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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범죄·테러 위협 막아라" 국경에 빗장 거는 독일, 확산하는 反이민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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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경으로 임시 국경 통제 확대" 독일의 초강수
안보 위협·극우 정당 세력 확대 등이 영향 미쳐
몰려드는 난민에 난색 표하는 EU, 신 이민·난민 협정 최종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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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모든 국경에서 입국자를 검문하기로 했다. 난민 흉악 범죄, 이슬람 국가(IS)의 테러 위협 등으로 국가 안보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솅겐 조약(유럽 지역 29개 국가들이 여행과 통행의 편의를 위해 체결한 협약) 가입국 다수의 국경에 경찰을 배치하며 본격적으로 통제를 강화하는 양상이다.

독일, 임시 국경 통제 강화

9일(이하 현지시각) 낸시 페저(Nancy Faeser) 독일 내무장관은 “임시 국경 통제를 모든 육상 국경으로 확대한다”며 “새로운 유럽 망명 시스템과 다른 조치로 EU(유럽연합) 국경을 강력히 보호할 때까지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임시 조치로 통제 중인 오스트리아·스위스·체코·폴란드 국경에 더해 오는 16일부터 프랑스·룩셈부르크·네덜란드·벨기에·덴마크 국경에도 경찰관이 배치된다. 국경에 배치된 독일 경찰은 무단 입국자, 범죄 위험인물 등이 국경을 넘지 못하도록 통제할 예정이다.

새로운 국경 통제 조치는 우선 6개월간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올해 11∼12월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기존 국경 통제 조치 역시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독일은 지난해 10월 기존 오스트리아에 더해 폴란드·체코·스위스 국경 통제를 시작한 이후 불법 이민을 시도하거나 입국이 금지된 외국인 약 3만 명을 돌려보낸 바 있다. 국경 통제를 여타 주변국으로 확대한 지난 6∼7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기간 적발된 무단 입국자는 9,172명에 달했다.

왜 이민자 밀어내나

독일이 국경 통제 강화에 나선 배경으로는 최근 몇 달 새 빗발친 난민 흉악 범죄와 IS 등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위협 등이 지목된다. 국가 안보를 위해 국경을 봉쇄하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솅겐 조약 가입국 다수에 통제 조치를 적용한 것이다. 원칙적으로 솅겐 조약 가입국 사이에는 출입국 검사를 시행하지 않지만,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있는 경우 임시 국경 통제 조치를 도입할 수 있다.

반(反)이민 정서를 강조하는 극우 정당의 영향력 확대 역시 독일의 이민·난민 정책 전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독일 현지 언론 슈피겔에 따르면, 지난 1일 치러진 독일 튀링겐주 주의회 선거 예비 결과에서 승기를 거머쥔 것은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 득표율 32.8%)이었다. 보수 성향 정당인 기독민주당(CDU)은 23.6%의 득표율을 보이며 AfD의 뒤를 이었다. 같은 날 치러진 작센주 주의회 선거에서는 CDU가 31.9%로 1위에 올랐고, AfD가 30.6%로 2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선거 결과에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독일에서 극우 정당이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건 1945년 나치 패망 이후 79년 만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독일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래 극우 민족주의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유지돼 왔다. 혐오와 배척의 논리를 앞세우는 극우 정당이 힘을 얻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특히 AfD는 2013년 창당 이후 이슬람 혐오나 난민 배척 정서를 앞세워 세력을 불려 온 정당"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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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U의 '이민·난민 밀어내기'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 같은 반이민 정서가 독일을 넘어 EU 회원국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EU 27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신 이민·난민 협정'을 구성하는 10가지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2020년 9월 초안이 발의된 지 3년 8개월 만에 관련 입법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해당 법안은 약 2년간의 이행 준비를 거쳐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법안 시행 이후 EU 회원국은 망명 신청 자격을 갖추지 않은 이들을 신속하게 본국으로 송환할 수 있게 된다. 기존 1년에 달하는 시일이 소요됐던 망명 심사 절차가 최대 12주까지 단축되면서다. 아울러 심사 기간 개별 사례에 따라서는 난민 신청자를 최대 6개월간 구금할 수 있으며, 자격을 갖추지 않은 '불법 이주민'을 그 즉시 본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

협정에는 회원국 중 일부에 난민 유입에 따른 부담이 집중될 경우, 여타 회원국이 나서서 직접 난민을 수용하거나 재정적 기여를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리스, 이탈리아처럼 아프리카와 중동과 가까운 지중해 해변 EU 회원국에 난민 유입의 부담이 쏠리지 않도록 EU 회원국이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다. 수용 난민 수는 연간 3만 명, 난민 거부 시 납부해야 하는 금액은 1명당 2만 유로(약 3,000만원) 수준으로 잠정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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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더욱 강력한 관세정책 예고 "달러 체제 이탈한 나라에 100% 관세 부과"

트럼프, 더욱 강력한 관세정책 예고 "달러 체제 이탈한 나라에 100% 관세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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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콘신주 유세에서 EU 등 동맹국 비난
'脫달러화' 동참한 나라에 관세 보복 예고
무역수지 개선, 달러 중심 체제 유지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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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당선되면 동맹국이든 적성국이든 관계없이 관세를 무기로 한 보호무역 정책을 펼 것임을 천명했다. 그동안 대중국 관세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해 온 트럼프 후보는 대상을 확대해 달러화 중심의 기축통화 체제를 흔드는 국가에도 관세로 보복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동맹국이 美 이용, 적국보다 부당하게 대우"

