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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휴전 협상' 성과 없이 또 공회전, 이스라엘군 '필라델피 통로' 주둔 고수

'가자지구 휴전 협상' 성과 없이 또 공회전, 이스라엘군 '필라델피 통로' 주둔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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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집트·카타르 노력에도 양국 모두 중재안 거부
필라델피 회랑 통제 및 피난민 검문 등 쟁점에서 이견
협상 당일 헤즈볼라· 하마스 이스라엘 공격, 전면전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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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북부 하마스 테러리스트 요새를 장악한 이스라엘 IDF 군인들/사진=IDF(Israel Defense Forces)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됐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또다시 결렬되면서 전면전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자 휴전협상 또 결렬, 철군 등 조건서 이견

25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이집트 소식통들을 인용해 협상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중재국들이 제시한 타협안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24∼25일 카이로에서 휴전 협상을 벌였다. 양측이 모두 카이로로 협상 대표단을 보내면서 타결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이스라엘이 주장하고 있는 핵심 쟁점에 하마스가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협상은 또다시 교착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 소식통에 따르면 중재국들은 이스라엘군이 이집트와 가자지구 사이 국경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Philadelphi Corridor)’과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가르는 ‘넷자림 회랑(Netzarim Corridor)’에 주둔하는 문제에 대해 여러 대안을 제시했으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거부했다. 이스라엘은 또 하마스가 석방을 요구하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중 몇몇에 대해서 유보하는 입장을 표명했고, 이들이 석방된다면 가자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오사마 함단(Osama Hamdan)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하마스가 운영하는 알아크사TV 방송에서 이스라엘이 필라델피 회랑에서 군을 철수하겠다던 말을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휴전이 시작되면 가자지구 북부로 귀환하는 피란민들을 검문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면서 “우리는 합의된 것을 철회하거나 새로 조건을 더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필라델피 회랑 주둔과 귀환 피란민 검문 방침은 이스라엘이 지난 5월 제시한 휴전안에는 명시적으로 담기지 않은 내용으로,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에 새로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링컨 장관의 '마지막 기회' 강조에도 협상 교착

휴전 협상을 앞두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양측의 중재 외교에 돌입해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음에도 협상이 결렬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내 협상 타결은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8일 이스라엘 경제 중심지인 텔아비브에 도착한 블링컨 장관은 다음 날 네타냐후 총리,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을 만났다. 그는 헤르초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번 휴전 협상을 두고 “11개월째에 접어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의 중동 방문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벌써 9번째다.

당초 네타냐후 총리는 내각 회의에서 “협상은 받는 것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유연성을 발휘하지 않을 영역도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냈었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과 만난 뒤 기존 입장을 일부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한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 야흐야 신와르가 휴전 협상에 비판적이라는 점과 하마스가 15∼16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휴전 협상에 협상단을 보내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협상에 부정적이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하마스 측은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에 관해 계속 새로운 조건과 요구를 하는데도 미국이 용인했다”며 휴전안을 거부했다. 하마스는 특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국경검문소 등에 군대 주둔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에 반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곳곳에서 산발적인 교전과 테러도 이어졌다. 18일 텔아비브 도심에서는 한 행인의 배낭 속 폭발물이 터져 최소 1명이 숨졌는데 당시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이스라엘 측도 같은 날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고, 19일에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의 아크레 군사기지를 무인기(드론)로 공격했다.

다만 미국은 협상 지속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CNN에 따르면 한 미국 관료는 "최근 며칠 카이로에서 진행한 고위급 회담은 모든 당사자들이 최종적으로 실행 가능한 합의에 도달하려는 정신 아래 건설적으로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남은 문제와 세부 사항을 추가로 해결하기 위해 향후 며칠간 실무 그룹 차원에서 절차가 계속될 것"이라며, 협상팀이 카이로에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협상 재개 시점에 대한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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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헤즈볼라 간 대규모 공습, 전면전 우려↑

그간 가자지구 휴전은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과 중동 내 광범위한 갈등 촉발을 억제할 수 있는 핵심 열쇠로 꼽혔다. 이란은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달 말 테헤란에서 암살된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공언해 왔는데, 보복을 언급한 지 3주가 넘도록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는 이란은 가자지구 휴전 협상의 추이를 지켜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과 친이란 세력 헤즈볼라가 가자지구 휴전 협상 당일 대규모 미사일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전면전 발발 우려를 높이고 있다. 2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헤즈볼라의 공격 조짐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레바논 내 표적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미사일과 로켓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며 “이런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자기방어 행위로 레바논 내 테러 표적을 타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헤즈볼라가 작전을 벌이는 지역에 있는 민간인들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즉각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라”고 경고했다.

해당 발표가 나온 직후 헤즈볼라 역시 대규모 드론 공격에 나섰다.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달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고위 지휘관인 푸아드 슈크르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한 데 따른 보복이다. 헤즈볼라는 “아이언돔(이스라엘 방공망) 플랫폼과 병영을 비롯한 특수 군사 목표물을 겨냥했다”고 발표했다. 곧이어 “이스라엘 북부로 로켓 320발 이상을 발사했고 드론을 날려 군사기지 11곳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도 즉각 대비 태세에 나섰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6시부터 48시간 동안 전국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국제 사회는 확전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단 헤즈볼라가 1단계 공격이 완료됐다고 밝힌 만큼 이스라엘과의 이날 교전이 당분간은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미 나데르 레반트 전략문제연구소 소장은 중동 매체 알자지라를 통해 “이날 선제공격과 보복 공습이 전쟁 범위와 강도 면에서 확전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지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모두 본격적인 전쟁을 피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으로 지쳐 있고 헤즈볼라는 레바논이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해 있어 2006년처럼 확전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중동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헤즈볼라의 향후 행동에 따라 전쟁 확대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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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제3 후보 케네디 주니어, ‘트럼프 지지’ 공식 발표 "박빙 구도 흔들까"

美 대선 제3 후보 케네디 주니어, ‘트럼프 지지’ 공식 발표 "박빙 구도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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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제3후보 케네디 주니어, 선거운동 중단 및 트럼프 지지 선언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거절한 '장관직 딜' 트럼프는 수락
경합주서 케네디 지지자 44% 트럼프, 22% 해리스 지지, 향배 변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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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널드 트럼프 선거 캠페인 공식 사이트(DonaldJTrump.com)

미국 대선 무소속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결국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섰다. 지난해 4월 출마를 발표한 지 1년 4개월 만의 포기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차 범위 내 초격차를 보이는 가운데, 케네디 주니어의 트럼프 캠프가 대선 판도를 바꿀 결정적 카드가 될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美 대선 막판 변수' 케네디 주니어, 트럼프 지지 천명

23일(이하 현지 시간) 케네디 주니어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대언론 입장 표명을 통해 “나는 선거 승리에 대한 현실적인 길이 있다고 더는 믿지 않는다”며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어 민주당을 긴 시간에 걸쳐 조목조목 비판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민주당인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1968년 민주당 대선 경선 참가 도중 암살된 로버트 F 케네디(Robert F. Kennedy) 전 법무장관의 아들로, 민주당을 토대로 성장한 정치 명가 출신이 공화당으로 돌아선 것이다.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와 많은 사안에 대한 접근 방식에 여전히 매우 심각한 차이가 있지만 국경 문제와 불법 이민, 표현의 자유, 전쟁 종식 등 핵심 이슈엔 뜻을 같이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예로, 미국이 외국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게 자신의 입장인데 트럼프도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 규모를 줄이고 싶어 한다는 점을 들었다.

