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홀딩스, ‘기업 회생’ 초록마을 지분 인수 “정상화 방안 두고 주도권 다툼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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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캐피탈, 99.77% 지분 매각 옛 경북광유 후신 자본 유입 법원 판단·채권자 동의율 촉각

KK주식회사 관계사인 KK홀딩스가 초록마을 최대주주에 오른다. 초록마을은 현재 회생절차가 진행 중으로, 새 대주주 KK홀딩스는 자율적 정상화 방안을 앞세운 상태다. 다만 구조조정 주도권을 쥔 채권단과 이견이 있어 추가 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캐피탈, 50억원에 지분 매각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K홀딩스는 초록마을 최대 채권자인 신한캐피탈로부터 초록마을 지분 99.77%를 약 50억원에 매입한다. 현재 계약금이 납부됐고 KK홀딩스가 경영권을 확보할 시 잔금을 납입하는 수순이다. 그간 초록마을 김재연 대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인가 전 M&A’를 추진해 왔다. 기존 주주 지분 전액 소각과 상거래채무 대규모 탕감이 전제된 구조다. 다만 이 같은 구조는 재무구조 개선에는 효과적이지만, 초록마을의 실질적 가치인 공급업체·가맹점 네트워크 이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새 최대주주인 KK홀딩스는 인가 전 M&A 중단과 자율 정상화를 제시하고 있다. 유상증자 또는 회생금융을 통한 신규 자금 투입으로 상거래채무 일부를 현금 변제하고 잔여분은 유예와 협상을 통해 조정하는 구상이다. 강제 탕감 없이 공급망을 보존, 회생절차를 조기 종결한다는 목표다. 초록마을의 기업가치를 브랜드와 유통 생태계로 본 접근으로, 재무 구조 개선의 속도보다 채널 유지율을 우선한다는 설명이다.
초록마을 품었던 정육각, 기업회생 돌입
대상그룹 산하였던 초록마을은 지난 2022년 정육각에 매각됐지만 모회사인 정육각이 돌연 경영난에 처하면서 올 들어 초록마을과 정육각 모두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2016년 설립된 정육각은 고객이 온라인을 통해 돼지고기 등 축산물을 주문하면 도축부터 배송까지 빠르면 당일, 길면 4일 안에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일반적으로 도축 후에 한 달 정도 걸리는 고기 유통 구조를 대폭 단축한 초신선 물류 체제를 구축하며 주목받았다.
연 매출 200억원대로 성장한 정육각은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 초록마을을 인수하며 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이마트를 비롯한 국내 유통 대기업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 상황에서 이례적인 결과였다. 정육각은 초록마을 인수를 위해 신사업 추진을 중단하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육각은 2023년 연결기준 매출액 2,006억원을 기록했다. 초록마을 인수 전보다 매출 규모가 5배가량 늘어나며 외형 확장 측면에선 성과를 냈다. 하지만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828억원에 달해 수익성 확보엔 어려움을 겪었다. 2023년 말 기준 정육각이 보유한 현금은 6,614만원에 불과했다.
정육각과 함께 회생 절차를 밟고 있던 초록마을은 지난 7월부터 매각을 위해 인수 후보군 개별 접촉을 진행하며 M&A 절차를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유력 후보군 중에는 마켓컬리 등 국내 주요 유통 업체들도 대거 포함됐다. 컬리의 경우 오프라인 거점 확보 차원에서 초록마을 매장망에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GS더프레시, 더본코리아, 아성다이소 등 유통 강점을 가진 기업들이 잠재적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이들 각각 식자재 유통망과 전국 점포망 확대, 신선식품 브랜드 진출 측면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인수 측에서는 매각 측이 제시한 거래구조가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인 주식 매매가 아닌 질권 실행을 통한 방식이라 전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인수자는 초록이에스지가 보유한 초록마을 지분 99.8%의 1순위 근질권을 보유한 신한캐피탈과 주식매매약정서를 체결한 뒤 질권 실행을 통해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회생절차 밖에서 진행되는 M&A라 인수자가 채권자들과 협의한 뒤 법원에 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해야 한다. 이로 인해 대부분 잠재적 투자자들은 초록마을 인수 검토를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리인인 김재연 대표 체제하에서는 임시주총을 통한 경영권 교체가 지연될 수 있는 데다, 신규 대주주 지위가 확보되더라도 대표자 사임 보장이나 실사권 부여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초록마을 정상화 시험대
이번에 초록마을을 인수하기로 한 KK홀딩스는 인가 전 M&A를 중단하는 대신 자율적 정상화 방안을 내놨다. 채권자 채권은 강제 탕감하지 않는 내용이 골자다. KK홀딩스의 제안이 채택될 경우 기존 M&A 절차는 중단된다. KK홀딩스는 유상증자나 회생금융(DIP 파이낸싱)을 통해 신규 자금을 투입해 상거래 채무를 일부 변제하고 나머지 채무는 변제를 유예할 계획이다.
다만 IB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조정 전략을 두고 새 대주주와 채권단 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K홀딩스의 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주요 채권자들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KK홀딩스 관계자는 “김재연 현 관리인이 대주주이자 핵심 채권자인 신한캐피탈과의 약정을 위배하고 자신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생절차를 남용했다”며 “관리인 변경의 정당성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절차적 쟁점도 남아 있다. 최대주주 변경이 곧바로 관리인 교체나 인가 전 M&A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관리인 변경 신청 여부, 회생계획 변경 요건, 채권자집회 일정 조정 가능성, 법원의 절차적 판단이 순차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매각가를 둘러싼 ‘헐값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육각은 초록마을을 약 9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초록마을은 연매출 1,900억원 수준이었다. 이번 인수금액 50억원은 당시 인수금액의 5%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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