7일(현지시각) 트럼프 후보는 대선 경합 주인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최근 많은 나라들이 달러화 중심의 기축통화 체제에서 이탈하려 하는 등 달러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심각한 포위 공격을 당하고 있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그들이 달러를 떠나지 않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달러를 버리는 나라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결국 해당 국가들은 미국과 거래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날 발언은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과 이에 동조하는 국가들을 상대로 관세 보복 조처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재임 시절 협상의 전매특허처럼 활용해 온 관세를 이용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블룸버그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와 그의 경제 참모들은 무역 결제에서 달러 대신 다른 통화를 사용하려 하는 나라에 대한 처벌 방안을 수개월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유세에서는 공세의 대상을 동맹국으로 확대했다. 트럼프 후보는 "적국보다 동맹국이 미국을 더 부당하게 대우한다"며 "미국은 동맹국을 지켜주고 있음에도 그들로부터 무역, 군사 등 측면에서 매우 나쁜 대우를 받았고, 동맹국들은 심지어 우리에게서 뜯어내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의 핵심 메시지는 미국에서 물건을 팔려면 제품을 미국에서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시 한번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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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관세 정책 등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사진=도널드 트럼프 유튜브

'위안화의 국제화' 추진하는 中·브릭스·일대일로 겨냥

이날 트럼프 후보의 경고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 중인 중국과 그 동맹국들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구체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 신흥 경제국 협의체인 브릭스(BRICS)의 회원국 브라질·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일대일로'의 중앙아시아·서아시아 회원국 등을 포함한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a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은 "달러 체계는 남반구의 이익을 훼손하는 불공정하며 시대착오적인 지배 도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가장 큰 중국을 향한 관세 폭탄 예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에 전기차를 수출하려 하자 중국 정부는 테슬라로 하여금 중국 현지에 공장을 짓도록 했다"며 "중국과 다른 나라가 미국에 100% 또는 200% 관세를 매기면 우리도 똑같이 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후보는 재임 시절에도 대중 관세를 강조해 왔는데 지난 7월에는 블룸버그, 폭스 등 현지 언론들이 트럼프 후보가 재임 시절 중국에 50%의 고관세를 적용한 만큼 재임에 성공한다면 '60%+a'의 관세를 적용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유럽연합(EU)에 대한 무역적자 문제도 거론했다. 트럼프 후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비용 등을 언급하며 "미국이 오랜 기간 EU를 지원했지만, 더는 지속할 수 없다"며 "EU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EU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3년 연속 2,000억 달러(약 266조원)를 넘어섰고 올해 1분기에는 470억 달러(약 63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2월 EU가 미국의 IT 공룡 기업들에 이른바 '구글세'를 도입하자 트럼프 후보는 무역법 제301조에 따라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시사했다.

해리스 '수출통제'-트럼프 '관세 압박' 결합 가능성도

다만 이러한 기조는 비단 트럼프 후보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도 지난달 발표한 정강 정책에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미국산 우선 구매 원칙)'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후보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관세 정책을 강조했다면,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패권 경쟁에 초점을 둔 수출 통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어느 쪽이 당선돼도 차기 행정부와 대외 통상 기조가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는 쪽으로 흐를 것이라 보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 시 어떤 카드를 꺼내 들지 불확실한 만큼 해리스 후보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어떤 방식으로 계승 또는 폐지할지 아직은 불명확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해리스 후보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젊고, 급진적인 성향이라는 점을 고려해 현재보다 강력하고 적극적인 정책을 채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민주당이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중산층의 경제적 안전성과 존엄성을 강조해 온 만큼 환경과 기후 변화 문제를 강하게 활용해 기업을 압박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문제는 두 후보가 집권 시 서로의 정책을 얼마나 수용할 것인지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정책을 이어받아 전기차에 대한 대중 관세를 인상한 것처럼 자국 우선주의 흐름하에 고관세와 수출 통제 두 기조가 결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재집권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전략 기술에 대한 수출·투자를 통제하는 정책을 추진할 경우 글로벌 무역 시장의 리스크가 고조될 수밖에 없다. 반면 해리스 행정부가 부통령 재임 당시 도입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지원 조건을 강화한다면 기업의 보조금 규모에도 변동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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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국제유가' 급락에 백기, 점진적 증산 계획 2개월 연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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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일 생산량 감산 조치 2개월 더 지속
중국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 우려 영향
증산 연기 발표에도 국제유가는 약세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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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 에너지부

미국과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에 유가가 급락하자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 및 동맹국으로 구성된 오펙플러스(OPEC+)가 다음 달로 계획했던 증산 계획을 2개월 미루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형 산유국 8개국이 지난해 11월 참여한 하루 22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은 올해 11월 말까지 시한이 연장된 뒤 내년 11월까지 축소돼 산유량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OPEC+, 증산 계획 12월로 연기

5일(현지시간) CNBC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오펙플러스는 일일 생산량 18만 배럴 증산 계획을 12월 1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이는 연말까지 생산량을 일일 54만 배럴 늘리고 최종적으로는 향후 12개월에 걸쳐 일일 220만 배럴의 생산량을 점진적으로 시장에 공급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오펙플러스는 성명에서 “필요에 따라 계획된 증산을 일시 중지하거나 되돌릴 수 있는 유연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펙 사무국도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등 오펙플러스 8개국이 220만 배럴의 감산을 연장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공식 정책에 따르면 오펙플러스는 내년에 하루 3,972.5만 배럴을 생산할 계획이며, 일부 회원국은 내년까지 자발적으로 170만 배럴의 추가 감산을 유지할 예정이다.

미중 경기침체 우려에 감산 유지

당초 오펙플러스는 올 2~3분기까지 하루 220만 배럴의 감산을 실행한 후 10월부터 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해당 감산 계획은 알제리와 이라크,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오만,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가 자발적으로 실시한 것이다.

이 계획을 미루기로 한 데는 세계 2위 경제국이자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의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가격을 부양하기 위해 감산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재부각하는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이스라엘-이란 간 정면 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오펙플러스는 글로벌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과 주요 20개국(G20)에 속한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비(非)오펙플러스의 공급 증가로 2022년부터 합의한 일련의 조치에 따라 하루 총 586만 배럴 규모의 생산량을 감산해 왔다. 이는 세계 수요의 약 5.7%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지난 4월 배럴당 92달러를 상회하며 최고치를 기록한 뒤 수요 둔화 우려로 최근 70달러대로 밀린 상황이다.

