중요’

물론 더위는 학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연구 결과도 기온이 오를수록 저소득층 및 소수집단 학생들을 중심으로 성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진도를 따라가는 데 애를 먹는 학생들도 더 힘든 상황에 처한다. 이럴 때 제공되는 냉방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상당 부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학생 개개인의 변화와 인근 지역 날씨와의 비교를 포함한 일본의 연구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해당 연구는 당국이 힘을 기울이고 있는 냉방 설비가 자동으로 성적을 올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보여준다. 수업의 질과 엄격한 교과과정, 높은 출석률, 과제에 집중하는 시간 등은 여전히 결정적인 요소로 남아 있다. OECD 분석도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효과적인 교수법과 체계적인 학습 방법을 대체하지는 못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리하면 냉방에만 집중하는 정책은 쾌적함과 안전성을 향상시키지만 학업성취도를 높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가 ‘집중력’에 도움

물론 냉방은 ‘인지 부하’(cognitive load, 정보를 처리하고 작업을 완료하는 데 사용되는 정신적 노력)를 완화하고, 피로를 줄이며, 출석률을 높이는 데는 기여한다. 성능 좋은 공조 시설은 결석과 정학 처분을 줄이고 읽기와 수학 성적에도 근소한 이바지를 한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냉방과 환기는 온열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집중력도 높여주는 셈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감안해도 가장 큰 배움의 적은 여전히 주의 산만(distraction)이다.

기온이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냉방 설치 및 비설치 학교)
주: 냉방 비설치 학교(좌측), 냉방 설치 학교(우측), 노출된 기온 범위(X축), 표준편차 변화(Y축) / 성적 하위 10% 학생(p10), 성적 하위 25% 학생(p25), 성적 상위 50% 학생(p50), 성적 상위 25% 학생(p75), 성적 상위 10% 학생(p90)

2022년 국제 학생 평가 프로그램(PISA) 보고서를 보면 수학 시간에 친구들의 모바일 기기 때문에 방해를 받은 학생들은 수학 성적이 평균 15점 낮았다.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절도있게 줄이면 다시 성적이 오르는 것으로 볼 때, 문제는 기기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한 주의 분산이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따라서 아무리 교실이 시원해도, 집중력을 높이고 규칙적인 일상을 가능하게 하는 교사들의 도움이 있어야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더위와 ‘수업 내용’ 연계 등 ‘다각적 접근’ 필요

냉방 문제로 다시 가면 첨단 냉방 시설을 갖춘 선진국 학교들도 고장과 소음, 전력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처럼 연방 차원의 실내 온도 한계가 없는 국가를 포함해 기준도 제각각 다르다. 예산 부족과 오르락내리락하는 전기세, 기후 목표도 어려움을 가중한다.

따라서 더위 문제 해결에는 다각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기온과 수업 시간표를 연계해, 부담이 큰 수업을 시원한 시간에 배치하고, 덜 힘든 과목을 기온이 높을 때 진행하는 것도 참고할 만한 방법이다. 뉴욕주의 섭씨 31.1도 기준도 해당 방식을 결합하면 학생들의 과제 집중 시간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크게 볼 때 공조설비 개선은 교육 정책의 일환으로 취급하는 게 맞다. 필터 관리 및 공기 순환, 이산화탄소, 규칙적인 보수에 집중하면 대대적인 공사 없이도 쾌적함과 학업 성취도를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중요한 수업 시간에 디지털 기기 사용을 금지한다면 학생들의 집중력도 향상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빠질 수 없는 것은 꼼꼼한 측정이다. 냉방 및 환기 장치를 개선한 학교들은 결석률과 문제 행동, 학업 성적을 추적하고 비슷한 환경의 학교와 비교·분석해야 한다. 중요한 목표는 냉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학업 성적을 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냉방은 더위가 학업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일 수 있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학생들의 집중력과 교과과정, 전반적인 교실 환경의 관리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ooler Classrooms, Cooler Heads? Why Air Conditioning Alone Won’t Fix Learning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11 months 1 week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