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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CATL, 홍콩 IPO로 40억 달러 확보한다 美 정부 훼방 이겨낼 수 있을까 홍콩 증시 반등세·美-中 무역 협상은 '호재'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이 홍콩 증시 상장을 결정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유럽 내 생산 기지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은 CATL이 수년 전부터 이어져 온 미국 정계의 압박을 뚫고 IPO 흥행에 성공, 중국 산업계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CATL, 홍콩 증시 입성한다
11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CATL이 홍콩 증권거래소 IPO를 목표로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CATL이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이번 IPO를 통해 총 1억1,790만 주가 매각된다. 이 중 기관투자자 몫으로 1억910만 주, 개인 투자자 몫으로 880만 주가 각각 돌아갈 예정이다.
최대 공모가는 263홍콩달러(약 4만7,000원) 수준에서 책정됐다. 이는 지난 9일 선전 증권거래소 종가 248.27위안(약 4만8,000원) 대비 약 1.4% 할인된 금액이다. 공모가가 상한선에서 결정된다고 가정했을 때 시가총액은 310억770만 홍콩달러(40억 달러, 약 5조6,000억원)다. 향후 거래 규모가 커져 소위 '그린슈 옵션(초과배정옵션)'이 행사되면 IPO 규모는 최대 53억 달러(약 7조4,400억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
CATL은 홍콩 상장으로 모집한 자금을 유럽 현지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 CATL은 독일, 헝가리 등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스페인에서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리스크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시장 점유율 수성을 위한 설비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美의 CATL 견제 움직임
시장은 이 같은 계획이 순항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미국 정계가 꾸준히 CATL의 행보에 훼방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CATL은 지난 2023년 포드와 협력해 미국 미시간주에 리튬 배터리 공장 건설에 나선 후 미 하원으로부터 세 차례 조사를 받았고, 공장 건설을 두 차례나 중단해야 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미 국방부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명분으로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해병대 훈련 시설에 CATL 배터리를 설치하기로 한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CATL은 국방부 요청에 따라 해당 시설에 대한 배터리 제공을 중단했다.
미국은 CATL의 홍콩 증시 상장에 직접적으로 훼방을 놓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당시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를 이끄는 공화당 소속 존 물레나르 의장은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한 대표이사에게 각각 서한을 보내 CATL의 홍콩 증시 상장 작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물레나르 의장은 서한에서 은행들이 CATL의 IPO를 계속 추진할 경우 '상당한 규제적, 재무적, 평판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다이먼 회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JP모건과 다른 미국 은행들이 CATL의 군사 관련 지정과 제재 대상과의 연계를 명백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군수 기업 CATL의 기업 공개를 적극 추진했다는 보도에 우려를 표한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아직 살길은 남아 있다
다만 한동안 침체 상태였던 홍콩 증시가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호재다. 지난 8일 홍콩 증시는 1.1% 오르며 1개월래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투자 심리가 일부분 회복된 것이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은 정책금리를 10bp(0.10%포인트) 인하하며 유동성 공급 확대 및 경기 안정화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발표된 정책들에는 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 금융 및 부동산 시장 안정화 조치 등이 포함됐다.
미·중 무역 협상 역시 시장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10~11일 스위스 제네바의 '빌라 살라딘'(유엔 제네바 사무소 상임대표 공식 거주 시설)에서 중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했다. 중국 측에서는 '경제 실세'로 꼽히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 등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협상에 참여한 미국 측 인사들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베선트 장관은 협상 종료 뒤 현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매우 중요한 무역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것을 기쁘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논의는 생산적이었다"면서 "우리는 내일(12일) 오전에 (협상과 관련해) 자세하게 브리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어 대표는 "우리가 얼마나 빨리 합의에 이르렀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것은 아마도 양국 간 차이가 생각했던 것처럼 크지 않다는 것을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전문가들은 CATL이 이 같은 호재를 발판 삼아 홍콩 증시 입성에 성공할 경우, 중국 산업계에 새로운 '활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CATL의 IPO가 진행되면 상해 증시는 힘들어도, 홍콩 증시에서는 글로벌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는 긍정적 전례가 생긴다"며 "이후 홍콩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증가하면 중국 산업계도 자금 압박에서 일부분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