그럼에도 감산 축소 방침을 고수한 것은 향후 석유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오펙은 7월 초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전년보다 하루 225만 배럴, 2025년에도 직전 해보다 185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중국은 24년 76만 배럴, 25년 41만 배럴 증가하며 수요가 가장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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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 유지 발표에도 국제유가 하락세 지속

다만 오펙플러스의 증산 연기 결정에도 이날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국과 중국 수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것은 물론 파벌 분쟁으로 생산을 중단을 선언했던 리비아의 생산 재개 전망이 유가를 짓눌렀다는 분석이다. 이날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1월 인도분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 하락한 배럴당 72.69달러에 마감했고, 서부텍사스원유(WTI)도 0.1% 내린 69.15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이틀 연속 작년 6월 이후 최저치를, WTI는 사흘 연속 1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오펙플러스의 증산 연기로 4분기에 원유 잔고가 하루 약 10만~20만 배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며 중국 수요가 개선되지 않더라도 이로 인한 타격을 방지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진단했다. 반면 미즈호증권의 밥 야거(Bob Yawger) 에너지 선물 디렉터는 “오펙플러스의 혼란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휘발유 시장이 원유 가격을 크게 하락시킬 수 있다”며 “휘발유가 필요 없으면 휘발유를 만들기 위한 원유도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는 앞서 미국의 원유 재고가 크게 감소했음에도 반등하지 않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는 690만 배럴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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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년 역사 버버리, 런던증시 FTSE 100지수에서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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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 실적 부진에 주가 1년간 70% 급락
中 MZ세대 소비방식 변화, 가성비 대체품 인기
미중 갈등이 부른 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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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버버리

영국 패션 명품업체 버버리 그룹이 런던증시의 주요 종목에서 퇴출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핵심 시장인 중국에서 수요가 줄어든 데다, 전 세계 인플레이션 고착화에 따른 명품 소비 감소 추세에 주가가 급락한 결과다.

FTSE 100에서 FTSE 250로 강등

4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영국 FTSE 러셀은 분기별 검토 결과 이달 23일부터 FTSE 100 지수에서 버버리를 제외하고 보험사 히스콕스를 새로 포함하기로 했다. 분기별로 구성 종목이 조정되는 FTSE 100 지수에는 런던증시 상장사 중 시가총액 기준 100대 대형주가 포함된다.

버버리는 15년간 지수에 편입돼 활동했지만, 최근 몇 달간 이어진 주가 하락이 발목을 잡았다. FTSE 러셀에 따르면 버버리 주가는 지난 1년간 70% 이상 떨어져 FTSE100 기업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현재 시가총액은 23억4,000만 파운드(약 4조1,000억원)로 FTSE 100 지수는 물론이고 중형주 지수인 FTSE 250 상위 상장사보다도 작다. 퇴출 이후 버버리는 테크업체 라스베리파이와 함께 FTSE 250에 합류하게 된다.

이에 버버리는 상황 타개에 나섰다. 앞서 지난 7월 주주에 대한 배당금 지급을 중단했고, 마이클 코어스와 코치를 이끌었던 조슈아 슐먼(Joshua Schulman)을 최고경영자(CEO)로 새로 임명하는 등 리더십에도 변화를 주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미중 갈등에서 비롯된 中 '애국소비', 글로벌 브랜드 직격타

특유의 체크무늬와 트렌치코트로 잘 알려진 168년 역사의 버버리는 한 세기 이상 트렌치코트의 대명사로 일컬어져 왔다. 한국에서 트렌치코트를 통상 '버버리'라고 부르는 것도 이 같은 브랜드의 명성 때문이다. 하지만 수십 년 넘는 기간 동안의 흥행에 취해 판매량을 조절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공급을 풀었다는 점이 부진을 견인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인들이 명품 소비를 축소한 점도 실적 하락을 부추겼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인들은 프랑스 파리를 비롯한 세계 주요 대도시의 백화점과 부티크를 돌며 명품을 싹쓸이하다시피 할 정도로 ' 큰 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다소 위축됐던 중국 경제가 지난해 초 '위드 코로나'로 전환된 이후에도 부동산 장기 침체 등과 맞물려 경기 부진이 지속되자, 중국인들은 꼭 필요한 지출 외에는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미중 갈등 격화로 인해 중국 내 '애국소비(궈차오, 國潮) 열풍이 일어난 점도 글로벌 브랜드에 있어 직격탄이 됐다. 미중 갈등이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이 자국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애국 소비에 동참하게 함으로써 중국의 신생 브랜드들에 힘을 싣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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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브랜드, 의미 없다" 가성비 찾는 중국 MZ들

무엇보다 중국 소비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새로운 소비주체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의 브랜드 소비는 쥬링허우(90년대생)나 링링허우(00년생)와 같은 젊은 세대들이 이끌고 있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주목받는 소비 트렌드는 '핑티(平替)'로, 이는 '가성비 대체품'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핑티는 유명 브랜드를 모방해 만들어졌더라도 로고까지 베껴서 명품으로 착각하게 만들려는 '짝퉁'과는 다르다. 예컨대 일본 SK-II의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 330㎜ 제품은 1,700위안(약 32만원)에 달하지만, 비슷한 성분을 함유한 현지 브랜드 찬도가 내놓은 핑티 에센스 가격은 569위안(약 10만원)이다. 3분의 1 가격이지만 싸구려 제품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저렴이'와도 차이가 있다.