다만 케네디 주니어는 선거운동만 접었을 뿐이며, 후보 등록 자체를 전면 철회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격전지 10개주의 투표용지에서 자신의 이름이 삭제되도록 할 것이지만, 그 외 다른 주에서는 후보 자격을 유지할 것이란 얘기다. 이는 대선에서 일정한 지지 민심을 확인한 뒤 그것을 정치적 자본으로 삼아 대선 이후 독자 정당 창당 등을 모색하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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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범 리 하비 오스왈드(Lee Harvey Oswald)/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장관직 빅딜·존 F 케네디 문서 공개 통했나

지난해 4월 민주당에 대선 후보 경선 출마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6개월 만에 무소속 출마로 방향을 틀었던 케네디 주니어가 돌연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고 나선 배경에는 정치적 물밑 거래가 있다. 케네디 주니어의 러닝메이트인 니콜 섀너핸(Nicole Shanahan)에 따르면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장관직을 약속받는 대가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케네디 주니어가 트럼프 측에 손을 내민 건 앞서 이달 초 해리스 부통령에게도 차기 정부 입각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케네디 주니어가 해리스 부통령 측에 이러한 제안 내용을 논의하자며 사적인 회동을 요청했지만 해리스 부통령 측이 제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두 사람 간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케네디 주니어가 사퇴하고 자신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경우 대선 승리 때 장관직을 줄 수 있다며 수락했다.

이뿐만 아니라 재집권 시 1963년 총격으로 사망한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사건을 조사할 위원회를 꾸려 비공개 상태인 모든 문서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지 일주일 뒤 당시 연방 대법원장이자 공화당원인 얼 워런(Earl Warren)을 위원장으로 한 '워런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 위원회는 저격범인 리 하비 오스왈드(Lee Harvey Oswald)가 댈러스에서 혼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오스왈드가 구소련, 쿠바 정부를 비롯해 CIA 요원과도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오스왈드가 미국 시민권자지만 소련에 살았던 사실 등이 근거다.

이에 미국 의회는 지난 1992년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기록의 기밀을 해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에 따라 미국 정부는 암살에 관한 모든 문서(32만 건)를 2017년 10월까지 공개해야 했지만, 미국 국가문서기록보관소에 여전히 기밀로 유지되는 문서가 3,000건 이상이다. 이 법은 미국 관리들이 국가 안보 및 개인 정보 보호 우려가 공개에 대한 대중의 이익보다 더 크다고 생각할 경우 문서 공개를 연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현지 미 정부가 암살 관련 문서 중 기밀로 보존하고 있는 문서는 개인정보보호, 국가안보 문제에 걸려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문서에 CIA가 오스왈드의 암살 계획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담겨 있다는 의혹이 불식되지 않는 이유다. 다만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문서 공개 약속을 지킬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에도 나머지 문서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나, 역시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파일 공개를 연기한 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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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사진=카밀라 해리스 선거 캠페인 공식 사이트(KamalaHarris.com)

트럼프·해리스 양자구도로, 대선 캐스팅보트 '케네디 표’ 주목

한편 케네디 주니어의 트럼프 지지는 경합주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케네디 주니어의 지지율은 고령 후보자 간 재대결에 싫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한때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최근 5%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격적인 후보 사퇴로 여론의 관심이 양당(민주·공화당)에만 집중된 영향이 크다.

비록 케네디 주니어의 현재 지지율은 낮지만, 지금과 같은 초박빙 구도에서는 의미 있는 수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 내 박빙 상황이 계속되면서 케네디 주니어 지지자들이 특정 후보에 몰표를 행사할 경우 본선 결과를 가를 '캐스팅 보트'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케네디 주니어 지지자들의 선택에 따라 대선 결과가 결정될 수 있는 셈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학(University of Siena)에 따르면 최대 승부처 7곳의 유권자 중 케네디 주니어를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를 대상으로 ‘해리스·트럼프 중 택일할 것’을 요구한 결과, 트럼프를 찍겠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구체적으로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의 경우 44%가 트럼프, 25%가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답했고, 애리조나·조지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 등 ‘선벨트(sun belt·일조량이 많은 남부 지역)’에선 38%가 트럼프, 36%가 해리스를 찍겠다고 응답했다. 결국 트럼프 측에서도 케네디 주니어를 자기편으로 끌어오는 것이 경합주 승부에 있어 유의미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케네디 주니어의 사퇴로 외부 변수가 사라진 양 후보는 경합주에서 본격적인 집중 선거 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해리스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Tim Walz) 미네소타 주지사와 함께 오는 28일 격전지인 조지아주를 찾아 선거 운동에 나선다. 해리스와 월즈는 버스 투어 방식으로 조지아 남부 지역을 훑은 뒤 서배나에서 유세를 할 예정이다. 조지아주는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1만2,000표 미만의 근소한 차로 승리한 지역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최대 승부처인 러스트벨트를 샅샅이 훑으며 경제에 초점을 맞춘 유세에 돌입한다. 트럼프 선거캠프에 따르면 26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를 시작으로 29일에는 위스콘신주, 30일에는 펜실베이니아주를 찾는 강행군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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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항공사들, 잇따라 '중국행 항공편' 축소, 고점 대비 60% 줄여

서방 항공사들, 잇따라 '중국행 항공편' 축소, 고점 대비 60%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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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행 항공편 중단하겠다”, 서방 항공사들 파격 결정
미중 갈등에 수요 줄고, '러 영공 비행 금지'로 연료비 증가
반면 중국 항공사는 러시아 영공 비행하며 경쟁 우위 선점
britishairways PE 001 20240821
사진=영국항공

중국 항공사들이 여름철 휴가를 대비해 유럽행 항공편을 늘리는 와중에 서방 항공사들은 중국행 노선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영공 비행 불가'로 비행시간이 늘어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 경기둔화 등을 이유로 노선 수요까지 줄어들자 항공편 운항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격히 얼어붙은 중국과 서방 동맹국의 관계가 항공 산업에서도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캐나다·미국·호주 항공사, 중국행 항공편 대폭 감축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과 캐나다의 항공사들은 비용 부담, 수요 감소 등을 이유로 최근 중국행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이에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 유럽과 북미에서 중국으로 가는 국제선 항공편 수는 2018년 최고치인 1만3,000편에서 60% 이상 줄었다.

영국항공은 지난달 홍콩행 항공편 운항 횟수를 하루 2회에서 1회로 절반 수준으로 줄인 데 이어 오는 10월 26일부터는 최소 1년간 런던-베이징 간 노선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영국항공의 경쟁사인 버진애틀랜틱도 중국에서의 철수 발표와 함께 10월 25일부터 런던-상하이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호주의 콴타스항공은 이미 지난달 시드니-상하이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FT는 "이번 운항 중단은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중국과 미국 및 동맹국 간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세계 주요 항공사들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만 해도 높은 경제 성장력과 소비력을 자랑하던 중국은 서방 항공사에 성장 기회로 여겨졌었다. 이에 영국항공은 중국의 국경 재개방이 이뤄지던 당시 "런던-베이징 노선은 중요한 노선 중 하나"라고 강조하며 중국행 노선 운항 재개를 위해 중국어가 가능한 승무원을 채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팬데믹 종식 이후에도 중국 경제와 소비력이 기대만큼 회복하지 못하자 올해 중국으로의 항공편 운항을 멈춘 것이다.

