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좀비 빌딩 늘어난다" 美 경제 좀먹는 상업용 부동산
Picture

Member for

6 months 1 week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돈도 안 되는데" 외면받는 美 상업용 부동산
주요 도시 소재 건물들도 헐값에 팔려나가
은행권, 부동산發 부실 리스크에 신음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벼랑 끝에 몰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실률이 치솟으며 시장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투자자들이 줄줄이 등을 돌리며 재정 위기가 가중되는 양상이다. 맨해튼,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는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헐값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방치되는 美 오피스들

27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모펀드 소유주들이 오피스 투자에서 발을 빼고, 상업용 모기지 담보부 증권(CMBS) 채권단이 건물 통제권을 놓고 갈등을 벌이며 빌딩들이 공실 상태로 방치돼 지역 사회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상업용 부동산 수요 전반이 감소한 가운데, 손실을 떠안은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며 시장 침체가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벌어진 셈이다.

시카고 리버 노스 지구에 위치한 한 대형 오피스 타워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 같은 시장 상황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건물은 소유주였던 사모펀드 대기업 블랙스톤이 2년 전 발을 뺀 이후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으며, 충분한 세입자를 유치하지 못했다. WSJ이 입수한 문서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핌코와 오크트리 캐피탈을 포함한 대출 기관들은 이 건물의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약 1년간 치열하게 다퉜다. 재정적 불확실성 속에서 건물을 매각하려는 시도는 실패했고, 기존 세입자들은 계속해서 이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버 노스 오피스 타워처럼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좀비 빌딩'들이 단기간 내에 새로운 세입자를 찾아 재기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한다. 일시적인 소유주에 불과한 채권자들은 세입자들의 리모델링이나 건물 개선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즈의 리아 오버비 상업용 모기지 채권 리서치 책임자는 "'좀비 빌딩'들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전체 오피스 시장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며 "세입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부동산을 재정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헐값 매각' 사례 속출

곳곳에서는 임대 수요 감소와 재정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헐값에 팔려나가는 건물도 속출하고 있다. 일례로 블랙스톤이 2014년 6억5,000만 달러(약 9,360억원)에 구매했던 1740 브로드웨이 빌딩은 지난해 5월 1억8,600만 달러(약 2,670억원)에 매각 협의를 마쳤다. 같은 해 6월에는 미국 맨해튼 중심가에 위치한 10층짜리 상업용 건물이 5,000만 달러(약 720억원) 미만 가격에 매각 합의됐다. 지난 2018년 부동산 개발 회사 릴레이티드펀드매니지먼트가 인수했을 당시 해당 건물의 가격은 1억5,300만 달러(약 2,203억5,060억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7월에는 스위스 UBS 리얼티 인베스터스가 소유한 맨해튼 50번가 웨스트 135번지의 23층 건물이 경매에서 850만 달러(약 122억원)에 낙찰됐다. 해당 건물은 타임스퀘어에서 멀지 않은 맨해튼 미드타운의 중심 업무 지구에 위치해 있으며, 지난 2006년까지만 해도 매매 가격이 3억3,200만 달러(약 4,780억원)에 달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급락 거래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급 건물인 '995 마켓 스트리트'의 16층짜리 빈 건물이 650만 달러(약 93억원)에 매매됐다. 이는 2016년 6,200만 달러(약 892억9,000만원)에서 약 90% 폭락한 수준이다. 한때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또다른 랜드마크이자 '우버'와 '블록(구 스퀘어)' 본사였던 샌프란시스코 '1455 마켓 스트릿(1455 Market St.)' 단지의 가치도 정점 대비 80%가량 급락했다.  

은행권 대규모 부실 우려

은행권에는 비상이 걸렸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면 부실 대출이 급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저금리 환경을 기반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수많은 투자자가 저금리로 대규모 대출을 받아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한 결과다. 하지만 이후 금리가 급상승하면서 높은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건물주들이 늘어났고, 은행권이 짊어져야 할 부실 리스크가 눈에 띄게 확대됐다.

부동산 자문 및 중개 회사 '뉴마크'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6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2조 달러(약 2,880조원)에 달하며, 이 중 올해 상환·재융자돼야 하는 대출은 9,290억 달러(약 1,324조원) 규모다. 또 향후 3년 내로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 가운중 6,700억 달러(약 964조원) 정도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 시장 상황과 관련해 배리 고신 뉴마크 CEO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은행들이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 '대출의 벽'이 미치는 영향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기 이후 규제가 강화돼 일부 대출 기관은 자신들의 대출을 유동화하거나 부동산 비중을 줄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1 week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