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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장기화에 '탈중국' 하는 中 기업들, 생산기지 이전에 사명 변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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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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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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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율 관세에 美 공장 설립 '불가피한 선택'
규제 피해 사명 변경 등 브랜드 워싱 사례도
中 정부, 자국 기업의 해외 이전 제동 걸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세제 혜택을 얻거나 고율 관세 폭탄을 우회하기 위해 미국에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다. 1990년대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며 서방 기업의 제조업 설비를 유치한 중국이 이제는 미국 등 서방국가의 시장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반대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 현지 생산기지 설립하는 中 기업들

27일(현지 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기지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등의 영향을 반영한 것으로 석유화학 제품부터 기념품 제조업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예를 들어 중국 동부에서 기념품 사업체를 운영하는 라이언 저우는 텍사스 주 댈러스에 공장 설립을 추징 중이다. 미국이 주문의 대부분을 차지해 관세를 회피하지 않고서는 사업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미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노리고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부통령 J.D. 반스의 고향이기도 한 오하이오주는 최근 글로벌 제조업체들의 대표적인 정착지로 부상하면서 전기자동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등 청정에너지 품목을 제조하는 시설을 빠르게 유치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제정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45X)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오하이오주를 찾는 가운데 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한 행렬에 중국 기업도 이러한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에서도 나타났다. 미·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중국의 글로벌 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까지 미국으로 생산·유통거점의 이전을 모색한 것이다. 중국발 공습은 미국 전역에서 논란을 일으키며 정치적 반발을 불러왔다. 존 물레나 미시간주 하원의원(공화당)은 중국 기업과 공산당과의 연관성에 우려를 제기했고 셰러드 브라운 오하이오주 상원의원(민주당)은 '중국 및 기타 해외 적대국과 관련된 기업은 IRA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 CATL은 2023년 포드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미시간주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정치권과 노동계의 반발,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한때 중단됐으나, 포드는 2023년 11월 계획을 축소해 공장 건설을 재개하기로 했다. CATL은 현재 제너럴모터스(GM)와도 북미 지역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션하이테크도 미시간주에 소재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했으나 공산당 관련 논란에 정치권과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현재 공장 건설이 일시 중단된 상태다.

美 규제 피해 사명 변경에 본사 이전까지

이러한 반발을 피해 중국 기업이 사명 변경을 통해 미국 기업으로 위장해 규제를 회피한 사례도 나타났다. 중국 허사이그룹이 세운 자회사 아메리칸 라이다는 2023년 12월 미시건주에 생산거점을 건설했다. 허사이는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자동차 자율주행 관련 제품인 라이다(LiDAR) 센서의 제조업체다. 결국 아메리칸 라이다가 미시건에 회사를 세운지 한 달 후인 지난해 1월 허사이는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군 관련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생명공학회사인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그룹의 매사추세츠주 자회사 'BGI 아메리카스'는 최근 사명에서 BGI를 빼고 '이노믹스'로 브랜드를 변경했다. 미 의회 특별위원회는 사명 변경이 규제 당국의 감시를 피하려는 시도라며 국방부에 이노믹스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BGI 그룹은 군과 관련된 일은 없다면서 '이노믹스'는 미국인의 개인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도 미국의 제재를 받기 전에 미국 자회사인 퓨처웨이를 설립한 바 있다.

중국을 떠나 본사를 이전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중국의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쉬인은 중국 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값싼 섬유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2023년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고 중국 난징의 기업 등록을 말소했다. 이와 함께 아일랜드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지사를 설립하고 워싱턴 D.C.에 로비대행업체와도 계약했다. 당시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했던 쉬인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중국색을 취대한 빼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미 당국의 규제와 정치적 반발로 현재는 런던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 시기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의 해외 쇼핑 앱 테무도 보스턴에 본사를 설립했다. 이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진출을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테무의 모기업인 판둬둬도 본사를 중국 상하이에서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옮기며 탈(脫)중국 흐름에 동참했다. 공식적으로는 '글로벌 사업 확대와 법적 이슈 대응을 위한 법적 등록지 변경'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중국의 색체를 지우고 다국적 기업 이미지를 내세우려는 '브랜드 워싱'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관세를 우회하기 위해 미국 인근 국가나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하는 사례도 있다. 중국 가구 제조업체 만와(ManWah)는 멕시코 몬테레이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설립했다. 이 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메이드 인 멕시코’로 미국에 수출되어 관세와 대중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 전 세계 태양광 패널의 10%를 생산하는 중국업체 징코솔라도 미국의 반덤핑 관세와 신장 위구르 강제노동 의혹 등 논란 속에 생산시설을 태국으로 이전했고 상당수의 중국 중소기업들이 멕시코 북부 산업단지로 이전했다.

中 정부, 자국 기업 이탈에 규제 강화로 대응

이에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해외 이전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 당국은 규제 기관과 지방 정부를 상대로 중국 내 기업들의 기술·장비·인력 해외 송출을 제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중국산 관세 인상을 공언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에 대응하는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중국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인도·동남아 등으로 옮기자 근래 낮은 경제성장률에 시달리는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생산과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번 조치로 생산 기지를 인도로 이전한 중국 제조 업체들이 일차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임금이 저렴하지만, 제조업 인프라가 부족해 정밀 기계 같은 장비는 중국산 의존도가 크다. 최근 인도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전기차 제조 업체 BYD, PC 제조업체 레노버 등이 장비 반입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지 진출 업체의 한 임원은 “중국 정부는 특히 전자제품,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 제조에 중요한 장비 수출을 중단하고 있다”며 “장비 반입이 지연되면 인도 내 제조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자동차 업체들의 인도 투자에 대해서도 경고를 보냈다.

인도 이외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 생산 기지를 둔 기업들도 중국산 장비 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유안타증권 우즈 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외국 기업들의 탈중국 현상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더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단기간에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급망 다각화를 추진하던 쉬인도 제동이 걸렸다. 쉬인은 중국 내 주요 납품 업체들이 베트남을 비롯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공장 투어’를 진행할 수 있도록 계획을 모색하는 상황이었으나 중국 정부로부터 중단 요청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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