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다음 검색’ 제거하고 에이전트 AI로 스텝업, 슈퍼앱 전환 승부수
입력
수정
카나나로 기존 검색 기능 대체 다음 포털 연동 폐지 수순 에이전틱 AI 기반 슈퍼앱 도약 전략

카카오가 10년간 유지해 온 카카오톡 내 샵(#)검색의 다음 포털 연동을 폐지하고, 자체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카나나(Kanana)’로 대체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카카오와 다음과의 연결고리가 약화할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다음 매각설'도 다시 떠오르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카카오가 사실상 검색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포기하고 에이전틱 AI 기반 슈퍼앱으로 도약하기 위한 승부수를 내놓은 것이란 평가다.
카톡 채팅방서 ‘샵 검색’ 빼고 ‘카나나’로 교체
30일 카카오와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연내 카톡 샵 검색을 다음에서 카나나로 교체하기로 했다. 샵 검색은 2014년 다음 포털과 합병을 완료한 카카오가 양사 사업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2015년 카톡에 결합한 검색 기능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메신저 수준을 넘어 커머스와 카카오TV, 콘텐츠 등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키우고자 했다. 조금씩 감소하던 다음 트래픽을 보완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샵 검색의 제거는 이 같은 전략적 판단이 완전히 뒤집혔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교체는 올해 상반기 설립한 에이엑스지(AXZ)에 다음 사업 대부분을 넘긴 뒤 내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카카오는 지난 5월 포털 다음을 담당하는 콘텐츠 사내독립기업(CIC)을 외부로 분사해 AXZ를 설립했다. 카카오는 오는 12월 1일 △다음뉴스 △다음쇼핑 △다음검색 등 다음 서비스의 대부분을 양도할 계획이다.
AXZ 입장에서는 카카오톡으로 유입됐던 검색 트래픽마저 사라지면서 포털 시장 내에서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됐다. 한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10년 만에 카톡과 다음 포털의 사업 접점이 사실상 없어지게 된 것”이라며 “샵 검색 제거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다음 포털의 트래픽 점유율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다음 CIC 분사에 이어 연동고리 제거
다음은 국내 검색 엔진 가운데 AI 기능 도입이 가장 늦은 편이다. 네이버와 구글, MS 모두 검색 엔진에 AI 기능을 접목시킨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다음만 아직 AI 검색 기능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검색 점유율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카톡 샵 검색 연동마저 없애는 건 다음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카카오가 검색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 이유다.
카카오가 다음과 사업 접점을 줄여가는 행보를 보이자, 업계 안팎에서는 다음 매각 가능성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다음 매각설은 정 대표가 지난 3월 “현재 시점에선 포털 ‘다음’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된 바 있다. 한 포털업계 관계자는 “다음이 분사되고 카카오와의 사업 접점도 약해지면 향후 매각도 자유로워질 전망”이라며 “주주총회 의결 없이도 매각을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현행법(상법)상 중요한 자산이 아닌 경우 이사회 결의나 대표이사 전결만으로도 매각이 가능하다. 법조계에 따르면 매각 대상이 규모가 작거나, 회사의 전체 영업·재무에 본질적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인 경우 중요한 자산이 아닌 경우로 인정되고 있다.

카카오가 꿈꾸는 에이전트 시대
다만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결정들을 단순한 효율화 조치 그 이상으로 분석한다. 한때 국내 포털 시장의 양대 축이었던 다음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한 점유율 하락을 겪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다음의 검색 점유율은 2015년 11.7%에서 2024년 3.7%로 하락했다. 검색 광고와 디스플레이 광고 수익도 매년 감소세다. 특히 모바일 중심으로 생태계가 재편된 이후, 카카오의 주요 자회사들과 비교해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투자와 기술 고도화도 지연됐다.
양사 합병 시 기대했던 시너지 역시 제한적이었다. 2015년 샵 검색을 통해 다음 검색을 연동하며 일정한 접점을 만들었지만, 2021년 조수용 당시 공동대표 체제 아래 ‘샵탭’이 ‘카카오 뷰’로 대체되면서 다음은 메신저 유입 통로에서도 사실상 밀려났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선거철마다 뉴스 서비스를 둘러싸고 정치적 민감성에 휘말리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카카오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다음의 활동 반경을 줄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카카오톡이 만년 메신저라는 감옥에 갇혀 고사할 수 있단 우려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 국민 메신저라는 타이틀은 역설적으로 카카오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압도적인 트래픽은 그 자체로 거대한 자산이었지만, 동시에 독이 든 성배였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카카오톡의 본질은 메시지를 주고받는 '통로'일 뿐 사용자들이 머무르고 탐색하며 시간을 보내는 소셜미디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목적을 달성하는 즉시 앱을 떠났다. 이는 막대한 트래픽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당 평균 수익(ARPU)이나 생애 가치(LTV)가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 강자들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의미한다.
이에 카카오는 메신저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몸부림쳐 왔지만 쉽지 않았다. 채팅창에 도입된 샵 검색은 네이버와 구글의 아성을 넘지 못했고, 야심 차게 시작한 '톡스토어'도 '선물하기' 탭을 제외하면 이커머스 시장에서 유의미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를 연상시켰던 '카카오스토리' 역시 반짝 성공을 거두는 듯했으나 결국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밀려난 상태다. 이는 카카오에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단순한 기능 추가나 어설픈 서비스 연동만으로는 사용자의 깊게 뿌리내린 메신저라는 인식을 바꿀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이런 와중에 카나나 도입은 메신저의 한계를 뛰어넘어 슈퍼앱으로 도약하기 위한 유일한 열쇠로 여겨진다. 카카오가 꿈꾸는 궁극의 미래인 '에이전틱 AI(Agentic AI)' 시대를 향한 출사표와도 같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AI 에이전틱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픈AI와의 협력도 강조하고 있다. GPT-5를 탑재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확보하는 동시에, 프라이버시에 특화된 자체 온디바이스 AI '카나나 나노'를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