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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불확실성 커진 베트남, 투자 자본의 이탈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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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onths 3 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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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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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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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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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불안과 전력 부족, 규제 강화로 높아지는 투자 위험
해외 자본, 베트남 의존 줄이고 인도·인도네시아로 분산
제도 개혁과 인재 양성이 지속 성장의 핵심 과제로 부상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베트남 경제는 여전히 정부 주도 구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2024년 7월 기준 외화보유액은 약 830억 달러(약 110조원)로, 당시 수입 금액2.9개월 치에 해당했다. 신흥국이 안정적이라고 보는 3개월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완충 장치가 약해지면 통화 가치는 떨어지고 신용 공급은 위축된다. 정부가 은행과 기업을 동원해 안정을 유지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진다.

같은 해 박닌(Bac Ninh)과 타이응우옌(Thai Nguyen)의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이 정전 사태 이후 전력 사용 감축을 요구받은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오늘날 성장의 관건은 값싼 노동력이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망과 예측 가능한 제도다. 위험이 기업 내부가 아니라 정부 운영에서 비롯되는 순간 해외 자본은 다른 투자처를 찾는다.

사진=ChatGPT

성장의 기반과 달라진 위험

베트남의 고속 성장은 건전한 거시 정책, 수출 제조업, 외국인 직접투자(FDI) 개방에 힘입어 가능했다. 이러한 기반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2024년 FDI 유입액은 약 253억 달러(약 34조원)로 전년보다 10% 증가했고, 한국은 여전히 주요 투자국이다. 그러나 이면에서는 위험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

2022년 이후 동화(VND)는 달러 대비 10% 이상 하락했고, 외화보유액은 안전선 아래 머물렀다. 에너지와 재정이 얽히면서 국영전력공사(EVN)는 손실을 메우기 위해 석탄 발전소 가동을 늘리고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불가피한 조치지만 제조업체에는 생산 비용 상승과 불확실성 확대라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미국의 신규 관세가 겹치면서 대미 수출이 최대 250억 달러(약 34조원) 줄어들 수 있으며, 이는 전체 수출의 25%에 해당한다.

베트남 외화 보유액
주: 수입 기준 환산 시 베트남 외화 보유액(2.9개월), 안전선 대비 부족분(1개월)

금융과 전력, 규제의 부담

베트남의 국영 부문은 중국만큼 크지는 않지만, 주요 산업에서 여전히 막강하다. 국영 은행은 전체 자산의 40%를 차지하고, 통신 분야도 국영 기업이 지배한다. 정부는 환율 압력이나 성장 목표가 높아질 때 국영 은행을 통해 대출을 늘리거나 금리 조정을 늦추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원 배분을 왜곡해 민간 기업의 재무 안정성을 해친다.

이런 문제는 투자 현장에서 이미 드러났다. 2024년 인텔의 33억 달러(약 4조5,000억 원) 증설 계획은 정부의 재정 인센티브가 거부되며 무산됐다. LG화학의 배터리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로 이동했고, 삼성은 관세와 공급망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미 스마트폰 생산 일부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단일 사건만 보면 제한적일 수 있지만, 누적되면 해외 기업들의 투자 전략을 바꾸는 요인이 된다.

에너지 안정성은 또 다른 핵심 제약이다. 2023년 북부 지역 정전 사태는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줬고, 이듬해 당국은 주요 전자업체에 피크 시간대 전력 사용을 30% 줄이라고 요청했다. 2024년 초 석탄 발전 비중은 전력 생산의 60%에 육박했지만, EVN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추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이런 조치는 국가 차원에서는 불가피할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예고 없는 가동 중단과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규제 불확실성은 투자 환경을 흔드는 또 다른 요인이다. 최근 제출된 정부안은 에너지와 산업단지 프로젝트에도 경찰 승인을 의무화하며, 국가 안보를 그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은 무역 장벽 철폐를 요구했고, 베트남은 미국 관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무역협정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기업들은 규정을 개별적으로 검토하기보다 인허가 과정에서 지연이나 병목이 발생할 경우 투자 전략을 조정한다. 이러한 행정 부담은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니라 비용 구조 전반을 흔드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투자, 확장보다 신중

베트남은 여전히 한국을 비롯한 해외 자본에 중요한 거점이다. 누적 FDI에서 한국은 상위권을 유지했고, 2024년 신규 투자액은 70억 달러(약 9조5,000억 원)로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은 확장보다 신중함을 택하고 있다. 신규 프로젝트는 안정적 전력망, 명확한 승인 절차, 환율·관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거시적 완충 능력을 갖춘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이 경쟁 구도에서 베트남은 중국 연해 지역뿐 아니라 인도의 인센티브 단지, 인도네시아의 배터리 생태계와도 겨뤄야 한다.

교육과 인재 양성에 드리운 그림자

경제 불안은 교육과 인재 양성에도 영향을 준다. 정부가 과도하게 위험을 떠안을 경우 예산은 구조 개선보다 단기 대응에 집중되고, 기업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즉시 투입 가능한 숙련 인력만을 찾게 된다. 가정은 장기적 역량보다 단기 취업 자격에 집중한다.

베트남의 기술 수준은 점차 향상되고 있지만 변동성에 대응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202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에서 베트남 학생들의 성취는 OECD 평균에 근접했지만, 경쟁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2024~2025년 자격증을 보유한 노동자는 전체의 28~29%로, 첨단 제조업에 필요한 수준과는 큰 격차가 있다. 정전이나 관세 충격이 발생하면 기업은 사내 훈련 대신 경험 인력 채용이나 자동화를 선택하며, 이는 교육 기회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베트남 노동자 직업훈련 자격증 보유 비율(단위: %)
주: 연도(X축), 자격증 보유율(Y축)

정책과 교육의 대응 과제

앞으로의 과제는 새로운 훈련 프로그램이 아니라 시스템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외화보유액과 전력망 같은 거시적 완충 장치를 안정시켜야 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는 인재 양성과 연결돼야 한다. 인텔이나 LG의 투자 무산은 자본 손실을 넘어 교육 현장의 학습 기회를 잃는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인턴십, 공동 연구, 산학 커리큘럼을 성과와 연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교육기관도 특정 기업 맞춤형 훈련에서 벗어나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전력 수급 변화에 대응할 기술자, 공급망 충격 속에서도 생산을 조정할 엔지니어, 비용 변화를 분석해 전략을 제시할 전문가가 필요하다. 커리큘럼은 단순 기술 습득에서 시스템 이해 강화로 바뀌어야 하고, 산학협력은 형식적 협약이 아니라 계약 기반으로 운영돼야 한다. 졸업생 취업률이나 현장 적용률 같은 지표가 성과를 보여줘야 하며, 정책의 평가는 협약 건수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생산 차질을 줄였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

실행이 필요한 시점

베트남의 외환 불안, 전력 부족, 규제 강화는 투자자들에게 위험이 기업이 아니라 정부 운영에서 비롯된다는 신호를 보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해외 자본은 투자를 분산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해법은 명확하다. 정부 규모를 줄이고 절감한 재원을 전력망과 규제 개선에 투입해야 한다. 국영 기업과 은행의 영향력을 줄이고 승인 절차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교육을 산업과 연결해 충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베트남이 제도와 교육을 함께 개혁한다면 투자는 이어질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자본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결단과 실행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the Buffer Runs Thin: Vietnam’s Public-Sector Ceiling and the Quiet Shift of Korean Capital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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