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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 든 카카오, 이용자 반발에 친구 목록 회귀, 슈퍼앱 꿈도 일보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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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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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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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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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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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후 인스타그램식 피드 도입에 이용자 불만 폭주
카카오 "이용자가 원하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변경할 예정"
시중은행 슈퍼앱, 불완전한 통합으로 사용자에 불편 초래

최근 대규모 개편 작업이 이뤄진 카카오톡에 이용자 혹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카카오가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논란이 된 친구 탭을 기존에 서비스하던 '친구 목록'의 형태로 되돌리기로 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의 피드 방식을 차용해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확대하기 위한 결정이었지만, 메신저 본연의 정체성이 훼손되면서 이용자의 반발에 부딪힌 결과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기능적 장점이 모호한 마구잡이식 슈퍼앱 전략은 오히려 플랫폼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카카오 "연내 기존 방식으로 변경 추진"

29일 카카오는 카카오톡 최신 버전에 대한 이용자 의견을 적극 반영해 친구 탭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근 업데이트 이후 격자형 피드 친구 탭을 선택 옵션으로 해달라는 이용자 요구가 있었는데 결국 이를 수용한 것이다. 카카오는 업데이트 전 형태인 기존 ‘친구 목록’을 친구 탭 첫 화면으로 되살리고, 현재 제공되는 인스타그램 형태의 격자형 식 게시물은 별도의 '소식' 메뉴를 통해 볼 수 있도록 변경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이용자들이 기존 방식과 격자형 피드 방식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친구 탭 개선 방안은 개발 일정을 고려해 올해 4분기 안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23일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카카오를 통해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하지만 격자형 피드로 개편된 친구 탭에 대한 이용자 불만이 폭주했다. 친구 탭이 SNS 피드 스타일로 개편되면서 이용자 피로도가 커지고 메신저라는 카카오톡의 정체성이 흐려졌다는 게 주된 반응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업데이트를 총괄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에 대한 비판이 빗발쳤고,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앱을 원래대로 롤백해 달라며 '1점 리뷰'가 폭주했다. 업데이트한 이용자들로부터 혹평이 쏟아지자, 카카오톡 자동 업데이트 끄는 법 등이 인터넷상에 공유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월간 활성 이용자 수 5,000만 명에 달하는 국민 앱의 서비스 변화가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당초 카카오가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구상했던 미래는 '슈퍼앱으로의 진화'였다. 친구 목록을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SNS 형태의 피드로 바꾸면서 단순히 메신저 기능을 넘어 실시간 소통과 콘텐츠 소비가 모두 이뤄지는 통합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혁신을 통한 성장과 익숙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카카오의 시도는 결국 메신저로서의 정체성을 선택한 이용자들의 외면에 직면하면서 결국 한발 물러서게 됐다.

성장세 둔화 속에 '슈퍼앱 청사진' 제시

국내 플랫폼 기업의 대표 주자인 카카오가 슈퍼앱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은 2022년부터였다. 당시 카카오의 핵심 사업인 톡비즈(카카오톡)와 포털비즈(다음) 부문의 수익성이 하락하며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됐다. 2022년 결산 기준 포털 비즈의 매출은 전년 대비 25% 급감했고, 2018년 이후 4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던 톡 비즈 부분은 같은 기간 9% 성장에 그치며 둔화 조짐이 뚜렷했다.

전문가들은 성장 둔화의 원인을 지나친 분권화에서 찾았다. 그간 카카오는 CIC(Company in Company) 제도를 도입해 신사업을 확장했는데, 엔터·모빌리티·금융·게임 등 수많은 기능이 분화되면서 한때 계열사가 147개에 달했다. 이렇게 분산된 구조는 유기적 연결과 기능의 통합을 어렵게 만들었다. 분사한 개별 조직이 독자적으로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서 주주 구성이 파편화된 점도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가로막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카카오는 2023년부터 정신아 대표 체제에서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2년간 30개 이상의 계열사를 매각하며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한편 포털 다음을 분사하는 등 사업 구조를 슬림화했다. 핵심 플랫폼인 카카오톡은 인공지능(AI)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 같은 기조 속에 올해 6월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슈퍼앱으로 고도화하고 AI 기반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카카오는 업데이트를 통해 카카오톡에 챗GPT를 도입하고 자체 AI 모델 카나나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연내 카카오톡 체류 시간을 20% 이상 늘린다는 목표 역시 유효하다. 그러나 이번 시도가 적지 않은 이용자의 반발을 불러왔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미 대중이 SNS에 피로함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단순한 모방이나 기능 확장보다는 메신저로서 이용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기능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 병렬 통합은 서비스 집중도 떨어져

슈퍼앱 전환에 따른 시행착오는 금융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022년 금융당국이 규제 혁신 방안을 추진하자, 주요 금융그룹들이 앞다퉈 슈퍼앱을 선보였다. 모바일뱅킹에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 서비스를 통합하고, 쇼핑·여행·의료·통신까지 아우르는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를 구현하겠다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각 금융사의 전략도 다양했다. KB금융그룹은 페이·보험 등 6개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와 함께 부동산·자동차·헬스케어 등 비금융 콘텐츠를 탑재했고, 신한금융지주는 5대 계열사의 주요 기능을 담은 신규 플랫폼을 출시했다.

하지만 '진짜 슈퍼앱'을 기대한 이용자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가장 큰 불만은 슈퍼앱을 쓰더라도 결국 기존의 앱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일례로 신한금융지주의 통합 플랫폼 슈퍼쏠은 은행·카드·증권·라이프·저축은행 등 계열사의 일부 기능만 탑재해 사용 과정에서 별도 앱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은행권에서는 소비자 편의를 극대화해 락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기능이 합쳐졌는지조차 알기 어려워 결국 두세 개 앱을 동시에 써야 하는 불편만 커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이러한 모호한 통합 전략은 오히려 네트워크 효과를 약화시킨다고 꼬집는다. 앱의 정체성이 정의되지 않은 채 병렬적으로 단순 결합하는 방식으로는 서비스별 집중도가 떨어지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슈퍼앱 전환에 성공한 금융앱들은 이와 다른 길을 택했다. 가장 완성도 높은 금융 슈퍼앱으로 평가받는 토스는 계좌 통합관리·신용조회·투자·보험에 집중했고, 국내 1위 모바일은행 카카오뱅크는 편리한 송금 기능을, 네이버페이는 쇼핑과 연계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워 금융앱 상위권을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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