게다가 중국 소비자들에게 핑티 구입은 숨길 일이 아니다. 온라인에선 핑티 아이템을 찾아내고 명품과 가장 비슷한 핑티를 공유하는 게시물이 쏟아진다. 또 핑티 아이템의 품질과 가격대를 홍보하는 라이브 쇼핑 영상이 잇따르고 있으며 같은 물건을 주문하려는 소비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추세는 현지 업체들이 수십 년 동안 명품의 저렴한 대체품을 판매하면서도 중산층 쇼핑객에게 모조품을 판다고 조롱받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유명 브랜드들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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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사망에 이스라엘 70만 민중 대규모 시위, '강경 노선' 네타냐후 총리 백기 드나

인질 사망에 이스라엘 70만 민중 대규모 시위, '강경 노선' 네타냐후 총리 백기 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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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사망 사건에 성난 민심, 70만 시민·노동조합 등 합세한 대규모 시위 발생
하마스에 "협상 불가" 통보한 네타냐후 총리, 총리 비판 여론 확산
리쿠드당 내부서도 이견 노출, 갈란트 국방장관 "부상자 남겨 두는 건 도덕적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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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에 끌려간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주검으로 돌아오면서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 수십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휴전 협상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에 나서는가 하면 이스라엘 최대 노동조합은 총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여전히 강경한 군사적 압박이 필요하단 입장을 견지하는 모양새지만, 일각에선 향후 네타냐후 총리가 노선을 선회할 가능성이 있단 의견이 나온다. 인질 사망 사건 이후 네타냐후 총리 책임론이 부상하면서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주검으로 돌아온 인질, 결국 들고 일어선 시민들

2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예루살렘,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인원은 전국적으로 7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시위대는 정부에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6명이 가자지구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게 도화선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쟁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개전 이후 활동을 잠정 중단했던 이스라엘 노동자총연맹도 반정부 시위에 동참했다. 아르논 바르다비드 히스타드루트 위원장은 이스라엘 경제의 주요 부문인 금융, 보건·의료, 항공업계가 2일 하루 동안 총파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히스타드루트는 참여 노조원이 80만 명인 이스라엘 최대 노조다.

국제 사회에서도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 참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압박이 거세다. 사망한 인질 중 한 명이 미국인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곧 가자 휴전과 관련해 하마스와 이스라엘 양측에 '받아들이거나 거절하거나 양자택일(take it or leave it)'의 최종 합의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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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노선 견지한 네타냐후 총리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군사 압박을 통해 사태를 해결할 것임을 거듭 피력한 것이다. 하마스에 대한 분노를 더욱 강조하면서 전쟁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협상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하마스와 이스라엘 대표단이 휴전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에서도 국경지역 점령 필요성을 역설하며 휴전 협상을 사실상 거부했다.

지난 7월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단 라파검문소를 방문한 뒤 주둔 군인들을 향해 "우리가 필라델피 회랑과 라파 검문소를 계속해서 점령하는 것이 필수적임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하마스의 목을 겨냥해 가하고 있는 군사적 압박은 이미 그 첫 단계에 와있는 ‘최대 숫자의 인질 석방’을 포함한 우리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확고한 주장과 함께 인질 협상 진전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공적인 인질 협상에 필요불가결한 요소는 적극적인 군사 압박뿐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를 제외한 이스라엘 정부 인사들도 이와 같은 인식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7월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을 방문해 "신중하지 못한 거래나 항복 없이 인질들이 귀환할 수 있도록 기도하려고 이스라엘 국가와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이곳에 왔다"면서도 "(네타냐후) 총리가 굴복하지 않고 승리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군사적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벤그비르 장관은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 중 하나로, 이전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에 응할 경우 연립정부에서 탈퇴하겠다"며 극단적인 발언을 쏟아낸 전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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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이스라엘 총리실

네타냐후 책임론 확산, 정치적 리스크 커졌다

다만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선 향후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등이 제시한 최종 협상안을 받아들이는 등 노선을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한 태도가 상황을 악화시켰단 인식이 시민들을 중심으로 확산했기 때문이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에서 그동안 고집해 온 '영구 휴전' 요구를 포기하고 인질들을 석방하는 내용의 휴전안을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휴전안엔 인질 석방 기간 동안 중재국들이 일시 휴전, 인도적 구호품 전달,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간접적인 협상 도중 이스라엘군 철수 등을 보장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마스 측에서 먼저 손을 내민 셈이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 불가"를 통보하면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이에 시민들 사이에선 "네타냐후 총리가 국민을 저버렸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특히 이번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인질 중 3명이 이 시기 휴전 협상 단계에 따라 석방될 예정이었던 이들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선 정치적 부담이 커진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리쿠드당 내부에서 휴전 협상을 둘러싼 이견이 거듭 노출되고 있단 점도 압박감을 더한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앞선 전시 내각 회의에서 "부상자(인질)를 계속 남겨두는 건 도덕적 수치"라며 "인질이 살아있길 바란다면 이제 시간이 촉박하다"고 휴전 협상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우리는 인질 석방을 보장하기 위한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국민을 위한 선택이 아닌 '정치'를 하고 있다"고 네타냐후 총리를 직접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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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어 해리스 부통령도 "US스틸, 일본 기업에 못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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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US스틸은 미국인이 소유·운영해야"
트럼프도 최근 일본제철 US스틸 인수 반대
일본제철, US스틸 인수 위해 폼페이오 영입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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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S스틸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의 '철강 도시' 피츠버그를 찾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합주 승패에 결정적인 노동자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해리스 부통령도 US스틸 매각 반대

