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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연이은 자산 매각에 SKT도 판교 사옥 매물로, ‘신사업 유동성 확보’ 이면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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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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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플래닛 사옥 지분 59% 매각 추진
노조는 “즉각 철회 요구” 공식 성명
핵심 자산 매각, 구조조정 신호탄?
SK플래닛 판교 사옥 '더 플래닛'/사진=SK플래닛

SK텔레콤을 비롯한 다수의 대기업이 줄줄이 사옥 매각을 추진 중이다. 겉으로는 신사업 투자를 위한 유동성 확보라는 입장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투자금 마련 이상의 구조조정 흐름이 깔려 있다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이에 해당 기업 내부에서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가 책임 회피성 자산 정리로 내부 구성원들의 근무 환경과 고용 안정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유동성 확보·자산 재정비’ 목적 매각 줄 이어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SKT)은 경기 성남에 위치한 SK플래닛 판교 사옥의 매각을 검토 중이다. 앞서 SKT는 2019년 SK플래닛으로부터 해당 사옥의 지분 59.8%를 약 779억원에 취득했는데, 이를 팔아 본업인 통신 사업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AI 비서 서비스 등 신사업 영역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유력한 매각 방식으로는 부동산투자신탁(REITs, 리츠)이 거론된다. 리츠 방식은 매각 후 재임대(세일 앤 리스백) 구조로 실사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데다, 기업 입장에선 세금 및 회계 처리가 용이해 자주 이용되는 방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대기업 사옥처럼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SKT 외에도 다수의 기업이 주요 유형자산을 연쇄적으로 매각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최근 서울 종로구에 자리 잡은 연지동 사옥을 매각하기 위해 자문사로 삼정KPMG를 선정했다. 2017년 현대엘리베이터가 코람코자산운용으로부터 해당 사옥을 2,000여억원에 매입한 지 8년 만의 일이다. 현대그룹은 이번 사옥 매각 대금을 미래 투자와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넷마블도 구로구 소재 사옥 ‘지타워’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EP)를 발송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지타워가 넷마블의 성장과 성공을 상징하는 핵심 자산과도 같은 만큼 넷마블의 유동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넷마블 관계자는 “회사의 자산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위해 다양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매각과 관련해 현재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내용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SKT 또한 사옥 매각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SKT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및 미래 성장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라면서도 “아직 확정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올해를 ‘돈 버는 AI의 해’로 삼고 AI 데이터센터, AI B2B(기업 간 거래), AI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를 중심으로 한 ‘AI 피라미드 2.0’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노조는 고용 불안정 우려

이번 매각 검토 소식이 알려지자, SKT 내부에선 즉각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날 전국이동통신노동조합 SKT 지부는 성명을 내고 “AI 투자라는 명분을 내세워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희생하는 처사”라며 경영진 매각 철회를 촉구했다. 노조는 사옥 매각으로 임차료가 발생하고, 결국은 영업비용이 늘어나게 되면서 회사 가치와 주주가치가 훼손될 것을 우려했다.

노조는 이번 결정을 단순한 투자 전략이 아닌, ‘책임 회피성 자산 정리’로 해석했다. 회사가 비용을 줄이는 과정에서 실무자들은 불안정한 근무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AI 투자라는 대의명분이 직원들에게 돌려줄 실질적 혜택은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탈감 또한 상당하다는 게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다.

비슷한 갈등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비교적 최근의 사례로는 신한금융투자를 꼽을 수 있다. 신한금투는 지난 2022년 서울 여의도 사옥을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했다. 당시 노조는 “사옥 매각이 일회성 이익을 가져올 수는 있어도,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이라며 극렬하게 반대했다. 신한금투는 “자산 매각은 협의나 합의 사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고, 결국 해당 사옥은 6,395억원에 새 주인을 맞았다.

오피스 임대차 시장 구조 변화와도 연결

이처럼 핵심 사옥 매각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금리·저성장 환경에서 대기업들도 예외 없이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AI 투자, 게임·모빌리티 확장, ESG 인프라 구축 등 새로운 시도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를 추진할 여력은 점점 더 부족해진 것이다. ‘팔 수 있는 건 모두 팔아서 버텨야 한다’는 분위기가 재계 전반을 장악했다.

이러한 흐름은 서울 중심부 고급 오피스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대기업들이 주요 입지에서 하나둘씩 빠져나가면서 도심 프라임 오피스 수요 자체가 재편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상업용 부동산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의하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서울의 A급 오피스빌딩 평균 공실률은 3.5%로 직전 분기 대비 0.4%p 상승했다. 특히 도심권역인 종로·광화문 지역 공실률은 4.3%로 전 분기 대비 무려 1.2%p 뛰었다.

시장에서도 이 같은 사안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SKT, 현대, 넷마블 등 익숙한 기업들이 줄줄이 사옥을 포기한다는 점에서 대기업마저도 쉽지 않은 생존기를 통과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I 투자를 위한 결정이니 긍정적’이라는 낙관보다 ‘그만큼 벼랑 끝’이라는 현실 인식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한때 브랜드 가치로 기능하던 사옥이 이젠 부담이 되는 자산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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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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