러 영공 이용하는 中은 이익, 美는 손실 확대

여기에 러시아 영공 금지령으로 연료 비용 부담이 증가한 것도 중국행 항공편 축소에 일조했다.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효된 대러시아 제재로 서방 항공사의 러시아 영공 비행이 금지됐는데, 이로 인해 미국, 유럽 등 서방에서 동아시아 일부 지역으로 가는 항공편의 시간이 평소보다 늘어났고 연료 비용도 크게 증가했다. 비행시간이 증가하면 탑재 연료를 늘리고 승객 좌석 수는 줄여야 한다.

FT에 따르면 전쟁 이전 9시간 44분이었던 런던-베이징 노선의 비행시간은 전쟁 이후 12시간 48분으로 3시간이나 늘었다. 러시아 영공을 피하고자 몽골과 중앙아시아를 거치는 긴 항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미국 항공사의 손해도 크다. 델타·유나이티드 등 미 항공사들은 러시아 영공 운항 금지로 인한 손실을 연 20억 달러(약 2조6,700억원)로 추산하고 있다. 뉴욕-베이징 항공편의 경우 러시아 영공을 우회하면 약 15시간 30분이 걸린다. 러시아 상공을 지날 때보다 1시간 30분 더 소요되는 것이다.

서방 항공사들은 이 때문에 중국 항공사와의 경쟁에서 밀렸다고 토로한다. 서방과 달리 전쟁 이전에 운항 허가를 받아 러시아 영공을 통과할 수 있는 중국 항공사들만 상업적 이점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항공사들은 상대적으로 전쟁 피해를 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항공정보업체 OAG에 따르면 중국 항공사의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 유럽행 정기 항공편은 올해 1만4,835편으로 2019년 대비 16% 늘었다.

이에 미국항공운송협회(A4A)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중국 정부의 ‘반경쟁 정책’을 이유로 미중 간 항공편 증편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유해한 반경쟁 정책이 중단되고 미국 기업과 근로자가 동등하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기 전까지 운항횟수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워싱턴 정계도 불공정한 경쟁과 보안 문제를 이유로 증편 반대에 힘을 보탰다.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의 마이크 갤러거(Mike Gallagher) 위원장과 라자 크리슈나무르티(Raja Krishnamoorthi) 민주당 간사는 별도 서한을 통해 “중국이 기존 양자 합의를 준수하고 승객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항공편을 늘리지 말라”고 바이든 행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주요 공항에서 항공기 슬롯(이·착륙을 위해 허용된 시간)을 제한해 미국 항공을 차별했을 뿐 아니라 미국과의 항공 서비스 양자 협정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항공 시장에 대한 엄격한 진입 제한과 까다로운 운행 및 고객·승무원 대우 규정 등도 불공정 경쟁의 일환으로 지목했다. 나아가 미중전략경쟁특위는 중국 여객기를 이용하는 자국민의 안전도 증편 반대 이유로 들었다. 이들은 “미국과 중국을 여행하는 미국 시민이 자신도 모르게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는 위험에 노출돼서는 안 되며 이런 관행은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Incheon International Airport Corporation PE 002 20240821
인천국제공항 전경/사진=인천국제공항

인천공항 중국 환승객 급증, 미중 갈등 반사이익

한편 서방 항공사들이 중국 노선을 대폭 축소함에 따라 인천공항이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올해 1~7월 중국 환승객 수는 61만3,725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 1~7월(51만504명)보다 20.2%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인천공항을 이용한 전체 환승객(424만5,211명)이 팬데믹 직전인 2019년 1~7월(422만2,515명)과 비슷한 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환승객 수 증가율은 더욱 두드러진다. 중국 환승객은 중국으로 가기 위해 인천에서 환승하는 승객과 중국을 출발해 인천에서 환승한 뒤 세계 각지로 간 승객 수를 합친 것으로, 인천공항 측은 “국제적 긴장으로 인해 중국과 미주로 가는 노선에서 인천으로의 환승 수요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출발·도착하는 중국 항공사들의 국제선 편수는 팬데믹 이전의 90% 정도까지 회복한 반면, 서방 항공사는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과 중국을 잇는 직항편도 팬데믹 전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이다. OGA에 따르면 올해 양국을 잇는 항공편은 4,228개로 예상되는데, 작년(1,435편)보단 늘었지만 2019년 1만7,000편과는 차이가 크다. 미국 3대 항공사 가운데 베이징행 직항 노선을 운항하는 것은 유나이티드항공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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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집권 시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전기차 캐즘에 대선 리스크까지 암울한 전망

트럼프 "재집권 시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전기차 캐즘에 대선 리스크까지 암울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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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바이든 정부의 기후대응 조처 되돌릴 것"
수차례 세액공제 등 전기차 보급 정책 폐지 시사
주요국 정부 혜택 축소에 전기차 수요 위축 심화
20240820 trumph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기차 구매 시 제공하는 7,500달러(약 1,018만원) 규모의 세액공제 혜택을 재집권 시 폐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동안 보조금 등 전기차 보급 정책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그간 행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 조처를 되돌려 화석 연료 중심의 주력 산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부터 수요 감소로 전기차 시장이 침체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갈수록 커지는 트럼프 리스크까지 겹친 전기차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은 터무니없는 일"

19일(현지 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는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세액공제와 세금 인센티브는 일반적으로 좋은 정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선 후 관련 규정을 개정하거나 의회에 세액공제와 관련한 조항의 전면 폐지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탄소 배출 규정도 함께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천명했다.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도록 유도해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날 발언도 세계적인 탄소 제로 흐름에서 벗어나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동조하지 않는 대신 화석 연료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주력 산업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지원과 국경 정책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 중 한 곳인 미시간주를 찾아 "미국은 세계 그 어느 국가보다 휘발유가 많기 때문에 휘발유를 많이 쓰기를 바란다"며 "정부가 사람들이 원하지도 않는 전기차에 엄청난 보조금을 주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지원 법안의 폐기에 서명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인터뷰에서는 보조금에 대한 입장이 바뀔 가능성을 남겨뒀다. 그는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나는 전기차뿐 아니라 가솔린 차량과 하이브리드 차량의 팬이며 현재 구상하는 모든 정책은 미국 자동차 산업을 위한 지원책"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회담을 가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스크 CEO를 자문역으로 기용할지를 묻는 질문에 "그가 원한다면"이라고 답했다. 미 정치권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거액의 선거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中 배터리 부품 제외, 보조금 지급 대상 대폭 감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맹공을 퍼붓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은 친환경 정책과 관련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특히 미국 정부가 올해부터 중국산 배터리 부품이 들어간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하면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이 대폭 줄어들었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올해 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차종은 지난해 말 43개에서 19개로 크게 감소했다.

