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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주춤한 사이 체크카드 이용 급증, ‘짠물 소비’ 시대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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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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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카드 발급 건수 1년 새 2.6%↑
신용카드 증가율은 해마다 둔화
미래 소비층 겨냥 특화 상품 줄 이어

지난해 체크카드 발급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카드업계에 달라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장기화한 경기 침체 속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됨에 따라 합리적 소비 수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과거 수익성을 이유로 신용카드 판매에 주력하던 카드사들도 최근에는 혜택과 기능, 브랜드 경험을 강화한 체크카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분위기다. 이에 체크카드가 ‘신용카드의 대안’에서 ‘소비 목적별 주력 수단’으로 재정의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체크카드 발급 건수·이용 금액 모두 증가

1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에서 신규 발급된 체크카드는 총 6,288만1,000장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6,129만7,000장)보다 158만4,000장(2.6%) 늘어난 수준이다. 분기별 신규 발급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1분기 체크카드 발급은 전년 동기 대비 0.4%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2분기엔 1.5%, 3분기 2.2%, 4분기 2.6% 등으로 증가 폭을 키웠다.

체크카드를 가장 많이 발급한 곳은 현대카드다. 현대카드가 지난해 신규 발급한 체크카드는 62만 장으로 전년(48만6,000장)과 비교해 13만4,000장(27.6%) 늘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작년 3분기부터 체크카드로도 해외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신용카드 이용자 가운데서 체크카드를 추가 발급한 사례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발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이용 금액도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말 국내 체크카드 이용금액은 28조330억원으로 1년 전(27조5,688억원)과 비교해 4,642억원(1.7%) 늘었다. 카드사 승인 실적에서 체크카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됐다. 지난 2023년 말 36.9%였던 전체 카드 승인 건수 중 체크카드 비중은 작년 말에는 37.2%까지 늘었다.

업계는 카드 이용자들의 소비 행태 변화가 체크카드 발급 및 이용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고물가, 고금리,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무리한 소비 대신 ‘있는 만큼만 쓰겠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본인의 계좌 잔액 안에서만 결제가 가능한 체크카드 이용으로 이어졌단 것이다. 한때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 뿐)’를 외치며 새로운 경험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던 것과 대조적이다.

2030세대 젊은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발급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점도 체크카드 사용 증가를 견인했다. 과거에는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도 손쉽게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금융권의 신용 심사가 강화되면서 신용카드 발급 조건도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직장을 찾기 전인 청년들이나 전업 주부 등은 체크카드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체크카드 수요 확대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2030세대의 소비 트렌드는 ‘요노(YONO·You Only Need One, 필요한 건 하나뿐)’로 볼 수 있다”며 “이들은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를 가진 세대로, 체크카드 사용을 늘려 고물가 세대에 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드사 입장에서는 미래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체크카드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온 신용카드 수가 최근 들어 주춤하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국내에서 지난해까지 발급돼 유효기간이 남은 신용카드는 총 1조3,341만 장으로 2023년 말보다 361만 장 늘었다. 다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22년 5.5%에서 2023년 4.5%, 2024년 2.8%로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간편결제 활성화 이어 후불결제까지

최근에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마저 늘며 신용카드 증가세 둔화를 부추기고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소비자가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 정보를 한 번 등록해 두면, 이후 결제 시 간단한 인증만으로 빠르게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과거 금융기관과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중심이던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은 최근 SSG, 롯데,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 기업은 물론 SK텔레콤, KT 등 통신사들까지 가세하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의하면 2024년 상반기 기준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일평균 이용 건수는 약 2,971만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다. 같은 기간 이용 금액 또한 1% 늘어난 9,392억원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자주 이용하는 결제 수단은 여전히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가 45%로 가장 많았지만, 핀테크·빅테크 페이를 이용한다는 소비자와 유통·쇼핑 앱 전용 페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도 각각 22.3%, 7.5%를 차지했다.

간편결제 서비스 역시 체크카드와 마찬가지로 2030세대가 주요 소비층이다. 이들 소비자는 간편한 결제 과정과 경제적 혜택을 이유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할부 결제의 디지털화된 형태인 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까지 출시되면서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웠던 사회 초년생들마저 흡수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간편결제 및 후불결제 시장이 확대되면서 카드 발급 신청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이들 서비스는 카드 발급 없이도 이용할 수 있어 빠르게 이용자를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하나카드

‘신용카드 대체재’ 벗어난 체크카드

이전까지만 해도 카드사들은 수익성 측면에서 신용카드에 집중해 왔다. 체크카드는 결제 수수료가 낮고 카드사 수익 기여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마케팅이나 상품 개발 측면에서 큰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합리적 소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고객 이탈을 막고, 잠재 소비층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체크카드를 주력 상품을 내세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일례로 2022년 출시된 트래블카드에는 해외 이용 수수료 할인, 공항 라운지 이용 혜택, 항공 마일리지 적립 등 기존 신용카드에만 제공되던 기능이 대거 포함됐다. 트래블카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늘어난 해외여행 수요를 반영해 여행 환전·출금 수수료 절감 등을 전면에 내세운 상품이다. 하나카드가 2022년 업계 최초로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출시하며 시장의 문을 열었고, 신한카드와 KB국민·우리·NH농협 등이 연이어 비슷한 상품을 내놨다. 트래블 체크카드로 발생하는 수익은 크지 않지만 신규 고객 유치 측면에선 효과가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공동 계좌 연동, 간편 정산, 실시간 비용 분할 기능 등을 통해 회식, 친구 모임, 가족 공동 생활비 지출 등 다양한 상황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모임카드도 일부 카드사의 주력 상품이다. 신한카드의 ‘SOL모임 체크카드’, KB국민카드의 ‘총무 체크카드’ 등이 대표적 예로, 이들 카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익숙한 더치페이 문화를 모임통장과 연계한 자동화 시스템에 도입한 게 특징이다. 단순한 지출 수단이었던 체크카드가 소비 상황에 맞는 전략적 상품으로 진화한 셈이다.

일각에서 체크카드가 ‘신용카드의 대안’에서 ‘소비 목적별 주력 수단’으로 재정의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크카드 한 장으로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굳이 신용카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체크카드는 가장 대중적인 금융상품인 만큼 시장 규모가 꾸준히 유지될 전망”이라며 “특히 소비 패턴 파악 등에도 효과적인 면이 있어 카드사들의 고객 유치 또한 갈수록 치열해지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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