2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의 노동절인 이날 피츠버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합동 유세를 갖고 "US스틸은 역사적인 미국의 기업"이라며 "미국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기업으로 남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가 강력한 미국 철강기업을 가진 것이 중요하다"면서 "항상 미국 철강 노동자들의 편에 서 그들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해리스 부통령에 앞서 한 연설에서 “US스틸은 미국 회사로 남아있어야 한다”며 자신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해리스와 바이든이 이 문제를 두고 같은 입장을 보이는 것은 놀랍지 않다"면서도 "바이든의 재선 도전 포기 후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 많은 정책 제안을 하지 않았던 부통령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입장 발표"라고 평가했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반대 입장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발표에 대해 “우리는 (1기 재임기간에) 철강산업을 살려냈는데, US스틸이 일본에 팔린다니 끔찍한 이야기”라며 “즉각 저지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미 대선 주자들이 US스틸 인수를 강하게 반대하는 데는 승리를 위해선 백인 노동자 계층의 표를 얻는 것이 결정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스트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이자 경합주에 속하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3개주는 노조가 유권자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이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합동 유세를 펼친 펜실베이니아는 경합주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곳으로, 대통령 선거인단이 19명 배정돼 경합주 중 선거인단 수가 가장 많다. 해리스 부통령이 올해 들어서만 펜실베이니아를 9번이나 찾은 이유다.

US스틸, 미국의 상징적 기업

여야 대선 후보가 한목소리로 보호하고 있는 US스틸은 1901년 피츠버그에서 설립돼 미국이 경제·군사 면에서 세계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해 온 기업이다. 이런 상징적인 기업을 일본이 인수하려 하자 철강노조와 러스트벨트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매각 반대를 외치는 것이다. US스틸은 설립 당시 자본금 10억 달러가 넘는 미국 대표 기업이었다. 당시 미국 투자은행(IB) JP모건의 창업자 존 피어폰트 모건이 카네기철강 등 여러 철강 회사를 합병해 만들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일본, 2000년대 중국 등지의 철강이 부상하면서 세계 선두권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이후 친환경 전기 고로 전환 등에서도 한발 뒤처진 상태다.

이에 지난 2022년 8월 북미 2위 철강 기업인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시장 추정 가치 100억 달러(약 13조,4000억원)의 US스틸을 72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미국 기업끼리 합칠 경우 내수 철강 가격이 상승하고 독점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이후 인수전에 불이 붙으면서 US스틸 주가가 크게 뛰었다.

일본제철이 US스틸에 대한 인수 의사를 타진한 건 지난해 12월로, 일본제철은 US스틸을 141억 달러(약 19조원)에 매수해 완전 자회사로 둔다는 계획이다. 일본제철의 2022년 기준 조강 생산량 순위는 세계 4위로, 27위 업체인 US스틸을 인수하면 3위로 부상하게 된다. 또 미국이 선진국 최대 시장인 만큼 고급 강재(가공한 강철) 수요도 기대할 수 있다. 앞서 일본제철은 세계 조강 생산 능력을 1억 톤으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인도와 태국 철강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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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돈 풀어 '구애', 폼페이오 전 장관 영입도

그러나 규제 당국의 독점 관련 심사와 US스틸 노동조합과의 협상, 주주총회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실제 일본제철은 이미 독점 심사 단계부터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독점 심사를 주관하는 미 법무부로부터 ‘추가 자료 요청(세컨드 리퀘스트)’을 받으면서다. 세컨드 리퀘스트는 미 법무부나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인수합병(M&A)의 독점 우려 여부를 조사할 때 시행하는 심사 절차의 하나로, 요구 사항이 까다롭고 복잡한 데다 거래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거래 당사자인 기업들이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사 기간이 길어진다는 점에서 달갑지 않은 요청이기도 하다. 이에 현재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 추진과 관련해 거래 완료 시점을 올해 9월 말에서 12월 말로 변경한 상태다.

이와 동시에 민심 달래기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제철은 펜실베이니아주 몬밸리제철소의 열연설비 신설과 보수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수십 년간 가동할 계획이다. 또 인디애나주 게리제철소에도 3억 달러를 투입해 고로를 개수하고 가동 기간을 20년가량 추가 연장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일본제철이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인수 계획에 반대하는 미국철강노조 등이 찬성하도록 설득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것에 대비한 포석 놓기에도 돌입했다. 지난 7월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국무부 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를 고문으로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재집권 시 행정부로 복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력 인사로 꼽힌다. 일본제철 영입 이후 폼페이오 전 장관은 성명을 통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미국의 상징적인 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미국의 공급망 강화와 미국의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평가하며 "이 협상을 대표해 일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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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신뢰할 수 있다" 우호적 입장 견지하는 체코 정부, 웨스팅하우스 항의 속 특사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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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트 피알라 체코 총리 "신뢰할 수 있는 한국 공급 업체와 협상 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해 이의 제기 이어가는 美 웨스팅포인트
잡음 속 韓에 특사 파견하는 체코 정부, 최종 계약 원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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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체코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 수주전에서 패배한 업체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음에도 불구, 한수원 및 한국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유지하는 양상이다.

체코 정부, 한수원에 대한 신뢰 표명

1일(현지시간) 체코 정부에 따르면 페트르 피알라 총리는 지난달 26일 재외 공관장 회의를 주재하면서 "체코전력공사가 두코바니 원전 완공을 위해 선정한 신뢰할 수 있는 한국 공급 업체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알라 총리가 언급한 '신뢰할 수 있는 한국 공급 업체'는 한수원을 가리킨다. 체코 정부는 지난 7월 17일 24조원 규모의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우선협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한 바 있다.

당시 체코 정부는 "모든 기준에서 한국이 제시한 조건이 우수했다"며 우선협상자 선정 배경을 밝혔다. 한수원은 프랑스 전력공사(EDF)와 수주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과 공사 기한 준수를 강점으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피알라 총리는 “기존 두코바니 원전에 2기를 짓기로 결정했으며 테멜린 원전에 2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을 한수원과 논의할 것”이라며 “1기당 가격은 2,000억 코루나(약 11조9,000억원)이며, 체코 기업들이 건설 사업의 60%에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코는 2022년 기준 전력 생산의 48%를 차지하는 석탄 발전을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목표를 수립, 원전 추가 건설을 추진 중이다. 체코 정부는 이번 수주를 통해 신설하는 원전을 2036년부터 차례로 가동해 37% 수준(2022년 기준)인 원자력 발전 비중을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요제프 시켈라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앞으로 원전 비중이 약 50%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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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팅포인트·EDF의 항의

변수는 수주전에서 탈락한 일부 업체들이 한수원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 수주에 문제가 있다며 항의의 뜻을 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미국의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는 지난달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CEZ가 한국수력원자력을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진정(appeal)을 냈다”고 밝혔다.