미 정부는 IRA에 따라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의 원산지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데 올해부터 배터리 부품의 요건을 강화한 것이다.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외국우려기업(FEOC)에서 조달할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지난달 미 정부는 사실상 중국의 모든 기업을 FEOC로 규정한 상태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의 지분 25% 이상이 들어간 중국과의 합작회사도 FEOC로 지정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올해 IRA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브랜드를 보면 쉐보레 2개, 크라이슬러 1개, 포드 3개, 지프 2개, 링컨 1개, 리비안 5개, GM 5개, 테슬라 5개로 모두 미국 기업이다. 다만 적용 기준이 강화되면서 테슬라와 GM의 경우 지난해 8종에서 올해 5종으로 감소하는 등 미국 기업도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까지 세액 공제 대상에 포함됐던 독일의 폭스바겐, BMW, 아우디, 일본의 닛산 등은 중국산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제외됐고,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도 FEOC 규정에 따라 세액공제 대상에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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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인상·보조금 제한 등, 美 기업도 리스크 확대

문제는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둘러싼 미·중 무역 갈등이 보조금 제한, 관세 인상 등의 조치로 이어지면서 시장 자체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를 최종 조립하는 지역을 넘어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의 생산지까지 규제하는 상황에 더해 중국에서 생산·수입하는 전기차에 100% 관세가 적용되면서 미국 기업마저도 무역 규제로 인한 리스크에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머스크 CEO는 "테슬라는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이나 관세 조치에 영향을 받지 않고 사업을 잘 운영하고 있다"며 "미 정부의 관세 부과와 같은 조치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자유로운 시장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테슬라가 상하이에 전기차 공장을 운영하는 만큼 자칫 보복 관세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을 넘어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각국의 전기차 시장이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을 기반으로 형성된 만큼 각종 규제로 보조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요 반등이 예상보다 더 늦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국의 친환경차 정책이 후퇴하자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내연기관차 연비 강화 규정을 완화했고 독일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전면 중단했다. 프랑스는 자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감축했다. 이처럼 보조금이 줄자 전기차 판매량도 대폭 쪼그라들었다. 지난 5월 유럽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0.8%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도 1.3%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역시 올해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이 직전 분기 대비 7.3% 감소했다.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내 전기차 1대당 보조금이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돼 왔는데, 최근에는 전기차 판매량이 급격히 줄면서 지방자치단체별로 지급하는 전기차 보조금이 남아도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 감소하며 주요 자동차 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5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6.7% 감소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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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협상 앞두고 전운 감도는 중동, 이스라엘·하마스는 새 휴전 중재안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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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휴전 협상 앞두고 美 블링컨 국무장관 급파
중재국 '낙관적 전망'에 타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이란 "가자 휴전 협상에 시간 주려 보복 공격 연기"
20240819 iran israel

중동 전쟁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자지구 휴전 협상의 향방이 이르면 수일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 중재국의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새로운 중재안을 거부하며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하마스 지도자 암살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예고해 온 이란의 공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동 지역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카이로 휴전 협상 앞두고 이스라엘·하마스 '평행선'

18일(이하 현지 시각) 미 국무부에 따르면 오는 21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재개될 것으로 알려진 중동 전쟁의 휴전 협상을 앞두고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 도착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후 9번째 중동 순방으로 블링컨 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 요아브 갈란트(Yoav Gallant) 국방부 장관 등과 회담을 진행하고 다음 날인 20일 협상 중재국인 이집트를 방문한 후 귀국할 예정이다.

현재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서둘러 전쟁을 종결 짓기를 희망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협상의 타결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보고, 향후 일주일 안에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을 타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미국, 카타르, 이집트 등 중재국 정상들은 지난 15~16일 양일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휴전회담이 끝난 뒤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회담에서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됐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남은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새 중재안을 제시했다"고 발표했다.

3개 중재국은 휴전회담의 구체적인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집트·가자지구 국경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Philadelphi Corridor)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통제권 문제, 가자지구 구호물자 반입 규모, 이스라엘 인질과 교환할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휴전회담 종료 후 취재진에게 "협상 전망이 낙관적"이라며 "몇 가지 문제만이 남아있으며 휴전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와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의 순방 첫날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중재국들의 낙관적인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내각회의 모두발언에서 "협상이란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다 내줄 수만은 없다"며 "우리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신임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 야흐야 신와르(Yahya Sinwar)는 카타르 도하에서 논의된 휴전회담에 대표를 내보내지 않았다"며 "그들을 압박하라"고 주장했다.

하마스도 현재 논의 중인 휴전안을 거부하며 반박에 나섰다. 하마스는 18일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가 새로운 조건과 요구를 내세우는 등 골대를 옮겼는데 미국이 이를 용인했다"며 "이스라엘이 여전히 휴전을 원하지 않고 있는데 중재국들이 환상을 팔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마스의 정치위원이자 대변인인 가지 하마드(Ghāzi Hamad)도 레바논 알마야딘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양측의 간극이 하나도 해소되지 않았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을 지연시키며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의 보복' 예고한 이란, 3주간 공격 미루며 심리전

이런 상황을 두고 이번 협상에서 타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쏟아진다. 오히려 휴전 협상에 시간을 주기 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3주간 미뤄준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미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Ismail Haniyeh) 암살에 대한 이란의 보복이 추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 정보당국에 따르면 현재 이란과 친이란 세력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로켓·미사일 부대의 경계 수준을 낮춘 상태"라고 전했다.

이란의 비호를 받아온 하니예는 지난 7월 31일 신임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후 이란의 수토 테헤란에 위치한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안가로 돌아갔다가 자신의 방에서 폭사했다. 요인 표적 암살은 그동안 이스라엘이 하마스나 이란을 대상으로 요긴하게 활용해 온 전술로 이란은 하니예 암살 직후 이스라엘을 암살 주체로 지목하고 즉시 '피의 보복'을 예고했다. 하지만 3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이란은 공격을 단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번 휴전 협상은 하마스 수장 암살 이후 이란의 보복 공격을 억제하거나 그 수위를 완화할 수 있는 최대 변수로 여겨져 왔다. 미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도 "이란은 즉각적인 보복에 나서지 않고 3주의 시간을 끌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억제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확전을 유발하지 않으려 신중하게 계산하고 있다"며 "공격을 늦춤으로써 이스라엘 내부의 두려움과 불안을 조장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공격 지연이 '의도된 심리전'이라고 평가했다.

이란·이스라엘 군사력 막강, 양측 충돌 시 확전 가능성

숨 고르기에 들어간 듯했던 이란의 보복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스라엘에서는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조만간 열릴 카이로 휴전 협상이 성과 없이 결렬될 경우 피의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서방의 첨단 무기로 무장한 이스라엘과 중동 최대 병력으로 중무장한 이란이 충돌한다면 양측의 전력 수준을 고려할 때 두 나라 모두 큰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이란의 대리 세력인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 무장 단체들까지 가세할 경우 중동 지역의 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4일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가 발표한 '세계 군사력 균형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스라엘의 국방 예산은 192억 달러(약 26조원), 현역 병력은 16만9,500명에 이른다. 최첨단 전투기 F-35 39기를 포함해 전투기 340기, 1990년대 후반 개발된 AH-64D 아파치 등 공격헬기 46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고급 방공망 등 정밀 군사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 밖에도 전차 400대, 장갑차 790대, 소형전함 51대 등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지원도 막강하다. 이스라엘은 미국 해외원조의 최대 수혜국으로 원조 대부분이 군사 지원 형태로 이뤄진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주변 아랍국보다 '질적 군사력 우위(QME·Qualitative Military Edge)'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군사 원조의 목표임을 법으로 명문화하고 이스라엘이 건국된 1948년부터 10년 단위로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미국의 이스라엘 군사 지원 규모는 최소 125억 달러(약 17조원)에 이른다.

