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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불법 이민자 추방사업, 위기의 LCC에 생명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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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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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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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및 인권 관련 부정적 여론 무마
‘단발성 이벤트’ 아닌 지속 사업
연 100만 명 추방 목표 장기 프로젝트
사진=아벨로항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이 자국 항공 운송 시장에 새로운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던 저비용항공사(LCC)가 이민자 추방 항공편 사업에 전격 뛰어들면서 분위기 반등을 노리는 모습이다.

고가 전세기·군용기 논란 탈피

27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LCC 아벨로(Avelo)는 오는 5월부터 세 대의 자사 항공기를 불법 이민자들을 이송하는 데 투입한다. 아벨로는 이민자 추방을 위해 흰색 도색에 로고가 없는 항공기를 사용할 계획이며, 해당 항공기들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메사 게이트웨이 공항에서 출발할 예정이다.

지난 2021년 운항을 시작한 아벨로 항공은 주로 코네티컷,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에서 국내선을 운항하는 LCC다. WSJ은 “아벨로가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 단속 정책에 참여한 것은 민간 항공사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며, LCC의 재정적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아벨로가 항공권 판매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투자자들로부터 반복적으로 자금을 유치하고 있으며, 지난해 반등의 조짐을 보이던 실적도 올해 1분기 다시 악화했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미 정부 입장에서도 이는 단순히 비용 문제를 넘어선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 그간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항공 수송 부서인 ICE 에어는 CSI 항공(CSI Aviation)이라는 중개업체와 계약을 맺고 전세기를 빌려 이민자 수송을 진행해 왔다. 현재 ICE의 비행 중 약 70%는 대학 스포츠팀이나 세계적 팝가수 등 유명인을 대상으로 전세기를 운영하는 크로싱항공 그룹(GlobalX)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도한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강한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군용기를 이용한다는 계획도 검토된 바 있지만, 불필요한 군사 이미지가 덧씌워질 것을 우려한 미 정부가 이를 반려했다. 이민자 문제를 인도적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면적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민간 항공사를 통한 이송은 이같은 외부 비판을 피해 가기 위한 일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 운영비를 절감하는 것은 물론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려는 미 행정부와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가 절실하던 LCC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셈이다.

강경 이민 정책에 사업 지속 가능성↑

일각에서는 아벨로의 이민자 이송 사업을 일회성 이벤트 정도로 치부하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정황을 보면, 이는 단순한 정치적 쇼가 아니라 본격적인 사업 모델로 자리 잡으려는 움직임에 가깝다. 토드 라이언스 ICE 국장대행은 이달 8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2025 국경안보 엑스포에서 “우리는 이민자 추방을 기업처럼 다루는 데 능숙해질 필요가 있다”며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아마존처럼 말이다”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빠른 배송을 위해 미국 전역에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거미줄처럼 촘촘한 배송망을 구축해 놨는데, ICE도 이와 마찬가지로 불법체류자들을 트럭에 실어 한데 모아 지체 없이 국외로 추방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라이언스 국장대행은 “인공지능(AI) 등 선진기술을 활용해 불법 이민자를 임시로 가둬둘 수용소와 추방용 항공편 운영을 더욱 효율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아벨로 항공이 이 사업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단순히 한두 번 항공편을 제공하는 수준이 아니라, 추방 비즈니스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으려는 전략적 판단이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아벨로에는 대규모 정부 계약이야말로 생존을 넘어 재도약을 꿈꿀 수 있는 기회다. 불법 이민자 추방이라는 민감한 사업이지만, 정부 보조금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는 그 어떤 상업 노선보다 매력적이라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일관된 평가다.

장기 수요 탄탄, 단순 노선 확장보다 매력적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 기조도 아벨로의 판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100만 명 추방을 올해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상징적 숫자가 아니라 실제 실행 계획에 따라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목표다. 먼저 최종 추방 명령이 내려졌으나, 본국에서 수용 의사를 확인하지 않아 대기 중인 140만 명의 이민자를 최우선 추방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이중 멕시코,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 일부 국가는 이미 추방이 시작된 상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민당국의 역량과 이민자들이 법원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대규모 추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이전까지 연간 최대 추방 규모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 약 40만 명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민당국이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 폭발물관리국 등 기관과 힘을 합치고 있지만, 140만 명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 이민자들은 추방되기 전에 이민법원의 심리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는 문제 해결에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아벨로 항공이 이번 기회를 잡은 것도 이런 수요 전망을 고려한 결정이다. 추방 대상자 규모가 워낙 방대해 사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고, 정부로부터 지속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불법 이민자 추방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인 탓에 현 정권 체제에서는 관련 예산 또한 유지될 공산이 크다. 불법 이민자 문제와 경제적 이해가 맞물린 복잡한 현실이 죽어가던 LCC에 생명줄을 내려줬다는 평가에도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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