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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대만 원전 재가동 국민투표 부결, 그러나 현실적 대안 논의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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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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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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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원전 재가동 국민투표, 다수 찬성에도 투표율 미달로 부결
에너지 수입 구조 속 전력 비용 상승과 안보 불안 심화
원전은 안전성과 경제성 검증 시 현실적 선택지로 부상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만은 지난 8월 23일 남부 핑둥현에 있는 마안산 원자력발전소 재가동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전체 투표자의 74%가 찬성했지만, 법적 기준인 최소 투표율에 미달해 결국 안건은 부결됐다. 높은 찬성률에도 불구하고 투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무산된 이번 결과는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대만 사회의 현실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마안산 원전은 가동 중단 직전까지 전체 전력의 약 3%를 담당해 왔다.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이 중단되면서, 대만은 수입 가스와 석탄에 더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전체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이런 변화는 곧바로 전력 비용 상승과 해상 운송 차질 위험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가계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났고, 국가 에너지 안보에도 새로운 불안 요인이 더해졌다.

사진=ChatGPT

국민투표가 드러낸 민심

이번 국민투표는 단순한 원전 찬반 구도가 아니었다. 국민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출하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투표 막판에 후쿠시마 사고, 지진, 핵폐기물 처리 문제 같은 익숙한 논점이 다시 제기됐지만, 원전 재가동을 지지하는 표심을 뒤집을 정도의 영향력은 없었다. 그러나 낮은 관심과 제도적 장벽이 겹치면서 안건은 부결됐다.

현행 국민투표법은 전체 유권자의 25% 이상이 찬성해야 효력이 발생하는데, 실제 찬성표는 약 430만 표에 머물렀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원전에 대한 확고한 거부라기보다, 적극적 참여 부족이 빚은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앞으로도 사실에 근거한 논의와 정책적 선택의 여지가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전력 시스템의 구조적 과제

마안산 원전 두 기는 각각 40년의 가동 허가를 받았고, 1호기는 2024년, 2호기는 2025년 5월에 운영을 종료했다. 공급 비중은 3%에 불과했지만, 안정적인 발전원이 빠져나가면 전력 공급 여력이 줄어드는 순간 곧바로 전력 부족과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만의 전력 수요는 데이터센터, 제조업, 서비스업 성장에 힘입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발전 구조는 여전히 LNG와 석탄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태양광과 해상풍력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최대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국영 대만전력공사는 연이은 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국제 가스 가격 변동으로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가격, 안보, 안정성의 삼중 과제

대만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숫자로 드러난다. 전체 에너지의 약 97%를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으며, 그중 대부분은 LNG와 석탄이다. 2023년 LNG 소비량은 약 240억~250억㎥였고, 이 가운데 80% 이상이 발전용으로 사용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가계 부담을 줄이려 했지만, 대만전력공사의 재정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24년과 2025년 연속으로 전기요금을 올렸지만 적자 규모는 여전히 크다.

지정학적 위험도 무겁게 다가온다. 해상 봉쇄가 현실화되면 LNG 터미널과 수송로, 비축분이 동시에 압박을 받는다. 공급처를 다변화하더라도 긴 해상 운송망이라는 구조적 취약점은 남는다.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발전원을 확보해야 이런 위험은 줄어든다.

신뢰성 문제 또한 중요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인재나 설비 결함으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정부가 대규모 배터리 등 긴급 대응책을 보강했지만,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급 여력은 여전히 불안하다. 특히 제조업 공장과 데이터센터는 몇 분의 정전만으로도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즉시 가동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발전원은 높은 가치를 갖는다. 단기적으로는 가스, 중기적으로는 저장장치·수요 조정·재생에너지, 장기적으로는 원전의 수명 연장이나 신규 건설이 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2024년 대만 전력 발전원별 비중
주: 천연가스(42.4%), 석탄(39.3%), 재생에너지(11.6%), 원자력(4.2%), 양수발전(1.1%)