저항의 축을 이끄는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의 군사력도 만만치 않다.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큰 병력을 보유한 국가 중 하나다. 현역 병력은 최소 58만 명, 예비군 20만 명에 이른다. 또 정규군과 국경 경비를 책임지는 IRGC가 별도의 육·해·공군을 운용하고 있다. 다만 오랜 서방 제재로 이스라엘에 맞설만한 재래식 무기는 부족하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전에 입수한 노후 제트기 몇 대를 제외하면 전투기 자산이 거의 없고 그마저도 정비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란은 수십 년간 정밀·장거리 미사일, 드론, 방공 개발에 주력해 왔다.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해협을 경계할 수 있는 대형 고속단정 함대와 소형 잠수함도 건조했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이란은 중동 최대의 미사일 무기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중동은 물론 동·남부 유럽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 창설된 헤즈볼라의 전력도 막강하다. 10만 명의 병력을 보유한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정치 조직으로 정규군을 압도하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20240819 hamas pe

호르무즈 해협 봉쇄 대비해 대체 항구 찾는 해운업계

이런 가운데 전 세계는 5차 중동전쟁 발발 우려 속에 경제·외교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도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대비해 대체 항구를 물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좁은 해협으로 북쪽에는 이란, 남쪽엔 아랍에미리트(UAE)가 있다. 특히 해당 지역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쿠웨이트의 핵심 운송로로 세계 원유 공급량의 30%가 이곳을 통과한다.

그동안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의 지정학적 위치를 이용해 운송로의 봉쇄정책을 군사적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해 왔다. 지난 2018년 이란의 핵 합의 파기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對)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맞섰다. 오랜 앙숙인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한 올해 4월에는 "MSC사(스위스 선박회사)의 1만5,000TEU(20피트 컨테이너 단위)급 컨테이너선 에리즈호가 이스라엘과 관련됐다"며 해당 선박을 나포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이번에도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한다면 세계 경제는 물류대란과 오일 쇼크로 깊은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동산 원유 수입 대부분이 해당 지역을 통과해야 하는 한국에는 엄청난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올해 초 예멘 후티 반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수에즈 운하가 봉쇄되면서 해상 운임이 급등한 '홍해 사태'의 여파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호르무즈해협의 봉쇄가 더해지면 해상과 항공 운임의 폭등세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종합 물류기업 LX판토스는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사우디아라비아 담만항과 두바이 제벨알리항 등에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경우를 대비해 인근 국가인 오만의 살랄라항과 UAE의 푸자이라항 등에 기항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3대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에 소속된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도 3만DWT(중량톤수)급 벌크선 1척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운항 중이다. HMM 관계자는 "이란의 대응 수위를 예의주시하면서 대체 항구 등 대응책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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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밀레이 대통령, '반중·멸공'에서 '中 실리 외교'로 급선회

아르헨 밀레이 대통령, '반중·멸공'에서 '中 실리 외교'로 급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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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주의 지도자 밀레이, 선거기간 반중 발언 쏟아냈지만
IMF 차관 상환 부담에 취임 후 中에 통화스와프 갱신 요청
브릭스 가입 철회·나토 가입 추진 등 美·中 간 줄타기 외교
20240819 argentina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최근 '차이나 머니'를 얻기 위해서 실리 외교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극우 성향의 밀레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국 공산당 지도부를 비난하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지만, 취임 직후 중국 정부에 직접 서신을 보내 통화스와프 계약 갱신을 요청하는 등 친중 기조로 급선회한 것이다. 다만 국방과 방산 분야에서는 여전히 미국을 동맹국이라고 강조하며 서방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등 미·중 간 '줄타기 외교'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中과의 단교 선언했던 밀레이, 차이나 머니에 변심

1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에 대해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극우 성향의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레이 대통령은 그동안 공산주의와 공산당에 대해 확고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지난해 선거 기간 내내 중국 공산당 지도부를 '암살자'라고 칭하거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중국과 단교하겠다고 주장하는 등 반공·반중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취임 직후 밀레이 대통령의 대중 기조는 180도 달라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낸 취임 축전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화해 제스처를 보냈고 시진핑 주석의 특사로 취임식에 참석한 우웨이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의 면담에서는 경제·무역·인문 등 각 영역에서 양국 간 교류·협력이 심화·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투자와 무역이 아르헨티나의 미래에 필수적이라고 언급하는 등 대중 실리 외교로의 전환을 시사했다.

밀레이 대통령의 스탠스 변화는 아르헨티나의 열악한 재정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는 밀레이 대통령의 반중 발언에 반발해 65억 달러(약 8조7,000억원) 규모의 양국 간 통화스와프 협정을 중단했다. 그러다 밀레이 정부가 친중 기조로 선회하자 중국은 지난 6월 통화스와프 계약을 갱신했다. 외환 보유고가 고갈된 아르헨티나 입장에서는 차이나 머니 덕분에 국제통화기금(IMF) 차관 상환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에 밀레이 대통령은 "이번 스와프 연장이 재정적 안정을 제공했다"며 중국 정부에 감사를 표했다.

아르헨 2대 교역국 中, 광업 등 해외 직접투자 확대

중국은 아르헨티나의 무역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중국은 브라질과 함께 아르헨티나의 2대 교역국이다. 지난해 양국 간 무역액은 200억 달러(약 26조7,000억원)로 대미 무역액 140억 달러(약 18조7,000억원)를 크게 상회했다. 중국이 아르헨티나의 광업, 석유·가스, 금융, 건설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2015년 이후 대아르헨티나 해외 직접투자가 5배 늘었고 총투자액은 30억 달러(약 4조원)를 넘어섰다. 아르헨티나의 대중 수출도 최근 20년 동안 8배 증가했다.

중국 기업의 현지 투자도 확대됐다. 2019년 중국 상하이전력건설유한책임공사(SEPCC)는 아르헨티나 북부 후후이 지역에 300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립했고, 중국 기업 골드윈드는 아르헨티나 남부 추부트와 미라마 지역에 풍력 발전소를 세웠다. 2022년에는 남미 주요국 중 처음으로 중국과 '일대일로 양해각서'를 체결해 현재 중국 기업 칭산, 쯔진마이닝, 간펑리튬 등이 현지에서 대규모 리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농·축산업도 친중 실리 외교에 힘입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5대 대두·옥수수 생산국임에도 지난해 극심한 가뭄을 겪으면서 수확량이 급감한 데다, 페소화 평가 절하를 우려한 농부들이 대두와 옥수수를 판매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수출이 중단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이 15년 전 교역을 중단했던 아르헨티나산 옥수수와 함께 대두의 수입을 재개했고, 축산업 부문에서도 지난해 아르헨티나산 소고기 44만6,000톤을 수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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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페트리 아르헨티나 국방부 장관이 4월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미르체아 제오아너 NATO 사무부총장을 만나
파트너십을 요청하는 의향서를 전달했다/사진=루이스 페트리 장관 엑스(X·옛 트위터)

美 전투기 도입 등 국방·방산 분야에서는 '탈중국'