현재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사용하고 있는 한국형 신형 원자로인 APR1000과 APR1400의 설계가 웨스팅하우스가 특허권을 보유한 원천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한수원이 해당 원자로를 활용한 원전을 체코에 건설할 경우 불법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입찰 참가자는 CEZ와 현지 공급 업체에 제공하는 원전 기술을 체코에 이전하고, 2차 라이선스(특허 허가권)를 제공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했다”며 “그러나 한수원은 원천 기술을 소유하고 있지 않고, 웨스팅하우스 허락 없이 이를 제3자가 사용하게 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나란히 수주 경쟁을 벌인 프랑스 전력공사도 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진정을 제기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체코전력공사는 "규정에 따라 (입찰에서 탈락한 참가자는)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미국과 프랑스의 불만을 일축한 상태다.

특사 파견으로 양국 관계 '청신호'

주목할 만한 부분은 체코 정부가 웨스팅하우스의 연이은 항의에도 불구, 한국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우호 관계 구축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의 특사는 이달 3∼6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체코 측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을 찾아 양국 간 산학연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는 뜻을 한국 측에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KIAT는 산업기술 전문 인력 양성, 연구 기반 조성, 산업기술 국제협력 사업 등을 맡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이다.

특히 체코 측은 이번 방한 기간 한국이 원전 수주 과정에서 제안한 ‘포괄적 산업 협력’에 관한 논의를 강하게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전이었던 7월 23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을 체코에 급파해 ‘원전 협력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적 산업 협력을 확대하자’는 제안을 담은 친서를 피알로 총리에게 전달한 바 있다. 이에 곳곳에서는 체코 정부 측의 특사 파견을 통해 원전 수주 최종 계약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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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사랑에서 짝퉁 사랑으로" 中 소비자 인식 변화에 명품업계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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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명품 인식 변화 "저렴한 대안으로 합리적 구매"
명품과 같은 원재료 사용 기업들 매출도 증가세
큰 손 발길 끊기자 글로벌 명품업계 줄줄이 실적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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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명품 발렉스트라에서 650만원에 판매 중인 '이지데' 백/사진=발렉스트라 공식 홈페이지

최근 중국 소비자들의 ‘짝퉁 사랑’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해 가성비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값비싼 명품을 사느니 질 좋은 짝퉁이 낫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짝퉁은 아니지만 명품과 같은 원단·재료를 사용한다고 주장하는 중국 토종 브랜드들도 매출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중국을 등에 업고 성장해 온 주요 명품 업체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경기 침에 여파에 中 소비자들 '짝퉁'으로 눈 돌려

2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발렉스트라를 대표하는 ‘이지데’ 가방은 국내 공식 홈페이지에서 65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서는 이와 똑같은 가방을 469위안(약 9만원)에 살 수 있다. 명백한 짝퉁으로, 진품의 70분의 1 가격에 불과하다. 해당 중국 판매자는 발렉스트라 외에도 에르메스, 샤넬, 보테가베네타, 프라다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의 가방을 그대로 베껴 판매 중인데, 이를 팔로우하고 있는 이들은 13만 명에 달한다.

이러한 짝퉁 브랜드들은 오프라인에서도 매장을 내고 버젓이 영업 중이다. 미국의 패션 브랜드 폴로 랄프로렌을 따라한 파울로 페드로(PAULO PEDRO)는 중국 지방 도시의 기차역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폴로 랄프롤렌 여성 원피스는 최소 30만원대에서 100만원에 육박하기도 하지만, 중국 파울로의 원피스는 5만원대에 불과하다. 나이키의 에어 조던을 따라한 치아오단(QIAODAN)은 중국 전역에 6,0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치아오단은 미국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8년간 상표권 분쟁 끝에 패소했음에도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명품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것은 아니지만, 명품의 원단이나 재료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브랜드들도 중국에서 승승장구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즈이 테크놀로지의 데이터를 인용해 ‘Chicjoc’이라는 중국 의류 제조업체가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티몰에서 지난 7월까지 1년간 9억7,800만 위안(약 1,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세계 최대 명품기업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이용하는 공급업체로부터 코펜하겐산 모피를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짝퉁 또는 명품과 비슷한 품질을 가진 토종 제품을 찾는 중국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최근의 경기 침체 영향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민텔의 블레어 장(Blair Zhang) 명품 및 패션 애널리스트는 “중국 소비자의 명품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명품 핸드백으로 지위를 나타낸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같이 소비를 신중하게 하는 상황에서 명품 브랜드에 대한 맹목적 신뢰는 더 이상 보기 힘들고, 저렴한 대안제 구매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합리적 쇼핑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할인으로 중국 소비자 잡기 나선 명품 기업들

이에 명품 기업들은 할인을 선택했다. 그간 세일이나 할인은 기대할 수 없던 콧대 높은 명품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는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다. 명품업계에 따르면 마크 제이콥스는 7월 초 중국 알리바바그룹 산하 이커머스 플랫폼인 티몰(Tmall)에서 핸드백·의류·신발에 대해 50%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베르사체와 버버리도 지난해 30~40%였던 제품 할인율을 최근 50%까지 높였다.