가격 논의의 현실

가스 중심의 전력 시스템은 국제 가격 변동에 취약하다. 대만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OECD 평균보다 낮지만,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정부는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기업 요금 인상을 억제했지만, 그 부담은 가계와 공공 재정으로 옮겨졌다. 연료비가 오르고 설비 확충이 지연되면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이런 맥락에서 원전의 역할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비용 절감과 위험 관리의 차원이다. 전체 전력의 3%라는 비중은 작아 보일 수 있으나, 피크 수요를 완화하고 전력 여유분을 안정시키며 도매 전력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낸다. 이 같은 효과가 매년 누적되면 결과적으로 큰 금액을 절감할 수 있다.

2025년 하반기 대만의 주거용 전기요금과 공급 비용 비교(단위: 킬로와트시당 대만 달러)
주: 항목-주거용 전기요금, 평균 공급 비용, 차이(X축), 금액(Y축)

건설적 해법

핵심은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가 아니다. ‘어떻게 안정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전력 조합을 빠르게 구축할 것인가’다. 전력의 신뢰성을 필수 공공재로 간주하고, 계획 단계에서 이를 비용 요소로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배터리 확충과 수요 조정 프로그램 확대가 시급하다. 육상풍력 확대와 송전망 개선을 통해 발전량 낭비를 줄이고, 산업 부문은 성과 기반 프로그램으로 피크 수요를 줄일 수 있다.

원전 역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현행법은 안전성 검증 절차를 허용하고 있으며, 대만전력공사는 18~24개월이면 심사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지진 안전, 폐기물 처리, 경제성 검증 기준을 명확히 하고 비용 범위를 공개해 LNG 장기 계약과 비교해야 한다. 이 과정은 투명하고 감시 가능한 절차여야 하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폐쇄를 결정하면 된다. 충족한다면 원전은 재생에너지의 경쟁자가 아니라 고비용 가스와 공급 부족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

균형 잡힌 에너지 전환의 과제

일각에서는 이번 논의가 원전 회귀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본질은 특정 발전원을 선택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자원을 어떻게 조합해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일 것인가에 있다. LNG 터미널을 추가 건설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 방식만으로는 국제 가격 변동과 해상 운송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다.

독일의 사례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탈원전 이후 석탄 사용이 늘고 전기요금이 상승하면서, 현재 독일은 일부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대만이 얻어야 할 교훈은 명확하다. 안정적 대체재가 충분히 확보된 뒤에야 기존 발전원을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온실가스 감축도 과제로 남아 있다. 대만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석탄에서 가스로의 전환을 통해 배출량을 줄였지만, 그다음 단계는 훨씬 복잡하다. 풍력과 태양광 확대가 필요하지만, 송전망 한계와 출력 제약이 뒤따른다. 배터리는 에너지를 저장해 시차를 조정할 수 있을 뿐, 생산 능력을 늘리지는 못한다. 원전은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으로,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대안이다.

참여 부족이 남긴 과제

대만의 이번 국민투표는 찬성이 다수였지만 법적으로는 부결됐다. 이는 원전에 대한 확고한 거부라기보다 낮은 참여율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민주주의 제도는 무관심에 가로막혔고, 전력 시스템은 지연에 따른 부담을 떠안게 됐다.

대만은 기술 인력과 투자 기반, 그리고 청정에너지를 원하는 시민 사회를 갖추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지붕 태양광, 대규모 배터리, 수요 조정, 송전망 개선처럼 지금 추진할 수 있는 과제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 원전은 안전성과 경제성이 입증될 때만 선택할 수 있도록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충실히 밟는다면, 원전의 공백은 단순한 부담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음 국민투표의 질문은 과거 회귀 여부가 아니라, 검증된 안정적 전력을 얼마나 확대할 것인가가 될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fter the Vote: Taiwan’s Energy Choice Is About Price, Risk, and Tim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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