다만 그렇다고 아르헨티나가 완전히 친중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밀레이 대통령은 전통적인 우방국인 미국이 여전히 아르헨티나 최고의 동맹국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4월 루이스 페트리 아르헨티나 국방부 장관은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미르체아 제오아너 나토 사무부총장을 만나 글로벌 파트너십 수립을 요청하는 의향서를 전달했다. 이날 회동에서 페트리 장관은 "나토 표준에 따라 군대를 현대화하는 연결고리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밀레이 정부는 나토 가입을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주요국과의 접점을 확보하는 최적의 방안으로 보고 외교·안보 네트워크의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전임 정부의 기조와는 상반된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가입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밀레이 대통령은 1월로 예정됐던 브릭스 가입을 철회한 데 이어 2월에는 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기로 하는 등 외교·안보의 기축이 서방과의 동맹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방산 분야에서도 탈중국 행보를 보였다.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페르난데스 정권에서는 노후 전투기 교체 사업에서 중국산 전투기 도입이 유력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극심한 재정난으로 전투기 구매가 보류됐고 이후 밀레이 대통령은 덴마크에서 퇴역한 미국제 F-16을 구매하기로 했다. 현지 언론 인포에바는 "중국산 신형 전투기보다 훨씬 저렴한 F-16을 구매한 데다 미국 정부가 지정학적 이유로 아르헨티나의 전투기 구매에 대해 수년간 제재를 가해 온 영국 정부를 설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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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러 본토 공격, 완충지대 조성 위한 것” 러시아 허 찌른 역공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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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대통령, 쿠르스크 급습 목적 천명
러시아 기습 목적 밝힌 건 처음, 외신들 "엄청난 도박"
결사항전 의지 다지는 우크라, 전쟁 흐름 바꿔 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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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볼로디미르 젤렌스키 X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공격 목적에 대해 적의 추가 공격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천명했다. 완충지대라는 단어는 러시아가 자국 민간인 보호를 명분으로 국경 근처 우크라이나 영토를 공격할 때 즐겨 사용하는 말이다. 그야말로 러시아의 허를 찌른 우크라이나의 역공인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 러시아 본토 공격 목적 언급

18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토레츠크(Торецк) 근처에서 러시아 장비를 파괴하는 데 필요한 성과를 거뒀다"며 "우리의 주요 임무는 가능한 한 많은 러시아의 전쟁 잠재력을 최대한 무너뜨리고 최대의 반격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국군의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Курск)주 기습 공격 목적을 명확하게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6일 지뢰밭을 뚫는 것을 시작으로 기습 공격에 나섰고 러시아 국경을 넘는 데 성공했다. 뒤이어 우크라이나 장갑차가 러시아 국경을 넘어 방어선을 뚫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2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약 1,000㎢를 통제하며 20여 개의 정착지를 침략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급습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평가받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으로 몇 주가 유럽, 미국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외교적 노력을 결정지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 전쟁의 정의로운 종식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범위를 늘렸고, 앞으로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이번 가을에 이전보다 더 강하게 (러시아에) 들어가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서방의 지지를 호소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장악한 러시아 영토를 유지하기 위해 인력은 물론 탄약, 군사 장비가 부족하다는 현실을 반영한 발언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이번 우크라이나의 급습이 단기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도박”이라고 평가한다. 몇 달씩 수세에 몰려있던 우크라이나군의 사기를 북돋울 수 있는 상황이 된 데다, 훗날 러시아와 협상에서 유리한 카드를 쥘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민간 무차별 공격, 협상 불가"

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본토가 외국 군대의 공격을 받은 러시아로선 ‘굴욕’이란 평가가 다수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국경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퇴역 장성 출신인 안드레이 구룰료프(Andrey Gurulyov)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원은 “국경을 보호하는 군대가 자체 정보 자산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 어린 징집병들이 전쟁에 동원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중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우크라이나의 쿠르크스 지역 통제와 관련해 세르게이 쇼이구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마라트 후스눌린 부총리,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 등이 참석한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군의 목표가 향후 열릴 수 있는 평화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인 만큼 의심할 여지 없이 합당한 (러시아군의) 대응을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의 두 번째 목적은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진격을 멈추게 하기 위한 군사적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국내 정치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려 한다”고 비판했다. 서방 역시 우크라이나군의 역습이 우크라이나 동북부 제2의 도시 하르키우와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등에서 공세를 취하고 있는 러시아군의 병력 분산·소모, 그리고 러시아군의 공세 약화를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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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쿠르스크의 중요 다리 폭파 장면/사진=우크라이나 공군사령부

"전쟁 종결은 장담 못해"

다만 러시아에 비해 물자와 병력이 부족한 우크라이나군이 방어하는 쪽보다 훨씬 많은 자원을 동원해야 하는 공격 작전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 내로 더 깊숙이 진격할수록 보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최악의 경우 고립될 수 있어서다. 또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과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 우크라이나 피해가 더 커질 우려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도 겉보기에는 우크라이나가 비교적 쉽게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그렇다고 이번 전쟁의 빠른 종결로 이어지리라 장담할 순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소속 분석가 마크 갈레오티(Mark Galeotti)는 "우크라이나가 공격한 지역은 약 50마일 X 20마일(80.4km X 32.1km) 정도로, 양국의 국토 면적을 고려하면 작은 크기지만, 이번 공격이 정치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이보다 훨씬 더 크다"고 짚었다. 단 적어도 한시적으로나마 우크라이나 당국의 협상력은 높아졌다는 평가다. 러시아 영토 깊숙이 30km 떨어진 곳에 자국군이 들어간 상황에서 러시아가 현재 전선을 동결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작전을 통해 전쟁에 대한 러시아 내 러시아 국민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더 이상 먼 곳에서 벌어지는 ‘특별 군사 작전’이 아닌, 자신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사라 레인스포드(Sarah Rainsford) BBC 동유럽 특파원은 “러시아가 언론 통제력이 매우 강한 나라임을 고려하더라도, 쿠르스크 지역의 몇몇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일부 주민들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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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방거래위원회, 소비자 기만 '가짜 리뷰' 처벌·단속 강화

美 연방거래위원회, 소비자 기만 '가짜 리뷰' 처벌·단속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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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기' 만연에 칼 빼든 연방거래위
리뷰 매매 및 회사 직원 비공개 리뷰 금지
적발 시 건당 최대 7,000만원 벌금 부과
fake review PE 20240815

앞으로 미국에서 ‘가짜 리뷰’로 홍보할 경우 큰 손해를 보게 된다. 미국 당국이 연방 차원에서 가짜 온라인 리뷰를 단속하고 적발 시 철퇴를 내리기로 결정하면서다.

