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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도 예외 없다, 서울까지 번진 ‘통매각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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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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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통매각에서 주거 통매각으로
서울 ‘노른자’ 단지도 불황 앞 무력
꼼수 아닌 생존, 시장 마비 신호탄

부동산 일괄매각(통매각) 현상이 상가에서 오피스텔, 심지어 주거용 아파트까지 확산하면서 한국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위기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지방에서 간헐적으로 나타나던 현상이 이제는 강남, 마곡 등 서울의 핵심 지역까지 퍼지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수요 절벽과 거래 실종이 자리 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금 회피용 꼼수라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현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는 단기 조정이 아닌, 시장 시스템 자체가 고장 났다는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상가는 공실 폭탄, 주택은 분양 참패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상가와 주택 등 모든 분야에서 통매각이라는 극단적인 유동화 전략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재개발, 재건축 등 주요 재정비 사업 지역에서는 상가 통매각이 유찰을 거듭하며 조합의 부담 또한 가중되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는 서초구 신반포4지구 ‘메이플자이’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해당 단지 상가는 지난 1월 두 차례의 입찰에서 기준가를 10% 낮춘 끝에 간신히 낙찰자를 선정했다.

현재 입찰을 진행 중인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사업도 상가도 124호 중 조합원 분양 물량을 제외한 모든 물량을 일괄매각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들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통매각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프라인 상가 공실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면서 시장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분양에 실패한 일부 주거용 오피스텔도 통매각을 피하지 못했다.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84가구 규모 ‘오데뜨오드도곡’은 2020년 첫 분양에 나섰지만, 높은 분양가와 도시형생활주택(도생)에 대한 수요 한계에 가로막혀 흥행에 실패했다. 결국 84가구 모두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았고, 시행사는 주거시설 일체와 부대시설 24실을 공매에 부쳤다. 그거나 지금까지 총 9차례 진행된 공매에서 새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애초 1,830억원이던 최저 입찰가격은 1,073억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공급 과잉+고금리’, 수요 위축 구조 도심까지 전이

과거 통매각이라는 단어는 지방 부동산 위기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공급이 몰린 지방 중소도시에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이를 한꺼번에 정리하려는 시도가 이따금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엔 이런 흐름이 서울의 핵심 지역까지 번지고 있다. 마곡, 강남, 송파 등 대기업과 브랜드 단지가 몰린 지역에서도 통매각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지역별 온도차 수준이 아닌 구조적 수요 붕괴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이는 실제 사례에서 매우 확연히 드러난다. 강서구 공항동 ‘더트루엘마곡HQ’는 아파트 142가구와 근린생활시설이 지난 21일부터 공매에 들어갔다. LG, 롯데 등 여러 대기업이 입주하면서 서울의 핵심 업무지구로 부상한 마곡지구와 매우 인접해 있지만, 나홀로 아파트인 데다 평면 또한 도생과 유사해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시행사인 KB부동산신탁은 금융비용이 커지자, 하루라도 빨리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통매각을 선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부동산 시장 전반의 체력 저하를 보여준다고 입을 모았다. 통상 고금리로 인해 대출 수요가 급감하고, 거래절벽이 일상이 된 부동산 시장에선 수요층이 약한 단지부터 붕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약한 고리가 아닌, 서울 도심의 굵직한 프로젝트들까지 흔들린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시장 기능이 고장 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때 공식으로 여겨지던 “지방 위기, 서울 방어”라는 구도 또한 무너지는 모습이다.

시장 기능 멈추며 장기 하락장 돌입 신호

일각에서는 정비 조합들의 통매각 시도를 두고 세금을 줄이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부 단지가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를 제시하고, 분양에 실패한 듯 꾸며 일괄매각을 추진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신반포3차 재건축조합이 총회의 정관 수정 결의 없이 일반분양을 민간임대로 돌리려 하자, “전형적인 탈세 목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이 같은 시각이 시장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해석이라는 반론 또한 거세다. 통매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란 주장이다. 특히 현금 흐름이 막힌 상황에서는 건설사나 조합이 불확실한 개별 분양을 기다리다 무너지는 것보다 가격을 일부 조정해서라도 서둘러 정리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 같은 현실론은 시장 참여자들의 체감과도 직결된다.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은 단순한 가격 조정 국면을 넘어 ‘거래 실종’ 상태에 가깝다는 진단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리스크 분산을 위해서라도 개별 분양이 원칙이었지만, 거래 자체가 멈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마저 사치”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 어떤 마케팅 전략도, 분양가 할인도 수요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사면 오른다’는 믿음 아래 쌓여온 부동산 낙관론이 허물어지고, ‘사는 순간 하락이 시작되는 시장’에 접어들었다는 평가에도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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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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