올해 들어선 발렌시아가마저 중국 시장에서 평균 40%에 달하는 공격적인 할인 행사를 펴고 있다. 앞서 발렌시아가는 대표 상품인 아워글라스 핸드백을 1,947달러(약 268만원)까지 할인했는데 이는 브랜드의 공식 웹사이트 및 주요 럭셔리 플랫폼 대비 무려 35%나 할인된 가격이다. 발렌시아가는 또한 중국에서의 할인 제품의 수를 두 배 이상 늘렸으며, 올해 4월까지는 플랫폼에서 재고의 10% 이상을 할인하는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이는 과거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파격적인 행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중 발렌시아가는 1월 한 달 동안만 최고 30%의 할인율로 세일품목을 지정해 할인했으며, 2022년에는 4월까지 할인이 1건도 없었다.

카프리의 베르사체, LVMH의 지방시, 버버리 그룹 PLC도 Tmall 및 기타 국내 플랫폼에서 가격을 50% 이상 낮췄다. 베르사체의 평균 할인율은 지난해 초의 약 40%에서 올해는 50% 이상으로 증가했다. 또한 베르사체와 여러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올해 할인 기간도 작년보다 더 길게 늘렸으며, 할인 품목 수는 지난해의 몇 개에서 올해는 수백 개로 증가했다. 이러한 가격 전쟁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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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버버리

큰 손들 지갑 닫자 '정리해고'도

명품 시장의 큰 손으로 통하던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명품 기업들의 실적도 고꾸라지고 있다. '불황에도 명품은 잘 팔린다'는 소비 공식이 무색한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구찌·생로랑 등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케링그룹의 올 상반기 매출은 90억 유로(약 13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15억8,000만 유로(2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 45% 감소했다. 순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줄어든 8억7,800만 유로(1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10% 가까이 밑도는 수치다.

이는 중국을 중심으로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대표 브랜드 구찌 매출이 20% 감소한 여파다. 케링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 영업이익의 3분의 2가 구찌에서 나오는데, 올 들어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이 급감한 것이다. LVMH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던 프랑스 LVMH의 올 2분기 매출액은 209억8,000만 유로(약 31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시장 예상치(216억 유로)를 밑도는 수준으로, 1년 전 매출 증가율(21%)과 비교해도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 영국 버버리그룹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감소하는 등 실적 악화가 이어지자 전 세계적으로 약 200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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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러시아 본토 진격은 승전 계획 첫 단추", 종전 물밑 작업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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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군 3만 명, 러 쿠르스크에 재배치
러시아도 우크라 동부 전선 공세 강화
젤렌스키 "미국에 '종전 청사진' 제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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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양국이 무력 공방을 벌이면서도 종전을 염두에 두고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우크라이나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종전안을 조만간 미국에 전달할 방침을 알린 가운데, 전문가들은 11월 미국 대선을 전후로 종전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 막판 '영토 점령' 경쟁

2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러시아군이 이날 병력 3만 명을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방면에 재배치했다고 밝혔다. 전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2024 독립 포럼’에서 연사로 나선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우크라이나는 현재 러시아 쿠르스크주 수드자 지역을 포함한 여러 지역의 마을 100여 개를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하고 있는 면적은 1,294㎢ 규모며, 쿠르스크에 진격하는 과정에서 생포한 러시아 군인은 594명이다.

우크라이나는 무기와 장비들도 공개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앞서 지난 24일 드론과 미사일을 결합한 형태의 신형 무기 ‘팔랴니치아(Palianytsia)’를 공개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독립 포럼 행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가 최초의 자국 탄도미사일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전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조차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지원하기를 망설였던 F-16 전투기가 드디어 전쟁에 투입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진격을 이어가고 있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동부 요새인 토레츠크 인근까지 진군했으며, 우크라이나군의 병참기지로 평가받는 포크로우스크까지 노리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매일 50건 이상의 교전이 포크로우스크 인근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공중 폭격과 공방도 치열하다. 러시아는 지난 26일 밤 우크라이나 전역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겨냥해 200발 이상의 미사일·드론을 발사한 데 이어 27일에도 100발에 달하는 미사일과 드론을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쐈다. 이에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에서 장거리 전략 폭격기 여러 대가 이륙했다면서 전국에 공습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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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X

종전 협상서 우위 점하기 위한 전략

양국이 이처럼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이유는 다가오는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정치매체 폴리티코 유럽판 등 외신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점령한 여러 마을들을 향후 협상 카드로 활용할 방침이다. 전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 미국 등 서방이 종전 논의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국제법상 불법으로 편입했는데, 당시와 마찬가지로 전투는 멈추되 점령한 영토는 유지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유럽연합(EU)과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협상도 진행될 수 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차지한 땅이 넓을수록 입김이 세진다.

다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우크라이나다.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그대로 러시아에 넘겨줄 수도 있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자신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전쟁을 즉시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끊고, 더 이상의 전투를 중지하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내는 방법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내달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할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만나 종전안을 설명할 방침이다.

이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향해서도 대화하자는 신호를 꾸준히 보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오는 11월 ‘제2차 평화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때 러시아를 초청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직접 물밑작업에 나섰다. 그는 지난 23일 키이우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인도 언론들과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 가운데 한 군데서 평화정상회의가 열릴 수 있길 희망한다"며 "모디 총리에게 인도를 개최 국가로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 "한국과 유사한 비무장지대 설치 방안 들어갈 것"

2년 6개월에 접어든 러-우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과거 한국전쟁과 유사한 방식으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시 굴욕적으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굉장히 컸을 것"이라며 "따라서 미국 대선 전까지 단기간에 가시적인 전투 성과를 내서 미국과 서방의 관심과 주목을 다시 얻고 러시아에 대해서도 협상의 카드를 확보하는 그런 전과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다만 쿠르스크에서 버티려면 추가 자원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우크라이나가 전과를 확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봤다.