美 FTC, 가짜 리뷰 처벌 규정 마련

14일(현지시간) CBS에 따르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이날 인공지능(AI) 생성 리뷰를 포함해 허위 온라인 리뷰를 활용하는 관행을 불법 조치로 규정짓는다고 발표했다. 리나 칸(Lina Khan) FTC 위원장은 “가짜 리뷰는 사람들의 시간과 돈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시장을 오염시키고 정직한 경쟁업체의 비즈니스를 빼앗아 간다”며 “사기성 광고와 싸우기 위한 FTC의 이번 규칙은 미국인들이 속지 않도록 보호하고, 공정·정직·경쟁력 있는 시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7월 FTC가 제정한 온라인상의 사기 관행을 금지하는 규정안이 의결된 데 따른 것으로, 법안은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가짜 리뷰를 사고팔거나 부정적인 리뷰는 사용하지 않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또 한 제품 등의 긍정적인 리뷰를 다른 곳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회사 임원이나 내부자가 신분 공개 없이 리뷰를 남기는 것을 금지했다. FTC의 새 규정은 연방 관보에 게재된 후 60일 후에 시행되며, 위반자는 위반 건당 최대 5만1,744달러(약 7,04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이커머스 내 판치는 가짜 리뷰들, AI 활용한 사례도

FTC가 규정안을 도입한 건 아마존이나 구글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가짜 리뷰와 리뷰 남용이 문제시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판매자는 가짜 리뷰를 통해 검색 결과에서 자사의 제품을 드러내 더 많은 판매를 촉진하는가 하면, 일부 기업은 경쟁사 제품에 부정적인 리뷰를 남기기 위해 이용자들에게 돈을 지불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공지능(AI) 챗봇을 이용해 가짜 리뷰를 쓰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AI 발전으로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리뷰 작성이 손쉬워지면서, 가짜 리뷰로 조작하는 행위가 만연해진 것이다. 이에 아마존은 지난해 2억5,000만 개 이상의 가짜로 의심되는 상품평을 사전에 차단했으며, 지난달에는 가짜 리뷰 브로커로 의심되는 한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검색서비스 옐프(Yelp)의 경우 지난 2021년 950명 이상의 이용자가 자사 사이트에서 사기성 리뷰 관행에 관여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비영리단체 공익연구그룹(Public Interest Research Group, PIRG)의 분석에 따르면 온라인 리뷰의 30~40%는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쇼핑객들이 매장 구매 대신 인터넷으로 대부분의 구매 활동을 하면서 가짜 리뷰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처벌된 사례도 다수 파악됐다. 온라인 소매업체인 패션노바는 사이트에서 부정적인 리뷰를 삭제한 것에 대한 처벌로 420만 달러(약 5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래브파워(RAVPower), 타오트로닉스(TaoTronics), 바바(VAVA) 등 3개 가전 브랜드는 모회사인 선밸리사가 구매에 대해 긍정적인 리뷰를 작성한 고객에게 기프트 카드를 제공한 것이 적발돼 2021년 6월 아마존으로부터 판매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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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도 '리뷰 조작' 혐의로 과징금 1,628억원 철퇴

우리나라의 경우 쿠팡이 리뷰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1,628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이는 국내 유통업계에 부과된 과징금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쿠팡은 알고리즘 조작으로 PB(자체 브랜드) 상품과 직매입 상품 등 6만여 개의 ‘쿠팡 랭킹’ 순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쿠팡 임직원을 동원해 PB 상품에 수만 개의 임직원 후기를 게재한 혐의도 적용받았다.

공정위는 쿠팡이 당초 소비자들에게 PB 상품이 인지도가 없어 일반인으로 구성된 '쿠팡 체험단'의 구매 후기를 수집하기 어려워 보이자, 임직원 2,000여 명을 동원해 최소 7,342개의 PB 상품에 구매 후기 7만2,614개를 달아 PB 상품이 검색 순위 상위에 노출되기 유리하게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쿠팡 측은 공정위의 판단에 즉각 반박하며 ‘직원 리뷰 조작이 없었다는 5대 핵심 증거’ 자료를 배포하고 임직원 리뷰 사례를 소개했다. 2019년 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기준 자사 임직원 체험단 리뷰 평점 평균이 4.79점으로, 일반인 체험단 평균 4.82점보다 더 낮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공정위가 문제 삼은 기간 직원 리뷰는 전체 PB 상품 리뷰 2,500만 개의 0.3%에 불과하다고도 역설했다.

이에 공정위 역시 곧바로 공개 반박 입장을 냈다. 공정위는 쿠팡이 ‘임직원 리뷰 평점이 일반인 체험단보다 낮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사건의 핵심은 쿠팡이 입주 업체(중개상품 판매자)에는 구매 후기 작성을 금지하면서, 자신이 자기 상품에 구매 후기를 작성하고 별점을 부여해 소비자를 유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제재 결정 발표 후 공개 반박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 일이다.

한편, 앞서 공정위가 지난 6월 쿠팡에 대한 제재를 의결하면서 부과한 과징금은 1,400억원 규모로 이는 2019년 2월부터 공정위 조사가 이뤄졌던 지난해 7월까지의 매출액을 토대로 산정된 액수였다. 그러나 쿠팡은 작년 7월 이후로도 문제가 된 알고리즘과 임직원 리뷰 작성을 계속해 왔고, 이에 공정위는 작년 7월 이후 심의까지 관련 매출을 토대로 과징금을 다시 산정해 228억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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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해둔 건 어쩌나" 반도체 업계 뒤흔든 日 대지진 공포, 일각선 공급망 장애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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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세라·라피더스, 8일 지진 영향으로 생산라인 일부 정지
부각되는 난카이 대지진 리스크, 반도체 업계 불안감 가중
日 대지진 오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흔들린다?
nankai 20240814
대지진이 예고된 난카이 해곡 지도/사진=일본 문부과학성, 국제금융센터

일본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라인을 일시 정지했다. 최근 일본 미야자키현, 가고시마현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7.1)의 영향이다. 일본의 지진으로 인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혼란이 꾸준히 누적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최근 부각된 '난카이 대지진'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야자키·가고시마 지진의 여파

14일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8일 미야자키현·가고시마현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교세라는 가고시마현 공장 2곳(고쿠부, 하야토)의 생산라인을 정지했다. 교세라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던 직원 3명이 지진으로 인해 부상을 입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쿠보 공장은 세라믹과 전자부품, 하야토 공장은 디스플레이용 잉크젯 프린팅 관련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 최선단 반도체 공정을 견인하는 라피더스의 미야자키 공장 역시 지진으로 인해 생산 설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피더스는 건물이나 인적 피해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한 상태로, 현재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파악 중이다. 회사는 안전을 위해 일시적으로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으며 재가동 관련 계획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현지 핵심 반도체 업체들이 줄줄이 지진의 영향권에 든 가운데, 반도체 업계는 본격적인 긴장 상태에 접어들었다. 일본 기상청이 계속해서 난카이 대지진 발생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강진 발생 이후 일본 기상청은 이례적으로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를 발표했다. 수도권 서쪽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진 난카이 해곡에서 100~150년 간격으로 발생한다는 대지진이 30년 이내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70∼80% 확률).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난카이 해곡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는 반도체를 비롯해 중요 분야 핵심 업체들의 공장이 다수 위치해 있다"며 "특히 오사카, 효고현, 미에현 등에는 반도체 업체가 대거 포진해 있다. (반도체 업계의) 리스크가 상당히 큰 상황"이라고 짚었다.

nankai 20240814

대지진 영향권에서 투자 이어가던 기업들 '곤혹'

실제 상당수의 현지 기업은 난카이 대지진의 영향권에서 반도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미쓰비시전기는 구마모토현 거점에 1,000억 엔(약 9,200억원)을 투입해 신공장을 건설, 내년 11월 가동할 계획이다. 일본 전력 반도체 회사인 로옴은 올해 말 가동을 목표로 3,000억 엔(약 2조7,500억원)을 투입해 미야자키현에 신공장을 짓고 있으며, 글로벌 웨이퍼 2위 기업인 일본 섬코는 규슈 전역에 4,000억 엔(약 3조7,000억원)을 투입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외로도 소니그룹, 자동차용 반도체 맹주인 르네사스,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TEL) 등이 난카이 대지진의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들 수 있다.

