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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국’ 부추긴 미중 갈등 속 역주행 나선 기업들 “제조 인프라·거대 시장 포기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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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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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틈새에서 기업이 택한 길
철수보단 ‘내수형 투자’로 전략 수정
자동차 외 산업군 복귀는 제한적
4월 23일 상하이 모터쇼에서 최초 공개된 렉서스 신형 ES(프로토타입)/사진=도요타 뉴스룸


미중 무역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복수의 일본 기업이 중국 투자를 확대하고 나서면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이들 기업은 중국 시장 공략을 투자 확대의 이유로 내세우며 중국을 공급 기지가 아닌 소비 기지로 재정의하고 있다. 다만 이는 자동차 등 일부 제조업에 국한한 것으로, 단기간 내 외국계 자본의 대규모 복귀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EV 인프라 ‘압도적’

25일 중앙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지난 22일 중국 상하이에서 렉서스 EV 공장 건설과 관련한 전략 제휴 협약을 체결하고 146억 위안(약 2조8,52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단독 출자사 ‘렉서스 신에너지공사(雷克薩斯 新能源有限公司)’를 설립하고, 상하이 진산구 소재 고신기술 산업개발구에 오는 6월부터 공장을 설립한다는 내용이다.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해당 공장에서는 렉서스 전기차(EV) 차량과 전지가 개발 및 생산될 예정이며, 생산능력은 최대 10만 대에 달한다. 도요타는 이를 위해 112만㎡ (약 34만 평)의 부지를 확보했으며, 1,000여 명의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렉서스 신공장이 완공되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이어 상하이에 들어서는 2번째 100% 외자 출자 기업이 된다.

또 다른 일본 자동차 업체 혼다도 지난해 말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EV 생산에 특화한 공장의 가동을 시작했다. 혼다는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후베이성 우한에서도 EV 전용 공장 가동을 발표한 바 있다. 이로써 혼다는 중국에서만 연산 24만 대 규모의 EV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됐다. 나아가 중국 국유자동차 대기업인 둥펑 그룹과 개발한 공동브랜드 ‘둥펑 혼다’와 함께 2027년까지 10개 EV 차종을 중국 시장에 투입한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 기업들이 중국 생산 시설을 늘리는 것은 부진에 빠진 중국 시장에서 반전 카드로 삼기 위해서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한 2020년대 들어 중국 시장 내 점유율 하락에 직면했고, 강도 놓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 지난해 6월 창저우 공장을 폐쇄한 닛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규모 1, 2위를 다투는 중국 자동차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게 이들 업체의 판단이다. 아울러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글로벌 EV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 또한 깔려 있다.

중국의 EV 생산 인프라를 높게 평가한 측면도 있다. 중국의 EV 생태계는 배터리부터 구동 모터, 충전 플랫폼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새롭게 다른 국가에 설비를 구축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도요타가 중국 내 전기차 공장을 세우는 건 중국만이 아니라 생산기지가 부족한 유럽까지 전기차를 공급하려는 노림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도 외국 자본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지난 6일 링지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 겸 국제무역협상 부대표는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 대표들이 참석한 원탁회의에서 “외국 기업들이 이성적 판단과 실질적 행동으로 글로벌 생산 및 공급망의 안정을 공동으로 유지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에도 자국 공영방송에 출연해 “중국 개방의 문은 점점 더 넓어질 것이며, 외자 활용 정책은 변함이 없고 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 대탈출 행렬, 미국 견제에 가속 드라이브

불과 1~2년 전만 해도 외국계 자본은 중국에서 탈출하듯 빠져나가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한 경기 침체와 반(反)외자 정서, 공급망 불안정성이 겹치며 많은 글로벌 기업이 중국 내 투자를 줄이거나 생산 거점을 이전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계 기업들은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며 ‘차이나 엑소더스’ 흐름을 주도했고, 주요 외신들은 “누가 지금 중국에 투자하겠는가”라며 외국인직접투자(FDI) 급감 추세를 앞다퉈 보도했다.

미국에 기반을 둔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의하면 지난해 글로벌 10대 바이아웃 펀드 중 7곳은 한 차례도 중국에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다. 한때 중국에서 가장 활발한 투자 활동을 펼쳤단 미국 사모펀드 워버그핀커스 또한 지난해 중국에서 한 건의 거래도 하지 않았고,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2건의 소규모 거래만 진행했다. 2017년 워버그핀커스의 중국 투자가 18건에 달했던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미국과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점도 외국 자본의 중국 이탈을 부추기는 요소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자국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중국 양자 컴퓨팅, 첨단 반도체,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명령에 서명하며 갈등을 본격화했다. 이를 두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닉 마로 연구원은 “중국은 정책 불확실성에 지정학적 리스크, 성장 둔화에 대한 불안감이 짙어지면서 들어오는 플레이어 없이 나가는 플레어만 늘어나는 시장이 됐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미중 갈등은 여전한 장벽

자동차 업계만큼은 이러한 탈중국 흐름에서 예외로 남았다. 앞서 언급했듯 전기차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이 중국을 중심으로 촘촘히 엮여 있는 데다, 고성능 배터리와 희토류 가공 설비, 핵심 부품 기술 등에서 중국이 여전히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연장하고, 내수 판매 촉진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나서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는 여전히 ‘떠나기 어려운 시장’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전 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미중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 분쟁 또한 현재진행형인 탓이다. 미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반도체, 배터리, AI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만큼 외국 기업들의 중국 내 투자 결정은 점점 더 정치적 리스크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게 산업계의 일관된 목소리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관세 강화 조치와 수출 통제는 사실상 중국 진출 기업들에 이중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중국 내 생산은 효율적이지만, 그 제품을 해외로 가져나가는 순간 높은 관세 장벽 또한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도요타의 사례처럼 중국 내수 시장을 겨냥한 '현지 생산-현지 판매' 전략이 아닌 기업들로선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몇몇 일본 자동차 기업의 중국 투자는 매우 특수한 사례이며, 이를 전반적인 외국 기업의 복귀 시그널로 해석하긴 이르다는 게 산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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