제성훈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학과 교수는 "만약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가 1~2주 내에 철수하게 되면 향후 최정예 부대를 상실한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어렵사리 지켜온 동부전선이 이르면 9월경에라도 무너질 수 있다"며 "반대로 이 지역을 우크라이나가 성공적으로 지켜낸다면 향후 협상에서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 맞교환의 기회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길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성공하면서 이전까지 굳혀져 가던 우크라이나 영토의 5분의 1을 러시아에 내줘야 한다는 협상 조건에 제동을 걸 동력도 확보했다"며 "이를 통해 푸틴이 가졌던 전쟁 성과의 목표치를 낮추고 추후 협상에 대비하는 차원의 카드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과거 한국전쟁 당시 2년 이상 정전협상을 진행했는데 우크라이나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전쟁에선 유엔사와 북한 대표가 정전협정 맺었지만 우크라이나는 다국적군과 중립국감독위원회 등을 구성해서 종전 체제를 관리하고 협정 위반 여부 등을 감시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엄구호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러시아 본토 공격 이후 전황은 영토를 둘러싼 심각한 대응을 주고받으면서 강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 전망하며 "무엇보다 다가올 미국 대선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향후 3개월 동안 마치 과거 한국전쟁 당시 정전협정을 앞두고 고지전을 벌였던 것처럼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과 영토 점령을 위해 양측의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트럼프가 재선에 승리하거나 전황이 러시아가 유리하게 전개되는 시점에 평화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협상안에는 아마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비무장지대 설치 방안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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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 목전에 둔 현대차 美 조지아 공장, 돌연 환경 재평가 리스크 떠안아

가동 목전에 둔 현대차 美 조지아 공장, 돌연 환경 재평가 리스크 떠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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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 당국, 현대차 HMGMA 환경 재평가 동의
HMGMA 수자원 예상 수요량 미공개한 조지아주, 시장 뭇매
재평가 늦어질 경우 공장 가동 시기·생산 일정 늦춰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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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조감도/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이 돌발 악재에 직면했다. 지역 주민들이 현대차 공장의 지하수 사용과 관련한 민원을 대거 쏟아내는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 당국이 해당 공장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 재진행을 결정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당국의 환경영향 평가가 길어질 경우 가동을 목전에 둔 조지아 공장의 생산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美 공병단, 현대차 조지아 공장 재평가 착수

2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육군 공병단(이하 공병단)은 지난 6월 현대차 공장 프로젝트 관련 민원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인정했으며, 최근 해당 공장 환경 허가를 재평가하는 데 동의했다. 현재 조지아주 지역민들과 환경 단체는 식수 및 농업용수 부족 등 지역 내 피해를 우려, 현대차가 주민들의 식수원인 지하 대수층을 활용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현대차는 2022년 10월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건설에 착수한 바 있다. 현대차는 HMGMA를 통해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브랜드 6개 차종 전기차를 연간 30만 대가량 생산할 예정이며, 차후 연간 50만 대 규모까지의 증설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미국 연방정부 당국의 환경 재평가가 늦어질 경우 이 같은 현대차의 계획은 암초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재평가 배경은 '수자원 활용'

현대차 조지아 공장의 수자원 활용은 올해 상반기부터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아온 문제다. 지난 6월 말 조지아주 지역매체 서배너모닝뉴스는 현대차 공장 건설 허가와 관련한 법적 문제 발생 가능성을 조명했다. 현대차가 2022년 10월 조지아주 당국으로부터 공장 건설을 허가받았을 당시 제출했던 자료에 '완공 이후 수자원 예상 사용량'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미국은 수질 오염과 수자원 수요 관련 사항을 규정하는 청정수법(CWA) 404조 조항에 근거로 공장을 짓는 기업에 수자원 예상 수요량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당시 서배너모닝뉴스는 “건설 허가를 신청한 측은 예상 물 수요량을 알고 있었지만, 승인 전에 검사 주체인 미 육군 공병대(UASCE)에는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후 지난 23일 공병단은 서한을 통해 실제 2022년 조지아 공장의 허가를 신청한 조지아주와 지역 경제개발 기구들이 현대차의 예상 물 수요량(하루 약 2,500만 리터)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수자원 부족 문제는 바이든 정부의 제조업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민감하게 거론되는 주제다. 기후 변화에 따른 가뭄으로 미국 지역 주민들과 제조업 기업들 사이에서 수자원을 중심으로 한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HMGMA는 8,000여 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대규모 공장으로, 수자원 사용량도 엄청날 수밖에 없다"며 "민원이 빗발치는 것도, 당국이 재평가에 들어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관건은 재평가라는 변수가 등장한 이후에도 현대차 조지아 공장의 생산 계획이 유지될 수 있을지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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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평가가 불러올 수 있는 악재

현대차는 2022년 10월 착공 당시에는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잡았으나,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가동 시점을 4개월 이상 앞당긴 바 있다. 현시점 현대차 조지아 공장의 가동 목표 시기는 올해 10월이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만약 현지 당국의 환경 재평가로 인해 공장 가동 일정이 늦춰질 경우, 현대차의 IRA 관련 대응이 늦어지며 일정 부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당국의 환경 재평가가) 변수를 넘어 '방해'가 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짚었다.

공장 가동이 지연될 경우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차량 물량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2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대차의 최대 강점 중 하나인 유연한 생산 전략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생산 비중을 대폭 늘리는 것을 추진 중”이라며 “이 같은 전략은 8월 28일 열릴 예정인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 때 언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휩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하이브리드차의 성장 가능성은 현대차의 2분기 실적에서 고스란히 입증됐다. 해당 기간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7% 감소한 5만8,950대에 그친 반면 하이브리드차는 싼타페 등의 판매량이 급증하며 판매량이 12만2,421대(26.4% 증가)까지 치솟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생산 확대 전략은 대규모 생산 기지인 HMGMA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조지아 공장의 차량 생산 시점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현대차의 판매 전략 전환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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