구마모토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대만 TSMC 역시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TSMC는 지난 2월 구마모토 1공장을 완공했고, 오는 4분기부터 1공장에서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2조2,000억 엔(약 2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구마모토 2공장이 부지 조성 공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TSMC는 구마모토 지역에 3나노 이하 첨단 공정 반도체를 맡은 3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다.

규슈 지방에 '일본판 실리콘밸리'를 조성하는 일본 반도체 부흥 프로젝트 역시 대지진 리스크를 피해 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규슈 경제산업국은 2021년 4월부터 2024년 6월까지 규슈 내에서 발생한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가 100건에 달했던 것으로 집계했다. 투자 금액은 공식적으로 발표된 숫자만 4조7,400억 엔(약 43조3,000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공급망 장애 가능성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실제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반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일본 기업은 전 세계 반도체 소재 시장의 약 52%를 점유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 제조의 경우 전 세계 상위 15개 기업 중 7개가 일본 기업이다. 범용(레거시) 반도체를 생산하는 웨이퍼 공장 역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상당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 일본에서 고강도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반이 휘청이는 이유다.

실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일본의 지진으로 인해 수 차례 공급망 장애를 겪어왔다. 2022년 3월 일본 도호쿠 지방에 규모 7.4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르네사스 공장 3곳이 생산을 중단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급감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이어지던 상황에 거대한 악재가 발생하자 차량용 반도체 공급 감소는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출고 지연으로 이어졌고, 시장은 막대한 혼란에 휩싸였다.

지난 1월에는 이시카와현에서 규모 7.6의 강진과 규모 5.0의 여진이 발생하며 수많은 현지 반도체 기업이 타격을 입기도 했다. 해당 지역에는 전력 반도체를 생산하는 도시바를 비롯해 TPSCo(타워와 누보톤의 합작 회사), 실리콘 웨이퍼 제조업체 신에츠화학, 글로벌웨이퍼스, 섬코 등이 위치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구조상 일본의 지진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난카이 대지진으로 인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의 공급망 혼란이 재현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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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확전 분수령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 먹구름, 다시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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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15일 협상 불참키로 "네타냐후 협상 의지 없어"
헤즈볼라·하마스 “이스라엘에 로켓 2발 발사” 전운 고조
바이든 “가자 휴전, 어려워지고 있지만 포기 안 할 것"
Joe Biden getty 2024081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에 대해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비쳤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도자 암살에 대한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으로 확전 가능성이 고조된 가운데, 가자지구 휴전 협상 타결만이 사태 악화를 막을 유일한 방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바이든 "휴전협상 점점 어려워져, 타결 시 보복 보류 가능"

13일(현지 시각) 바이든 대통령은 “휴전 협상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란이 무엇을 하는지, 만약 공격이 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타결되면 이란이 보복 공격을 보류(hold off)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내 예상”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카린 장피에르(Karine Jean Pierre) 백악관 대변인은 같은 날 대통령 전용기 기내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우리는 협상 담당자들이 논의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본다”며 “우리는 휴전 협상 타결이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긴장을 완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이스라엘에 27조원에 달하는 무기 공급을 잠정 승인하기도 했다.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13일 F-15 전투기 50대와 첨단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탱크용 포탄, 고폭탄, 중형 전술차량 등 2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대이스라엘 무기 판매를 이날 결정해 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자도 "휴전 만이 보복 막을 수 있다"

같은 날 이란의 고위 당국자들도 바이든 대통령과 비슷한 언급을 내놨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고위 관리 3명은 “가자지구 휴전 협정만이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Ismail Haniyeh)를 암살한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을 막을 수 있다고”고 말했다. 하니예 암살 사건 이후 이란 당국자가 보복을 자제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로이터는 이란의 한 안보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가자 회담이 실패하거나 이스라엘이 협상을 지연시킨다고 판단하면 이란은 헤즈볼라 등 동맹과 함께 이스라엘에 직접 공격을 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 측은 협상 진전을 얼마나 기다려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이란 당국자들의 발언을 두고 양측 사이에서 확전을 막기 위한 긴밀한 물밑 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싱크탱크 이란연구센터 메이르 리트박 선임연구원은 “이란은 동맹인 하마스를 돕기 전에 자국의 필요를 우선시할 것”이라며 “이란도 전면전은 피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란 분석가인 사이드 레이라즈도 “이란 지도자들이 전면전을 피하고 지역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가자지구 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란은 그동안 휴전 협정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핵심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도 “하니예 암살 이후 중동 전쟁의 위험이 커졌지만, 이란은 최근 며칠 동안 보복을 조정하는 방법에 대해 미국 등 서방 국가와 치열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오는 15일 휴전 회담 때 자국 대표를 파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해당 대표자는 회담에는 직접 참석하지 않고,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 측과 외교적 소통 라인을 유지하며 막후 논의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란은 공식적으로는 보복 공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이날 영국, 프랑스, 독일 정상들이 보복 공격을 자제해야 한다는 요청에 대해 “과도한 요구”라고 거부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8일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등 3개 중재국 정상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오는 15일 휴전 및 인질 협상 회담 재개를 촉구한 바 있다. 지난 6월 미국이 제안한 휴전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채택되면서 휴전 회담에 속도가 붙는 듯했으나 이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이스라엘이 하마스 정치지도자와 헤즈볼라 최고 군사 사령관을 암살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이에 중재국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인구밀집 지역에서 철수하면 6주간 휴전에 돌입해 인질-수감자 일부를 맞교환하고(1단계) △휴전을 영구적으로 연장해 모든 하마스 피랍 인질을 석방하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뒤(2단계) △폐허로 돌변한 가자지구를 재건하고 사망 인질 유해를 유가족에게 인도하는(3단계) 내용을 담은 새로운 휴전안을 제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협상에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밝혔고, 이집트와 카타르는 하마스의 새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Yahya Sinwar)가 휴전 합의를 원한다고 이스라엘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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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의 새로운 정치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얼굴 포스터, 포스터에는 ‘위대한 사람을 잃으면 다른 위대한 사람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마스·헤즈볼라, 가자 휴전회담 앞두고 이스라엘에 로켓 발사

그러나 하마스는 돌연 이번 협상 참여를 사실상 거부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레바논 주재 하마스 대표인 아흐메드 압둘하디(Ahmed Abdulhadi)가 오는 15일 휴전 회담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며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가 성의 있게 협상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헤즈볼라와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로켓을 발사하면서 회담 불발 가능성은 더 높아진 상황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지역을 향해 약 25발의 로켓을 발사했다. 이번 공격은 세 차례로 나눠 진행됐으며 첫 번째는 이스라엘 점령지 크파르추바 언덕에, 두 번째는 잘 알-데이르에 위치한 이스라엘 기지에, 세 번째는 메론 산에 위치한 이스라엘군(IDF) 사령부를 겨냥한 것이다. 헤즈볼라는 곧바로 해당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이스라엘 파견부대에 로켓포 집중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하마스도 이스라엘 중부 텔아비브에 M90 로켓 2발을 발사했다. IDF는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넘어온 것으로 확인된 발사체가 이스라엘 중부 해상에 떨어졌다"며 "동시에 추가 발사체는 이스라엘 영토로 넘어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격 이후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 대한 원조 경로를 일시적으로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정세가 다시금 급변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이란과 친(親) 이란 무장세력 간 충돌 가능성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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