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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국발 초저가 소액 택배에 수수료 부과 추진 150유로 이하 면세 폐지 등 C커머스에 대한 규제 강화 규제 강화에도 中 플랫폼 글로벌 시장 영향력은 확대

중국발 초저가 상품의 유입이 유럽 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 프랑스와 유럽연합(EU)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정조준해 규제 강화에 나섰다. 프랑스 정부는 소액 수입 택배에도 사실상 관세 역할을 하는 수수료를 부과하고, EU는 150유로(약 24만원) 이하 상품에 대한 면세 기준 폐지를 추진 중이다. 안전성과 환경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운 이번 조치는 C커머스의 급성장에 제동을 걸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네덜란드 등 中 수입품에 대한 규제 협력 추진
29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를 피해 중국산 저가품이 유럽 시장에 쏟아져 들어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저가 소매업체의 소액 수입 택배에 대해서도 사실상 관세 역할을 할 수수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아멜리 드 몽샬랭 프랑스 예산부 장관은 이날 파리 샤를 드골 공항 인근의 소포 분류 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현재 EU집행위원회가 관세 시스템 개편을 준비 중이지만, 그 이전에라도 임시 조치로 소형 수입품에 처리 수수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인상에 따라 중국산 저가 물품이 자국을 비롯해 유럽으로 밀려올 것이란 우려를 반영할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디 미니미스(De Minimis) 예외 조항을 폐지하기로 했다. 다음 달 2일 만료되는 이 조항은 800달러(약 112만원) 이하 국제 배송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 주는 규정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통관 기준을 강화하기 전까지 최대 2,500달러(약 352만원) 물품까지는 간단한 서류만으로 미국에 보낼 수 있었지만 다음 달부터는 관세가 부과된다.
몽샬랭 장관은 "처리 수수료는 보안검사 등 세관 절차에 투입되는 비용에 대해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더 많이 기여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6년까지 임시 조치를 시행하기 위해 다른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라며 "이미 네덜란드 정부와 논의했고 조만간 독일의 새 행정부와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U집행위에 앞서 처리 수수료를 도입할 경우, 수입업체들이 다른 EU 국가로 우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다른 주요 수입국들과 조율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EU "中 저가 수입품, 안전기준 충족 못 해"
EU 차원에서는 기존의 무관세 혜택을 폐지하는 방안이 이미 추진 중이다. 지난해 EU집행위는 "알리·테무·쉬인 등을 상대로 수입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며 "이들 기업이 취급한 저가 상품이 발암 물질 이슈에 휩싸이는 등 안전 기준 미달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 관세 면제 기준을 폐지함으로써 안전하지 않은 중국산 저가 제품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행 규정상 150유로 이하 전자상거래 품목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데, 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해당 규정은 EU 역외에서 역내 고객에게 직접 배송되는 모든 온라인 소매업체 제품에 적용된다. 주요 타깃이 된 것은 C커머스 업체들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당 조치에 대해 "안전 기준에 미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의 급증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또한 저가 제품의 공세를 막아 역내 기업과의 공정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2023년 기준으로 EU로 수입된 150유로 이하 면세 품목은 23억 개로 이 중 전자상거래 수입품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EU는 온라인을 통해 유입되는 저가 상품 중에는 중국산 제품이 많으며, 해당 제품들은 안전상의 문제가 많다고 보고 있다. EU집행위에 따르면 역내에서 보고된 '위험한 제품 수'는 2023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급증하며 3,400개를 넘어섰다. EU 산하 단체인 유럽완구산업기구(TIE)는 "중국 소매업체가 위험한 장난감을 유럽으로 운송했다"며 "테무에서 구입한 장난감 19종을 대상으로 유해성 검사를 한 결과 EU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은 한 개도 없었으며 심지어 18종은 어린이에게 실제 안전 위험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C커머스, 유럽서 앱 다운로드 상위권 등극
하지만 C커머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음에도 유럽에서 알·테·쉬의 영향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쇼핑 시즌에는 많은 중국의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유럽 시장에서 소위 대박을 쳤다. 알리바바 인터내셔널 스테이션은 올해 1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앱(APP) 다운로드 순위 5위에 올랐다. 테무는 지난해 12월 기준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수가 9억 건에 육박했고 유럽에서는 1위에 등극했다.
앱 다운로드 횟수가 증가하면서 플랫폼 판매 데이터도 함께 호조를 보이고 있다. 알리바바 인터내셔널 스테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상품판매액(GMV)이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으며 글로벌 트래픽, 결제 건수 등 핵심 지표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그중 유럽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결제 건수도 40% 가까이 확대됐다. 최근에는 알·테·쉬 모두 반위탁 모델을 도입해 운영·홍보·창고 보관·배송에서 애프터서비스(AS)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판매자의 진입 장벽도 낮췄다.
이러한 C커머스의 약진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상무부는 '대외무역의 안정적인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조치'를 발표하면서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확대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중국의 수출과 내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 중국 정부는 전자상거래 업체의 해외 스마트 물류 플랫폼 구축을 지속 지원하고, 중소무역기업에 대한 금융·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동시에 신흥시장 개척 등 시장 다각화도 본격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