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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경제 울리는 ‘트럼프 관세’, 소비 둔화·투자 위축 등 이중침체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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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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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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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전쟁發 인플레 폭풍, 美 소비자 직격탄
달러 추락 가속, ‘기축통화 위상’도 흔들
연준 금리 인상 불가피, 성장 둔화 ‘악순환’

무차별 관세 폭탄으로 글로벌 경제 질서를 ‘정상화’하겠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이 점점 어긋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70여 국에 상호 관세를 유예했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은 여전히 달러화와 미 국채 등 세계 최고의 안전 자산 대접을 받아온 미국의 주요 금융 자산을 팔아 치우고 있다. 미국 내 물가가 폭등하는 등 경기 침체 신호도 요란하다. 관세 전쟁의 방아쇠를 당겨도 미국 경제는 견고하게 굴러갈 것으로 봤던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이 빗나간 것이다.

대중 관세로 일부 제품價 377% 폭등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가정용 수입품 중 중국산 비율을 분석한 결과 "중국산 없이 미국 가정을 꾸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가정용 필수품들이 대부분 중국산이어서 중국산에 고율의 관세가 부여되면 미국인들은 집 안을 각종 용품들로 채울 수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가정용품 중 특히 주방용품의 중국산 비율이 높았다. 토스터기는 전체 수입품 가운데 중국산 비율이 무려 99%에 달했다. 이 밖에도 전자레인지(90%) 믹서기(83%) 냄비(82%) 접시(80%) 가위(79%) 등도 상당수 중국산이었다.

미국 기업들도 중국에서 생산하는 사례가 많아 대중국 관세 부과의 타격을 피해가기 어렵다. 게다가 중국의 인건비가 여전히 저렴한 데다 인력 수 측면에서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도 '메이드 인 아메리카' 구상과 맞지 않는다. 이미 중국을 중심으로 인력과 공급망이 구축돼 있어 미국의 대중 의존도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앤디 차이 미 샌타클래라대 정보시스템학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처음에는 값싼 노동력 때문에 중국을 찾았지만 이제는 중국에 구축된 생태계 탓에 떠날 수 없게 됐다"며 "미국에서는 중국처럼 30만 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일하는 공장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관세 부담은 실제로 기업과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선 요즘 제품 값이 올랐다는 알림 메시지가 계속 뜬다. 아마존은 이용자들이 관심 품목으로 저장한 상품의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때마다 장바구니 알림을 보내주는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시작된 뒤 ‘내렸다’는 알림은 사실상 사라졌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쉬인은 지난주를 전후로 미국 내 소비자 가격을 크게 인상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키친타월 가격은 하루 새 377% 폭등했으며, 가정용품·주방용품·장난감은 30%, 뷰티 및 건강 부문 100대 제품 평균 가격은 50%가량 올랐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관세정책은 자국민에게 직격탄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이러한 혼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상호 보복관세는 비용이 높은 정치적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며 "세계 각국은 자급자족할 수 없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는 꿈같은 얘기"라고 비판했다.

글로벌 신뢰 붕괴, ‘트럼프 리스크’ 현실화

이처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원칙도, 일관성도 없는 무차별 관세 폭격에 미국 경제도 치명상을 입게 됐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채권 가격 하락)하며 안전자산 지위는 흔들리고, 달러 가치는 곤두박질치며 기축 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은 약화했기 때문이다. 미국 자산 시장에 대한 박살난 신뢰는 투자자들의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미국 자산 매도)'를 가속화시키고, 대규모 감세 정책에 따른 재정 부담은 추가 국채 금리 인상을 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관세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변동성 확대에 출렁이던 증시도 버텨내라던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국채 금리 급등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약 5경2,500조원에 달하는데, 이에 따른 국채 이자는 1,300조원으로 연간 국방비보다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유예를 단행한 궁극적인 이유다. 더욱이 미국 국채 금리 안전판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개입도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인플레이션을 견제하는 연준 입장에서 금리 인하 카드를 쉽게 꺼내 들리 없기 때문이다. 실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아직 정책 전환을 얘기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히며 시장 개입에 거리를 둔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앞으로 1년간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측한 미국 소비자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월 6.7%로 전달 대비 1.7%p 오르며 4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호관세로 미국 내 수입물가가 상승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견해가 팽배한 셈이다. 오락가락한 관세 정책에 달러 가치도 추락했다.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0선을 밑돌고 있다.

트럼프의 연준 압박, 약달러 심화 야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관세 전쟁이 미국의 무역과 재정의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고 제조업을 부활시킨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많은 부작용을 양산할 것”이라는 경고를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사업가를 하던) 40년에 걸쳐 굳어진 관세에 대한 자신만의 이론을 갖고 있었고 자신의 직감과 충돌하는 데이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직감에 맞지 않는 통계 자료가 제시될 때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해줄 다른 정보를 찾아오라고 요구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문가의 경고나 과학적 통계보다 직감에 근거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독립성까지 흔드는 발언을 거듭하며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에 “인플레이션이 더는 문제되지 않는다”며 연준에 금리 인하를 거듭 촉구했다. 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미스터 너무 늦음(Mr. Too Late)”이자 “중대한 패배자(a major loser)”라고 부르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파월 해임이 시급하다고 말했지만, 이후 다소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그러나 금리를 내려달라는 요구는 여전하다. 파월 의장을 해임하지는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지금이야말로 금리를 낮출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공격은)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다는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이 계속 중앙은행을 흔들수록 미국 금융시장의 불신이 쌓인다는 의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뉴욕증시를 비롯해 달러는 또 다시 하락세를 이어갔고, 채권수익률은 상승하면서 시장은 불안한 양상을 보였다. 이에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점점 더 멀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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